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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크고자 하거든 남을 섬기라" 140년 역사의 배재고

배승열 기자 / 기사승인 : 2024-09-30 09:4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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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배승열 기자] 한국농구의 뿌리가 되는 중·고교 아마농구를 찾아가는 코너다. 2024년 일곱 번째로 찾은 학교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사학, 배재고다. 배재고는 2025년이면 개교 140주년을 맞는 학교로 농구부 역사 또한 1925년 한국농구 역사와 함께 시작했다. 오랜 역사와 전통에 비해 부진했던 배재고 농구부가 2024년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10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근대사상과 서양 문물의 시작,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초의 사학 배재학당
1885년 고종 22년, 톈진 조약이 체결된 해에 미국에서 한 선교사 부부가 조선을 찾았다. 하지만 조선 정세가 위험하다는 이유로 부인이 입국할 수 없었고, 부부는 잠시 일본으로 건너간 뒤 다시 조선을 찾는다. 이들이 바로 국내 최초 서양식 사립학교 ‘배재학당’을 설립한 아펜젤러 부부다. 배재학당은 고종 황제가 직접 내린 이름으로 ‘인재를 기르는 집’이라는 뜻이다.

배재학당은 근대사상을 처음 받아들인 교육기관으로 독립운동과 계몽운동을 펼치며 한민족의 선구자적 역할을 했고 야구, 농구 등 서양 문물과 스포츠도 받아들였다. 그렇게 한국농구의 역사와 함께 배재고 농구부 역사가 시작됐다. 조선바스켓볼 협회가 1925년 9월에 조직됐고 비슷한 시기에 배재학당은 지금의 학교명을 사용하면서 농구부를 창단했다. 창단된 농구부는 염은현을 중심으로 이름을 알렸다. 염은현은 일제강점기 농구선수로 훗날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일본 대표 선수로 출전했다. 이렇게 배재고 농구부 역사는 한국농구 역사와 뿌리를 함께하며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게 됐다. "크고자 하거든 남을 섬기라" 마태복음 20장 26~28절이 배재고 교훈이다.

도약의 시작, 배재고 농구부가 기대되는 이유
배재고 농구부는 1970년대 모교에 많은 트로피를 가져왔다. 거기까지였다. 농구부 외에도 럭비부, 야구부, 축구부가 있다. 이중 농구부는 잘나가는 다른 운동부에 가려졌고 점차 승리보다 패배에 익숙한 팀이 됐다. 대회 1승이 목표인 약체팀. 그러나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농구부에 조금씩 빛이 들어왔다.

현재 배재고를 이끄는 김준성 코치는 "2학년 때 춘계 4강, 대통령기 8강에 들었다. 3학년 때도 춘계 4강, 종별 대회 준우승, 고대총장배 4강의 성적을 거뒀다"고 고교 시절을 회상했다. 배재고를 졸업한 김준성 코치는 명지대를 졸업하고 프로 은퇴 후 모교에서 A코치 생활을 시작했다. A코치로 2023년에는 13년 만에 모교 배재고가 결승에 올라 종별 대회 준우승 성과를 거두는 데 힘을 보탰다. 그리고 2024년 3월 정식 코치로 발령받았다.

