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이재범 기자] 두경민이 25분 미만 출전 선수 가운데 KBL 최초로 40점 이상 득점했다.
원주 DB는 18일 대구체육관에서 열린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원정 경기에서 111-80으로 31점 차 대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누가 뭐라고 해도 두경민이다. 두경민은 24분 33초 출전하고도 3점슛 9개 포함 43점 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KBL이 출범한 이후 40점+ 득점은 326번 나왔다. 이들 가운데 출전시간이 25분 미만인 건 두경민이 최초다.
선수의 출전시간은 경기의 흐름에 영향을 받는다. 박빙의 승부라면 많은 득점을 올리는 선수가 많이 뛸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3쿼터 종료 기준 40점+ 기록을 살펴보면 두경민보다 짧은 출전시간의 선수가 한 명 있다.
문경은이다. 3쿼터까지 23분 7초만 뛰고도 45득점했다. 3점슛 15개만으로 말이다. 짐작할 것이다. 2004년 3월 7일 원주 TG삼보와 밀어주기 경기였다. 없는 기록으로 취급하면 된다.
출전시간이 25분을 넘긴 28분 23초라고 해도 56점을 기록한 선수도 있다. 우지원이다. 2쿼터 20점, 3쿼터 24점으로 두 쿼터 만에 44점을 몰아쳤다. 대단한 기록이지만, 역시 2004년 3월 7일 창원 LG와 밀어주기 경기에서 나왔다. 이 역시 무시하면 된다.
이를 제외한다면 두경민의 기록에 가장 근접한 건 득점하면 빼놓을 수 없는 피트 마이클이다.
마이클은 2007년 1월 6일 안양 KT&G와 맞대결에서 3쿼터까지 24분 57초 출전해 47득점했다. 최종 득점은 53점이었다.
두경민이 24분 33초 만에 43점을 올린 게 얼마나 폭발적인 득점력인지 잘 알 수 있다.
두경민이 이런 많은 득점을 올린 비결 중 하나는 던지면 들어간 3점슛 9개(13개 시도)다. 여기에 성공률 100%(10/10)인 자유투도 한몫 했다.
무엇보다 어시스트 8개까지 곁들인 점이 두드러진다. 자기 득점에만 몰두한 게 아니라 동료들의 득점까지 챙겼다.
이상범 DB 감독은 “오늘은 퍼펙트다. 어시스트도 골밑에 넣어주고 수비가 떨어지면 던졌다. 이 두 가지를 가볍게 했다”고 두경민의 활약에 만족했다.
지금까지 3점슛 9개와 어시스트 8개를 함께 기록한 선수는 두경민이 처음이다. 조건을 완화해 3점슛 8개와 어시스트 8개로 조정하면 칼레이 해리스가 1997년 3월 27일 안양 SBS와 맞대결에서 3점슛 8개 성공과 10어시스트를 기록하며 48점을 올린 적이 있다. 참고로 이날 경기는 연장전 끝에 승부가 나뉘었다.
두경민은 경기 종료 5분 19초를 남기고 벤치로 물러났다. 물론 승부가 결정된 이후라고 해도 KBL최초의 국내선수 50점까지 가능한 흐름이었기에 더 뛸 수도 있었다.
김종규는 “이런 날은 (두경민에게 패스를) 주면 한 골이다고 생각했다”며 “실제로 경기를 뛰다가 두경민의 커리어 하이 기록을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경민이는 개인적인 것보다 우리는 수비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런 게 잘 나왔다. 오늘 경민이는 탈KBL 급이었다”고 했다.
두경민은 “자진해서 교체했다. 김종규가 밀어줄 테니 해보라고 했는데 내 몸 상태를 생각할 때 한 경기에 올인해서 부상 위험에 단 1%도 노출하고 싶지 않다. 오늘(18일) 같은 경기에서 이정도 점수 차이에서 식스맨들이 4~5분 동안 자신들이 마음껏 해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나와 종규 같은 선배들은 주축선수로 뿌듯함이 있다. 그 부분이 더 중요했다”며 “물론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워서 올리는) 선수의 가치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지금 시즌을 치르는 중에는 내가 몇 득점을 하고 몇 어시스트를 하는 것보다 팀이 어느 궤도에 올라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모든 선수들이 모든 상황에서 마찬가지일 거다. 종규가 스크린을 걸어줄 테니 슛 한 번 더 쏴라고 해서 동료들에게 인정받고, 팬들에게 인정받았다는 걸로 만족한다”고 했다.
두경민이 일찌감치 코트를 떠났기에 오히려 더 진귀한 25분 미만 출전에도 40점+ 득점이란 기록이 나왔다.
#사진_ 윤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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