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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각별한 사랑과 관심 속 성장하는 인헌고등학교

배승열 기자 / 기사승인 : 2025-06-03 13: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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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배승열 기자] 한국농구의 뿌리가 되는 중·고교 아마농구를 찾아가는 코너다. 2024년 네 번째로 찾은 곳은 관악산 아래 위치한 인헌고등학교다.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인헌고는 어쩌면 농구 변방 학교라고 할 수 있다. 짧은 농구부 역사와 연계 학교가 없기에 늘 관심 밖이었고 대회에서도 상대가 늘 만나고 싶은 팀이었다. 하지만 그런 인헌고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학교 탐방을 통해 변화하는 인헌고를 찾아봤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6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우승권 팀 코치가 만년 최하위 팀 코치로
인헌고는 남고부 후발주자다. 2010년 창단했다. 시작은 기존과 약간 달랐다. ‘공부하는 농구선수’ 양성이었다. 지금이야 운동선수들도 수업시간을 엄수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당시만 해도 오전 수업만 하는 정도였다. 인헌고 농구부의 진로는 프로가 아니었다. 선수로 활동하면서 공부로 명문대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방침이었고 꽤 주목을 받았다. 그래서 성적과는 거리가 멀었다. 창단 초창기만 해도 대회 참가에 의의를 두는 정도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인헌고 농구부는 취미가 아닌, 프로선수를 꿈꾸는 이들이 입학하기 시작했고 김동우 코치(LG 코치)가 팀을 맡은 동안에 전력이 점점 좋아졌다. 2019년부터는 신종석 코치가 팀을 이끌고 있다. 그는 2010년부터 아마농구 지도자로 수많은 제자를 양성했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경복고 코치, 2017년은 군산고 코치를 거쳐 2018년에는 양정고 A코치로 활동했다. 2019년 인헌고 코치 모집 공고에 지원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경복고 출신으로 모교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문성곤, 이종현, 최준용, 안영준, 양재민 등은 물론이고 군산고에서 이정현, 신민석을 지도하기도 했다.



신종석 코치는 “다른 학교에서 지도자로 있을 때, 인헌고와 같은 조가 되면 수월하게 느꼈다. 선수 구성과 실력이 약하다보니 많은 팀이 인헌고와 같은 조가 되면 1승을 먹고 가는 팀 정도로 생각했다(웃음)”고 과거 인헌고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공부하는 학생 선수’ 양성을 목표로 했고 엘리트보다는 동아리, 클럽에 가까웠다. 일반 학생 위주의 팀이다 보니 초창기 인헌고는 당연히 다른 학교의 손쉬운 먹잇감이었다. 신종석 코치는 “인헌고 지도자로 온 후 선수들을 가르치면서 외부의 평가를 들으니 스스로 자존심이 상했다. 냉정하게 우리가 전국에서 하위권이지만, 상대에게 그냥 1승을 주는 팀이 아닌 물고 늘어지고 한방을 줄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도전에 나섰다. 연계 학교가 없는 만큼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선수를 수급했다. 진학 선호 학교가 아니다 보니 어려움이 컸지만, 이미지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누구보다 더 노력하고 공을 들였다. 제주동중, 용산중, 단대부중, 삼일중, 홍대부중 등에서 선수들이 하나, 둘 모이며 팀 구성됐다. 신종석 코치를 믿고 따른 선수들은 구슬땀을 흘렸고, 시간이 지날수록 실력도 자신감도 커졌다. 그 결과, 2024년 4월 협회장기 영광대회에서 결실을 맺었다. 예선을 넘어 결선에 진출, 16강에서 전주고를 꺾고 8강에 오른 것이다. 이는 농구부 창단 후 최고의 성적이었다.



변화의 시작, 그 뒤에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다
모든 스포츠에는 감독, 코치와 선수의 노력 외에도 중요한 것이 있다. 이들이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든든한 서포터가 있어야 한다. 보통 아마농구에서는 농구부 부장이 이러한 역할을 하는데, 인헌고는 민현인 부장 외에도 큰 힘이 되는 서포터가 있다. 바로 인헌고 김현 교장이다. 신종석 코치는 “정말 특별한 교장 선생님이시다. 오랜 시간 아마농구 지도자로 생활하면서 이렇게 농구부에 진심이고 관심을 준 교장 선생님은 없었다. 원래부터 농구부에 관심이 있던 선생님이셨다. 농구부의 어려움과 부족한 점을 알고 계셨고, 적극적으로 물심양면으로 팀을 지원해 주신다”고 전했다.

실제로 김현 교장은 농구부를 위해 직접 예산을 받아와 최신 웨이트 트레이닝 기구, 체육관 바닥 및 공간 등을 보수했다. 또한 대회마다 선수들을 찾아 학부모들과 함께 응원하고 격려했다. 신종석 코치는 “정말 감사하다. 교장 선생님께서 나 또한 학교 선생님들 그룹 방에 초대해 학교 동향을 파악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다. 아울러 교장 선생님이 직접 대회에 찾아 선수들의 모습을 영상과 사진으로 찍어 단체방에 올려주신다. 솔직히 말하면 이런 교장 선생님은 처음이다. 협회장기 대회 8강과 경기도 교장 선생님이 각 학급에 재량껏 실시간 중계를 교실에서 보여줘도 된다고 했다. 그때 교실과 복도에서 농구부를 응원한다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하더라”고 웃었다.

