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는 NBA 최고 명문중 하나다. 적어도 20세기에는…. 필라델피아는 1949년 NBA에 가입해 올해로 75주년을 맞고있다. 파이널 우승 3회(1955, 1967, 1983), 컨퍼런스 우승 5회(1977, 1980, 1982, 1983, 2001), 디비전 우승 12회 (1950, 1952, 1955, 1966, 1967, 1968, 1977, 1978, 1983, 1990, 2001, 2021) 등 통산 성적도 나쁘지않다.
하지만 대부분이 20세기에 집중되어 있다. 마지막 우승은 40년이 넘어갔으며 가장 좋은 성적은 2001년 동부 컨퍼런스 우승, 파이널 준우승이다. 21세기 한정 딱 한번이다. 12번의 디비전 우승중 10번은 20세기에 거둔 결과물이다. 1990년대만해도 보스턴 셀틱스, LA 레이커스, 시카고 불스와 함께 4대 명문으로 불렸으나 이제는 그런 위상은 희미해진지 오래다.
그렇다고 필라델피아가 우승에 큰 관심이 없는 구단이냐면 그것도 아니다. 팬들의 뜨거운 성원을 받고있는 빅마켓 팀답게 우승에 대한 열정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21세기는 좀처럼 풀리지않고있는 모습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드래프트로 지명한 대형 선수들이 기대치만큼 터지지 않고 있는 것도 큰 요인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필라델피아가 21세기 들어 올린 가장 좋은 성적은 바로 초입인 2000~01 시즌 파이널 진출이다. 1996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뽑은 단신 득점머신 앨런 아이버슨(49‧183cm)을 앞세워서다. 당시 래리 브라운 감독은 아이버슨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디펜스 능력이 탄탄한 에릭 스노우를 백코트 파트너로 붙여준 것을 비롯 블록슛 머신 디켐베 무톰보 등 수비 위주의 라인업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아이버슨은 자신에게 지나치게 집중되었던 공격 비중에도 부담을 느끼기보다는 외려 펄펄 날았고 나머지 멤버들은 적극적 수비를 통해 뒤를 받쳐줬다. 하필이면 역대급 강호 중 하나인 샤킬 오닐의 레이커스와 파이널에서 맞붙는 바람에 우승은 차지하지 못했지만 지금까지도 회자될 정도로 매력적인 팀으로 불린다.
필라델피아의 전성기는 거기까지였다. 아이버슨 시대 이후 누구도 우승의 희망을 주고있지 못하다. 보통 팀이 안정적인 전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드래프트에서 빼어난 재목이 나올 필요가 있다. 한동안 암흑기에 시달리다가 21세기를 대표하는 강팀 중 하나로 발돋움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대표적이다.
아쉽게도 필라델피아는 아이버슨 이후 그 정도의 히어로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2000년대에는 픽운이 따라주지 못한 것을 비롯 픽대비 좋은 지명도 이뤄지지 않았다. 2004년(9순위 안드레 이궈달라), 2009년(17순위 즈루 할러데이) 정도가 팬들이 알만한 선수인데 그마저도 제대로된 활약은 다른 팀에 가서 펼친 케이스다.
2010년대 들어와서는 드래프트 운이 제대로 따랐다. 2010년(2순위 에반 터너)을 기분좋게 스타트 끊은 것을 시작으로 2014년(3순위 조엘 엠비드), 2015년(3순위 자릴 오카포), 2016년(1순위 벤 시몬스), 2017년(1순위 마켈 펄츠) 계속해서 상위픽으로 대형 기대주를 뽑았다. 2020년에는 21순위로 타이리스 맥시라는 보석까지 얻어내는 행운과 혜안을 보여줬다.
높은 순위 신인 한명이 팀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을 감안했을 때 보통 이 정도면 파이널 우승 혹은 진출 정도는 해야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기대만큼의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필라델피아는 8년 동안 3순위 안에서 무려 5명의 신인을 지명했다. 그중 제대로 성장한 선수는 엠비드 뿐이다.
일단 터너, 오카포, 펄츠는 지명순위 대비 실패다. 이미 지난 일이지만 필라델피아로서는 픽이 아까울 것이다. 한때 프랜차이즈 스타 후보로 주목받았던 시몬스는 ‘제2의 매직 존슨’이라는 당초 기대치와 달리 고질적인 슛 난조에 시달리며 재능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말았다. 거기에 에고 역시 강한 편인지라 팀과 대립각을 세운 후 좋지않게 떠났다.
번번히 좋은 픽을 날려버린 필라델피아이지만 그래도 믿는 카드가 있었으니 다름아닌 엠비드다. 현재 간판스타이기도한 엠비드는 덴버 너게츠 니콜라 요키치에 이어 리그 넘버2 센터로 불리는 대형 빅맨이다. 2번의 득점왕을 비롯 지지난시즌에는 정규시즌 MVP를 수상했다. 팀의 모든 플랜이 그를 중심으로 맞춰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엠비드 역시 팀을 높은 곳까지 올려놓지 못한 것은 매한가지다. 개인 타이틀은 어느 정도 쌓았다해도 정작 중요한 팀 성적에 대한 공헌도는 부족하다. 거기에 매시즌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가성비가 좋지못하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팀 후배 맥시로부터 불성실한 태도를 지적받기도 했다. 20세기 명문 필라델피아의 꽉 막힌 21세기는 언제쯤 풀릴 수 있을까?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