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이재범 기자] 신인선수 드래프트 지명 순위와 활약 기간은 보통 반비례한다. 지명 순위가 늦을수록 실낱 같은 기회를 잡지 못해 제대로 꽃도 못 피운다. 그렇다고 해도 뒤늦은 지명 순위를 딛고 주축으로 발돋움하거나 10시즌가량 활약하는 선수들이 있다. 이들을 만나 어려움을 이겨내고 기회를 잡은 원동력을 들어보자. 이번 달에는 폭넓은 활동량의 기대치 반영으로 보수가 112.5% 인상된,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에너자이저로 기대를 모으는 곽정훈(187cm, F)이다.
※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10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2020년 드래프트 2라운드 3순위 지명
다른 선수들은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 농구를 시작했는데 저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엘리트 농구를 시작해서 프로에 뽑히면 영광스럽게 여기고, 지명 순위와 상관없이 최대한 오래 버틸 생각을 했다. 2라운드 3순위라도 제 이름을 불러준 KCC에 감사했다. 대학 4학년 때 얼리를 생각 안 하면 1라운드 지명보다 프로는 가겠지라는 생각이 컸다.
1라운드든 2라운드든 뽑히면 프로 생활을 하며 연차를 쌓아간다. 1라운드에 뽑혀도 오래 하는 선수도 있는 반면 빨리 은퇴하는 선수도 있다. 2라운드에 뽑히면 오래 하는 선수가 적지만, 살아남은 선수가 더 성장한다고 생각했다. 고승진 (상명대) 감독님도 항상 힘들어도 버티는 게 이기는 거라고 하셔서 그 말씀을 귀담아들었다.
프로 진출로 이어진 상명대 입학
(김해 가야고) 선배 남영길 형의 슈팅력과 (부산 중앙고 출신인) 정진욱 형의 수비력을 본받고 싶어서 (상명대를) 선택한 것도 있다. 저는 농구를 늦게 시작해서 경기를 뛰면서 배우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대학 1학년이라면 많이 못 뛰는 편이라서 저학년이라도 조금이라도 뛸 수 있는 팀을 찾았는데 상명대 (이상윤) 감독님께서 좋게 봐주셨다. 선택지가 없지만, 그런 부분이 좋았다.
KCC에서 보낸 4시즌
솔직히 말하면 대학 때 경기를 많이 뛰고 갔기에 이 정도 하면 경기를 뛰겠지 하면서 데뷔 시즌을 보냈다. 뭣도 모르고 덤볐다. 그런데 1년, 1년 시즌을 치르니까 수비가 중요하다는 걸 느꼈고, 강양택 코치님, 신명호 코치님께서 많은 지도를 해주셔서 지난 시즌에는 조금이라도 공격과 수비를 하려고 했다. 그런 플레이를 보여줘서 이번에 가스공사가 좋은 제안을 주시지 않았나 생각한다.
강양택 코치님은 공격적인 부분들, 돌파하면 센터가 나올 때 대처 등을 알려주셨고, 신명호 코치님은 워낙 수비를 잘 하셔서 세심하게 수비 위치나 손을 어떻게 해야 하고, 누가 뭘 잘 하는지 다 알려주셨다.
D리그에 임하는 자세
D리그를 뛰는 만큼은 D리그 선수도 프로 선수라서 어떻게든 이기려고 하는 마음가짐이었다. 그리고 다른 팀 감독님이나 코치님도 D리그 경기를 보실 거라고 생각했다. 제가 정규리그를 뛰는 주축 선수가 아니라서 보여줄 경기가 제한적이었다. 제 장점을 보여줄 무대가 D리그 밖에 없어서 그렇게 하니까 좋은 결과가 있었다.
슈퍼팀에서 배운 점
형들의 마음가짐이나 생각, 훈련에 임하는 자세가 달랐다. 우리는 운동을 하다가 힘들면 이 운동만 버티면 된다, 하루만 버티면 쉰다는 생각을 했는데 형들은 힘들어도 즐기면서 하는 게 달랐다. 그리고 자기가 부족한 부분을 채우거나 보강 운동을 했다. 우리는 아프면 치료를 안 받고 쉬는데 형들은 조금만 아파도 스스로 몸 관리하는 걸 배웠다. 저는 아프다고 하면 제외될 거 같아서 아프다는 말을 못하고 참고 훈련했다. 저처럼 한 번 기회 잡기 힘든 선수는 아프다는 말을 잘 하지 못한다.
