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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회전국체전] ‘경사났네!’ 숙명여고 첫 체전 금메달, 학교 전체가 들썩이다

사천/서호민 기자 / 기사승인 : 2024-10-18 15: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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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사천/서호민 기자] 숙명여고가 경사를 맞았다.

지난 12일부터 경남 사천 일대에서 열린 제105회 전국체육대회(이하 전국체전)이 17일 일반부, 19세이하부 결승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11팀이 참가한 19세 이하 여자부는 숙명여고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올해 전국대회 3관왕(협회장기, 종별선수권, 왕중왕전)을 달성한 숙명여고는 이번 대회 이견이 없는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이변은 없었다. 숙명여고 프로 입성 전 고교 마지막 대회를 치른 송윤하, 이민지, 유하은 등을 앞세워 4전 전승으로 우승에 다가섰다.

그런데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이번 우승이 숙명여고 농구부 역사상 첫 체전 우승이라는 점이다. 여자농구 전통의 명문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숙명여고는 그동안 좀처럼 전국체전과 인연이 닿지 않았다.

물론 여기에는 전국체전 금메달을 따내는 것보다 더 어렵다던 서울 대표 선발전서 선일여고, 숭의여고에 밀려 전국체전 출전 자체를 하지 못한 적이 많은 탓도 있다.

이은혜 코치(숙명여고 97회 졸업생)가 선수로 뛰던 2006년 이후 무려 18년 만에 전국체전 결승에 진출한 숙명여고는 부산 대표 동주여고를 62-51로 꺾고 마침내 무관의 한을 풀었다. 1926년 농구부 창설 이후 98년 만에 이룬 성과였다.

이번 대회 선수들의 고른 활약도 빛났지만, 무엇보다 팀을 하나로 묶은 이은혜 코치의 지도력도 한몫했다. 2018년 현역 은퇴 후 사천시청 실업 팀에서 활약한 그는 올해 초 모교 숙명여고 지휘봉을 잡으면서 지도자의 길에 들어섰다.

이은혜 코치는 초보코치라는 우려를 딛고 어머니 같은 리더십을 바탕으로 부임 1년 만에 전국대회 4관왕이라는 대업을 이뤄냈다.

이은혜 코치는 “사실 체전을 앞두고 주위에서 기대가 크다 보니 부담 아닌 부담도 많이 받았다. 결승전 종료 부저가 울리고 우승이 확정된 순간, 드디어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홀가분한 기분”이라고 금메달을 획득한 소감을 전했다.

계속 말을 이어간 그는 “사실 부임하고 나서 준비 기간이 많지 않았다. 동계 훈련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시즌에 들어갔는데 아이들이 말썽 한번 안 피우고 잘 따라줬다. 또, 큰 부상도 없었다. 꾀 한번 안 부리고 지난 봄부터 여기까지 올라와 준 아이들이 너무 대견스럽고 고맙다”라고 제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숙명여고의 우승 여정은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동주여고에 맹추격을 허용하며 3쿼터 역전을 허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숙명여고는 이내 위기에서 벗어났다. 승부처마다 이민지가 분위기를 바꿔놓는 득점을 해냈고 송윤하와 유하은도 수비에서 힘을 내며 내줬던 흐름을 다시 가져왔다.

“원래 3학년 선수들이 경기 도중에 모여서 토킹을 잘 안하는 편인데 오늘은 모여서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며 얘기를 하더라. 시키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그 모습을 보고 지지는 않겠다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때 이후 위기를 벗어났다. 선수들이 만든 우승이다.” 이은혜 코치의 말이다.


초보 코치 딱지를 붙이고 시작한 첫 지도자 생활. 이은혜 코치가 단 기간에 이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데는 조준미 감독, 연계학교인 숙명여중 방지윤 코치의 역할이 컸다고.

그는 “나는 참 복이 많다(웃음). 부임 하고 나서 조준미 감독 선생님께서 나에게 농구만 가르치면 된다고 힘을 북돋아주셨다. 전국 대회를 나가면 조준미 선생님께서 운전부터 식사 제공, 빨래까지 다 해주신다. 정말 농구부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조준미 선생님께서 너무 편하게 해주셔서 아이들 지도하는 데만 신경쓸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또, 중학교 방지윤 코치님께서도 이전에 고등학교 팀을 맡아보셨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이 있을 때마다 조언, 도움을 주셨다”고 말했다.

농구부 창설 이래 첫 체전 금메달을 따냈다는 소식에 학교 전체가 들썩였다. 대회 전부터 금메달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됐고 선·후배 친선교류 이끄는 숙구회에서는 선수단에 특식을 공수하는 등 아낌없는 지원을 했다.

결승전이 열린 사천체육관 현장에도 숙명여고 OB 선배들이 자리해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했다. 13년 간 숙명여고 감독으로 재직하며 농구부 발전을 위해 안팎으로 힘썼던 조준미 감독(숙명여고 83회 졸업생) 역시 기쁘지 아니할 수 없었다.

조준미 감독은 “첫 우승이라서 얼떨떨하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13년 간 감독으로 재직했는데 이렇게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기쁨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조 감독은 “숙구회 선, 후배님들이 멀리 사천까지 후배들을 응원하러 와주셨다. 교장선생님께서도 원래 오실 계획이었으나 갑자기 몸이 안 좋아지시는 바람에 오시지는 못했다. 너무 아쉽다”며 “사실 숙구회 선, 후배님들께서 대회 전부터 고기, 장어를 사주시는 등 기를 팍팍 넣어주셨다. 뿐만 아니라 농구선수 출신이 아닌 졸업생 선배님들과 재학생들도 학교에서 유튜브 중계를 통해 많이 응원해주셨다. 결승전 끝나고도 축하한다며 많은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조 감독은 “올해 메인 코치가 바뀌면서 시행착오를 겪을 거라는 우려도 있었는데 전임 임현지, 방지윤 코치가 팀을 잘 만들어놓은 덕분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두 코치와도 우승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덧붙였다.


숙명여고 4관왕 주역인 송윤하(KB), 이민지(우리은행), 유하은(삼성생명)은 이제 프로로 진출, 성인 무대에 데뷔한다. 스승인 조준미 감독과 이은혜 코치는 이들에게 한국여자농구의 밝은 미래가 되길 바란다는 덕담도 잊지 않았다.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준 아이들이 자랑스럽고 고맙다. 3학년 3인방은 이제 프로 무대에 가게 될텐데 무엇보다 부상 없이 마지막 대회를 잘 마쳐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1, 2학년 친구들도 언니들이 했던 걸 그대로 본 받아 내년, 내후년 언니들을 능가하는 기량을 뽐내줬으면 좋겠다. 결승전 마치고 종례할 때도 올해 성적에 그치지 않고 내년에는 더 열심히 준비해서 여자농구 명문의 명맥을 우리가 계속 이어나가자는 얘길했다.” 조준미 감독

“너무나도 예쁜 첫 제자들이다. 세명 모두 워낙 성실하고 기량도 뛰어나 프로에서도 잘 해낼거라 믿는다. 아이들에게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건 '프로에선 잘하는 사람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끝까지 버티며 살아남는 자가 결국에는 잘하는 거다'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힘든 과정들을 잘 이겨낸다면 세 명 모두 국가대표는 물론 김단비처럼 한국여자농구 미래를 이끌어갈 주자가 될수 있을 거라고 본다.” 이은혜 코치

#사진_점프볼DB,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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