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홍성한 기자] 서울 SK 홈구장인 잠실학생체육관을 가본 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화려함에 감탄사를 쏟아냈을 것이다. 코트에서 누구보다 더 멀리, 더 높은 곳에서 열기를 더해주는 스턴트 치어리더들의 공연을. 그중 한 명인 은나영 치어리더는 스턴트 치어리딩 국가대표 출신의 엘리트다. 누구보다 스턴트 치어리딩에 진심인 치어리더. 호주 유학은 물론 후배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대중들에게 스턴트 치어리딩이 더욱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그녀의 바람까지 모두 들어봤다. (인터뷰는 3월 18일 진행됐습니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4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서울 SK에서 활동하고 있는 치어리더 은나영입니다. 경기장 공중을 열심히 날아다니며 응원에 힘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치어리더의 꿈은 언제부터 꾸셨나요?
어렸을 때부터 춤을 좋아해서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에 댄스 전공으로 입학했어요. 이후 춤쪽으로 열심히 준비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꿈을 키웠던 것 같아요.
학창시절 어떤 학생이었는지 궁금해요.
조용한 학생이었던 것 같아요(웃음). 튀고 싶은 마음도 그때는 없었어요. 하지만 워낙 활발한 성격 때문에 친구들과 재밌게 잘 놀았고, 공부도 열심히 했답니다.
쉬는 날에는 보통 뭐 하고 지내나요?
보통은 침대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만 있어요. 춤추는 걸 워낙 좋아하다 보니 가끔은 친구들과 연습실 하나를 빌려서 거기서 춤추기도 해요.
체력관리를 위해 따로 하는 운동이 있다면요?
헬스는 기본적으로 하고 있어요. 사실 평상시에 연습하는 치어리딩 자체가 운동량이 많아요. 자연스럽게 체력관리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실력과 함께 좋아지는 거죠!
은나영 치어리더 하면 스턴트 치어리더로 익히 알려져 있어요. 스턴트 치어리딩에 대해 설명 부탁드려요.
일반 치어리딩보다 아크로바틱 한 동작이 많이 들어가요. 텀블링도 하고, 모두가 알다시피 사람 위에서 공중 묘기도 해요. 화려한 체조 동작으로 인해 다른 동작들보다 확실히 고난도 동작이 많죠.
스턴트 치어리딩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학생 때 한 공연을 보게 됐어요. 그 공연에서 사람이 공중을 날아다녔어요(웃음). 그때 그냥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공연팀을 찾아갔어요. 저처럼 먼저 찾아온 사람은 없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보통 하다가 힘들어서 많이 나간다는 말도 들었어요. 어쩌다 보니 저는 잘 맞았고, 그 덕분에 힘든 훈련을 잘 버텨서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아 참! 그때 공연팀 찾아가서 말한 분이 지금 SK의 강훈 응원단장님이셨어요(웃음). 인연이 참 좋았네요.
SK 스턴트 치어리더로 합류한 이후 첫 농구 경기장의 분위기가 기억이 나나요?
아쉽게도 첫 시즌이 코로나19 시국이라 관중석에 사람이 없었어요. 관중분들이 입장하고 나서 느꼈죠. ‘이 맛에 치어리딩 하는구나’ 관중분들 반응도 너무 좋아서 뜨거운 경기장 분위기가 다 느껴졌어요.
쉽지 않은 퍼포먼스로 인해 연습량이 정말 많을 것 같아요.
기본적인 기술은 눈 감고도 할 수 있는 베테랑들이 모여있어요. 그러다 보니 준비하는 시간 자체는 길지 않아요. 각자 한두 시간 정도? 따로 개인 운동을 하고, 매주 한 두 번 정도 모여 맞춰보는 것 같아요.
공중에서 하는 퍼포먼스다 보니 장소 섭외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보통 어디서 연습을 하나요?
천장이 아주 높아야 하는데 찾기가 쉽지 않아요(웃음). 날씨가 좋을 때는 한강에서도 하고, 추울 때는 농구장 가서도 연습해요. 진짜 어쩔 수 없을 때는 그냥 거리에서 하기도 해요. 그럴 땐 다들 긴장하고 하죠.
실전이나 연습에서 아무래도 다칠 위험이 높은데 서로에 대한 신뢰가 가장 중요한가요?