 


인헌고 김현 교장
“다른 곳은 이런 관심을 두지 않나요”

학교 탐방으로 인헌고와 일정을 조율하면서 신종석 코치에게 ‘교장 선생님도 함께 뵙고 싶다’고 요청했다. 신종석 코치의 도움으로 김현 교장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농구부에 대한 높은 관심과 애정을 쏟고 있는 이유에 대해 질문하자 오히려 김현 교장이 되물었다. “큰 관심으로 비친 이유를 모르겠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학업 외에도 다양한 대외 활동을 주말에 하더라도 찾았다. 수련회, 소풍 등도 물론이다. 우리 학생들이 농구를 하러 가면 당연히 보러 가고 응원하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공부하는 학생이나 농구하는 학생은 같은데 다르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다. 예를 들어 공부하는 학교에서 명문대에 몇 명이 갔다고 하면 자랑스러워하는데, 농구 역시도 3년 동안 기량이 늘고 1승하고 본선에 오르고 8강에 가면 기적 같고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다른 곳은 이렇게 관심이 없는가?’라고 묻고 싶다”고 웃었다.

김현 교장은 단순히 엘리트 학생선수가 아닌 인헌고의 한 학생, 그리고 대한민국 공교육 안에 있는 학생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교육 환경이 변하면서 공교육, 학교는 졸업장만 따는 곳이 됐다. 공부는 밖(사교육)에서 한다. 반면 농구나 엘리트 학생 체육은 완벽히 공교육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스킬 트레이닝을 받는 선수들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팀 스포츠 자체가 공교육 자체로 완결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17~19세 학생들을 공교육으로만 서포트해 줄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이다.”

끝으로 농구부 학생들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전했다. 2021년 9월 인헌고에 부임한 김현 교장은 현재 3학년 선수들을 입학 순간부터 지켜봐 왔다. “지금 3학년 선수들이 1학년 때 힘겨워하던 것을 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선수들이 계단식으로 성장하는 것을 보고 느꼈다. 그렇게 대회에서 승리하고 행복한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노력과 성장의 결과로 얻은 승리에서 느끼는 행복뿐 아니라 경기에서 지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 교육자로 행복했다. 스포츠인에게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일반 학생과 달리 학생 선수가 잘못했을 때 자격이 박탈되는 경우가 있다. 그렇기에 선수들이 신사답지 못하고 올바르지 못한 자세를 배우지 않았으면 한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 플레이하고, 운동하면서 배운 인내, 평정심 등의 미덕을 배워 나간다면 이 시기에 운동을 경험한 것이 평생에 있어 잘한 일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기고 지는 것에 매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아마농구 지도자의 힘, 제자들의 성장
이러한 관심과 응원 속에 인헌고는 발전하고 성장했다. 신종석 코치는 “인헌고에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농구를 가르쳤다. 3년 내내 하다 보니 이제 추구한 농구가 나왔다. 물론 선수들이 내 시스템에 잘 따라와줘서 고맙다. 제자들이 성장한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앞으로 부상 없이 잘 시즌을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가끔 선수들에게 사제지간이 아닌 농구 선배로 이야기한다. 농구인 선배로 후배들에게 해준 것이 없는 것에 미안한 마음도 있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후배들을 지켜주지 못해 한편으로 씁쓸하고 미안하다. 절실한 친구들이 더 기회받고 더 높은 곳으로 가야 하는데, 아직 사회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후배들이 더 절실하게 운동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최근 지도자로 스스로 돌아본 순간을 말했다. “최근 양재혁(한국가스공사)과 통화를 나눴다. 재혁이가 ‘고등학교(경복고)에 있을 때 정말 즐거웠어요. 선생님한테 배운 게 좋았어요’라고 하더라. 당시 재혁이가 많이 혼나기도 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말 열심히 하는 소금 같은 선수였다. 그런 선수가 시간이 지나 나를 잊지 않고 연락 준 것에 고맙고 재혁이의 그 한 마디가 스스로 돌아보며 큰 힘이 됐다. 이런 제자가 한 명이라도 있다는 것이 지도자로 어느 정도 성공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MINI INTERVIEW
인헌고 주장 김민국

“교장 선생님을 자랑하고 싶다. 운동할 수 있는 환경, 냉장고, 에어컨, 공기청정기는 물론이고 슈팅 기계까지 필요한 것을 모두 신경 써주셨다. 감사한 마음과 책임감을 항상 느낀다. 더 열심히, 적극적인 모습을 후반기에도 보여드리고 싶다. 아울러 신종석 코치님에게 농구와 인성 등 배우면서 스스로 성장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모든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사진_배승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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