배재고 김준성 코치는 현재 중고농구 남고부에서 가장 어린 코치다. 김준성 코치는 "이상윤 감독님과 임재현 선배(현 LG 코치) 모두 배재고 출신이다. 임재현 선배의 추천으로 모교 지도자 면접을 봤다. 물론 지도자로 어린 나이가 이슈가 되었지만, 임재현 선배와 배재후원회의 추천으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선배들의 든든한 조력에 보답하고자 김준성 코치는 본격적으로 후배 양성을 시작했다. 보다 더 체계적인 훈련 스케줄을 만들고, 타이트한 동계 훈련 일정을 소화했다. 어린 선수들과 24시간 어울리며 때론 농구 선배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배재고 주장 조우엘은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몸 상태, 체력 등 모든 것이 좋아진 것을 느꼈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동계 훈련을 떠올렸다. 김준성 코치는 “내가 무엇을 잘했다는 것보다 지금 선수들이 모두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가 컸다. 선수들과 생활하면서 정말 농구에 의지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작년 가을, 겨울과 지금 모습을 보면 모든 선수가 발전했다. 비록 우승하지 못했지만, 지금의 성적이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24년 배재고는 춘계 연맹전 8강, 협회장기 16강, 종별 대회 16강, 주말리그 왕중왕전 4강, 추계 연맹전 16강 등 꾸준히 결선 무대에 오르며 성적을 만들었다. "태도를 제일 강조한다"고 말한 김준성 코치는 "농구가 잘 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다. 하지만 경기장 안팎에서 태도가 달라지면 팀도 선수도 발전 가능성이 없다고 말한다. 매일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기본 태도와 열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고 했다. 대회에서 배재고 경기를 보면 당장 김준성 코치 또한 승부욕과 열정을 쏟아내며 선수들을 독려한다. 젊은 코치의 열정과 지도력에 어린 선수들은 당연히 긍정적인 영향을 받으며 성장할 수 있었다.
 

앞서 임재현 코치와 배재후원회 외에도 김준성 코치를 돕는 또 다른 이가 있다. 바로 조남준 배재고 농구 부장교사. 배재중, 고를 졸업한 조남준 부장은 농구선수 출신으로 대학교에서 임용 준비 후 8년 전 모교 체육교사로 돌아왔다.

조남준 부장은 주로 행정 업무를 담당한다. 조남준 부장은 "김준성 코치와는 선후배 관계지만, 함께 농구부가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면서 많이 가까워졌다. 김준성 코치가 선수들을 편하게 지도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옆에서 잘 도울 예정이다. 모교 농구부 발전을 위해 서로 소통도 많이 하고 의지하는 사이다. 이효준 교장선생님이 운동부에 관심이 많다. 동문과 단체에서 장학금도 받아와서 운동부에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으신다. 덕분에 모든 운동부 환경이 더 좋아졌다"고 소개했다. 젊은 지도자로 새출발을 알린 명문사학 배재고 농구부의 가장 큰 힘은 후원회에서 나오고 있었다.

명문 사학의 힘, 졸업생의 든든한 후원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의 모교 배재고에는 정치, 경제, 종교, 학계, 체육 등 대한민국 사회 전 분야에 많은 동문이 있다. 농구에는 김영기 전 KBL 총재가 있고, 명지대 김태진 감독, 이상윤 해설위원, LG 임재현 코치 등이 있다. 현역 선수 중에는 정준원(정관장), 김진모, 이도헌(이상 한국가스공사) 등이 있다.

조남준 감독은 "대학에 간 선수들도 오래 버티고 살아남고 잘해야 후배들이 열심히 하는 동기부여가 된다. 그렇게 프로 출신이 하나, 둘 나오면서 배재고 농구 동문이 앞으로 조금 더 단단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학교 후원회에 가입한 분들이 모두 농구부 출신이 아니다. 정말 후배를 사랑하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대회가 열리는 전국 곳곳을 찾아와 응원하고 교가도 불러 주신다. 어린 선수들이 아직은 쑥스러워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고마움을 알 것이다"고 말했다.

배재고 126회 졸업생 김준성 코치는 "후원회 김동윤 회장(100회 졸업)뿐 아니라 구본순 선배, 이근표 선배, 총 동창회 원필성 회장님까지 정말 많은 선배님이 뛰어다니면서 지원해주신다. 이효준 교장선생님도 농구뿐 아니라 다른 운동부 모두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고 계신다. 함께 운동했던 김영욱 선배(후원회 총무), 김만종, 김원삼도 후원회를 통해 도움을 주고 있다.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든든한 동문의 존재가 배재고 농구부가 다시 살아난 힘이었다.

배재고 주장 조우엘
"후원회 선배님들께서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다. 많은 대회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3위에 입상할 수 있던 것은 후원회 선배님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감독님과 코치님도의 조언도 큰 힘이 됐고 학교생활도 재밌게 할 수 있었다. 좋은 환경과 분위기 속에 마지막 대회에서 입상할 수 있어서 2024년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사진_배승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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