물론 신뢰도 정말 중요해요. 그것보다 더 중요한 점은 체력이에요. 저희가 여러 곡을 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지치면 다칠 우려가 커요. 관중분들이 보셨을 때 안전해 보여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하나하나 미리 체크하면서 호흡을 맞춰가고 있어요.
스턴트 치어리더 안에서는 각자의 역할이 어떻게 나뉘나요?
베이스랑 플라이어로 보통 역할이 나뉘어요. 베이스는 사람을 받쳐주는 역할이라 버티는 힘이 중요해요. 플라이어는 올라가서 하는 역할이에요. 힘도 있어야 하고, 테크닉과 유연성 역시 필수로 가지고 있어야 해요.
스턴트 치어리딩 위해 호주 유학까지 다녀왔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옛날에는 선배들이 많다 보니까 옆에서 배울 기회가 많았어요. 하지만 세월이 흘러 하나둘 다 떠나더라고요. 저는 아직 배우고 싶은 마음이 강했어요. 그래서 호주에 있는 한 스턴트 치어리딩 팀에 제 영상을 보냈는데 다행히 합격했더라고요. 영어도 잘 못하고, 겁도 많았는데 무작정 갔죠. 2년 정도 있었는데 후회 없이 하고 온 것 같아요.
스턴트 치어리더 국가대표 이력도 있더라고요?
1년에 한 번씩 미국 올랜도에서 개최되는 스턴트 치어리딩 세계 대회가 있어요. 2012년에 처음으로 갔다 왔죠. 그때는 미국 갈 수 있다는 소리에 그냥 따라간 것 같아요(웃음). 갔는데 워낙 잘하는 사람들이 공중을 날아다니더라고요. 가서 많이 느꼈죠. 난 아직 멀었구나.
국가대표에서 하는 스턴트와 농구장에서 하는 스턴트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국가대표 치어리딩은 아무래도 점수가 중요해요. 구사하는 동작마다 레벨이 있거든요. 레벨마다 규정도 있어서 아무 동작이나 다 할 수 없어요. 반면, 농구장은 저희 맘대로 할 수 있죠. 레벨이 1부터 7까지 있는데 경기장에서 보여드리는 동작 레벨은 7 정도 돼요. 가장 높은 난이도에 속하죠(웃음).
공중에서 느끼는 농구장, 어떤가요?
사실 우리는 어려운 동작으로 인해 주변이 보이지 않을 때가 많아요. 지금은 여유가 생겨서 공중에서 관중분들을 향해 인사도 해주기는 해요. 하지만 보통 관중분들의 환호성으로 우리가 잘했다는 것을 판단해요.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든 생각인데 혹시 고소공포증은 없나요?
저 고소공포증 심해요(웃음). 놀이 기구 탈 때 우리가 안전바 하잖아요? 저는 그거보다 우리를 잡아주는 베이스들이 더 믿음직스러워요. 그만큼 서로 신뢰가 강한 거죠.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계속하다 보니 개인 소셜미디어에 팬분들이 우리만 아는 스턴트 치어리딩 기술 용어를 언급해서 올려주시더라고요? 그때 약간 뿌듯함을 느껴요. 스턴트 치어리딩을 많이 알리고 있는 느낌을 받거든요.
스턴트 치어리더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요.
생각보다 사람 위가 땅보다 편해요(웃음). 올라가서 기술 하나하나 성공할 때마다 느끼는 성취감은 정말 표현하기 힘들 정도예요. 다들 그냥 포기하지 않고 꼭 올라가서 그 기분을 느껴봤으면 좋겠어요.
호주 유학부터 국가대표, 농구장까지 많은 것을 경험했어요. 그렇다면 앞으로의 목표는 뭔가요?
제가 처음 치어리딩을 한다고 했을 때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지금은 국가대표도 하고, 프로팀에서 활동도 하니까 이제는 다들 좋게 봐주시더라고요. 이처럼 더 많은 사람에게 치어리딩이라는 운동을 알리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학생들 상대로 수업도 하고, 좋은 경험을 쌓아주고 있답니다.
추후 팬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큰 건 없어요. 그냥 볼 때마다 단지 열심히 하는. ‘누구보다 치어리딩에 진심이었던 치어리더’였다고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응원해 주시는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저라는 사람 기억해 주시고, 다치지 않게 응원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앞으로 농구장에서 더 열심히 즐겁게 날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진_유용우 기자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