우승 반지
프로 선수는 반지 하나를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 텐데 반지는 운이라고 많이 이야기한다. 저는 (KCC에서 보내줘서) 반지를 받았다. 반지를 보니까 다음에 또 반지를 받을 수 있을 지 없을 지 모르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식스맨으로라도 활약한 뒤 받고 싶다.
보수 대폭 인상 첫 FA
첫 FA(자유계약 선수)라서 아직까지도 기분이 얼떨떨하다. 이렇게 연봉이 올랐는데 기량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크다. 통장에 들어온 월급을 보면 확실히 기분이 좋은데 두 배 이상 받으니까 이만큼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크고, 여기서 더 연봉을 올리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가스공사에서 첫 시즌
(강혁) 감독님께서 지시하시는 걸 무조건 따라야 한다. 농구는 팀 스포츠라서 팀원과 잘 어울리고 융화가 되어야 한다. 감독님께서 주문하는 걸 다 하라고 말씀하시지 않고 제 장점을 발휘하라고 하셔서 제 장점을 더 부각시킬 수 있는 연습을 해야 한다. 제 장점이 활동량과 궂은일, 3점슛이다. 활동량은 훈련할 때부터 해야 하고, 3점슛은 연습이다. 슛은 시간 날 때마다 연습해야 한다. 공격은 주춤하지 않고 자신있게 해야 한다.
출전기회 기다리는 선수들에게 한 마디
야간에 훈련을 하다 보면 저보다 어린 선수들은 경기 때 나오는 상황을 연습해야 하는데 모두 골고루 연습해서 안 되는 거 같다. 선수들은 경기에 들어가면 어떤 걸 해야 하는지 안다. 그래서 그 한 가지만 잘 하면 되는데 골고루 잘 하려고 하니까 정체기가 온다. 프로에서는 슛도 좋고, 잘 하는 선수들이 많다. 그걸 다 하려고 하니까 힘들다.
저는 KCC에 있으면서 코너에서 발 맞추고 있다가 슛을 던지는 연습을 많이 했다. 워낙 잘 하는 형들이 많아서 경기 때 그런 기회가 많이 났고, 훈련이 결과로 나왔다. 가스공사에서는 코너에서 슛을 던지는 건 기본으로 하고, 이제는 가만히 서서 던지는 게 아니라 어느 위치에서도 움직이면서 쏘는 무빙 슛 연습을 한다. 원 드리블이나 투 드리블 점퍼 연습도 많이 한다. 패턴 상황에서 제가 슛을 던지는 상황을 연습하는 거다.
BONUS ONE SHOT
고교 시절 한 경기 최다 67점
곽정훈은 부산 중앙고 3학년이었던 2016년 6월 18일 한국중고농구 주말리그 권역별대회 울산 무룡고와 맞대결에서 중고농구 기록 전산화 이후 한 경기 최다인 67점을 넣었다. 김해 가야고에서 농구를 시작한 뒤 부산 중앙고로 전학을 가서 1년 출전 정지 징계 후 나선 두 번째 대회에서 의미 있는 기록을 작성한 것이다.
곽정훈은 “그 때 중앙고 (김정후) 감독님과 (박영민) 코치님께서 엄청 기회를 주셨다. 저는 고등학교 3학년이라서 진학을 해야 하는데 보여줄 대회가 몇 개 없었다. 그래서 한 경기, 한 경기 소중함을 느꼈다”며 “67점을 넣었다고 하면 3점슛을 많이 넣었겠지라고 생각하는데 3점슛을 2개 넣었다. 자유투가 11점이고, 나머지는 골밑슛이나 레이업이었다. 그 때부터 궂은일과 활동량을 보여줬다. 제가 큰 신장도 아니었기에 저를 알린 계기였다”고 돌아봤다.
#사진_ 점프볼 DB(박상혁, 유용우 기자)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