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부산/이재범 기자] “오랜만에 부산에서 경기를 해서 안 좋은 기운이 받았나? 왜 그런지 모르지만 진짜 창피하다.”
수원 KT는 지난달 30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원정 경기에서 부산 KCC를 85-71로 따돌리고 10승 5패를 기록해 공동 2위 자리를 지켰다.
전반까지 43-42로 근소하게 앞선 KT는 3쿼터 29-17로 압도하며 승리에 다가섰다. KT의 3쿼터 29점 중 19점이 허훈 손에서 나왔다. 허훈은 직접 14점을 올리고, 어시스트로 5점을 도왔다.
이날 3점슛 3개 포함 19점 4리바운드 6어시스트 2스틸로 활약한 허훈은 “에릭도 부상으로 빠지고 경기도 빡빡하게 있다”며 “몸도 힘들고 많이 지쳤을 텐데 힘을 내서 고맙고, 다같이 한 팀이 되어서 해서 이길 수 있었다”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허훈은 팀 분위기가 좋다는 질문이 나오자 “오늘(30일)은 처음부터 힘들어서 텐션이 떨어졌는데 억지로 했다. 내가 지치면 동료들까지 지치는 경향이 있다. 최대한 밝게 하자고 했던 게 그대로 코트에서 나왔다”며 “선수들이 볼 하나에 파이팅을 해주고, 실책을 하나 하면 괜찮다고 다독여줬다. 원팀이 된 거 같다. 문성곤 형이나 최창진 형이 잘 이끌어서 팀이 잘 맞는다”고 했다.
실수를 해도 괜찮다고 다독여줬다는 장면 중 하나는 한희원이 속공 기회에서 허훈의 패스를 제대로 잡지 못해 놓쳤던 장면이었다. 허훈은 더 자책하는 한희원을 다독였다.
허훈은 “누구나 다 실수를 하고, 그 순간 제일 득점을 하고 싶은 사람은 한희원 형이다. 뭐가 안 되어서 실수가 나왔다. 내가 뭐라고 할 수 없다”며 “다독여주고 빨리 잊고 다음 플레이를 하는 게 팀에 더 보탬이 되고 시너지가 난다”고 했다.
KT는 3쿼터 중반 한희원의 실책을 시작으로 3개 연속 실책을 범했다. 하지만, 이후 연속 득점을 올리며 두 자리 점수 차이로 달아난 뒤 확실하게 경기 주도권을 잡았다.
허훈은 “더 벌릴 수 있을 때 실책 3개가 나와서 아쉽다. 더 집중해서 플레이를 하자고 이야기를 했다”며 “그 때 막상 공격을 이끄는 선수가 배스여서 배스가 경기를 다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허훈은 3쿼터 때 14점을 몰아친 것에 대해서는 “1쿼터부터 4쿼터까지 경기를 뛰면서 다 공격을 할 수 없다. 상대가 1,2쿼터에는 나에게 수비를 좁혔다. 내가 한 명을 제치면 한 명이 도움 수비를 나왔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밖으로 빼주는 패스를 많이 했다”며 “그럴 때 득점을 못 한다고 조바심을 가지지 않고 기회가 오면 그 때 살리자는 생각으로 항상 경기를 뛴다. 그게 오늘 3쿼터인 거 같다. 최대한 남들 살려줄 때 살려주고 내가 할 때 하는 그런 플레이 구분을 잘 지어야 한다. 오늘 잘 된 것도, 안 된 것도 있는데 농구는 나 혼자가 아닌 5명이 한다”고 했다.
허훈은 1쿼터 막판과 2쿼터 중반 각 2개씩 총 4개의 자유투를 던져 모두 놓쳤다. 허훈이 자유투 4개 이상 얻어 하나도 넣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 경기 최다 자유투 실패는 2019년 3월 19일 고양 오리온(현 소노)와 맞대결에서 9개 중 4개를 성공해 5개를 놓친 것이다.
허훈은 이를 언급하자 “창피하다. 오랜만에 부산에서 경기를 해서 안 좋은 기운이 받았나? 왜 그런지 모르지만 진짜 창피하다”며 “어떤 일이 있어서 갑자기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통슛으로 바꿔야겠다. 백보드슛과 안 맞나 보다. 아, 자유투 연습 해야겠다”고 했다.
2020~2021시즌까지 부산 팬들의 응원을 받았던 허훈이 1쿼터 막판 자유투를 던질 때 부산 팬들의 야유도 들렸다.
허훈은 “그런 건 안 들렸다. 환호밖에 안 들렸다”며 웃은 뒤 “우리 팀 분위기가 좋다. 관중을 신경 쓰지 않았다. 어려운 경기를 할 줄 알았는데 후반 주도권을 잡아 쉽게쉽게 경기를 했다”고 떠올렸다.
KT는 하윤기가 빠졌음에도 허훈과 문성곤의 합류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허훈은 “점점 좋아지고 있고, 하윤기가 들어오면 높이 등 모든 부분에서 상위권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 경기, 한 경기 마음가짐과 기본만 제대로 가지고 들어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다”며 더 높은 곳을 바라본 뒤 “오늘 같은 경우 공격이 안 될 때 배스 1대1, 나 1대1, 정성우 형 1대1 다 개인기로 하려는 게 있다. 그건 고쳐야 한다. 인사이드에서 공격이 없는데 윤기가 들어오면 해줄 부분이 있다. 공격이 안 될 때 다 서서 1대1만 한다. 선수들도 알 거다. 그건 고쳐야 한다. 초반 경기가 느슨하게 진행되어서 그런 상황이 나왔는데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한다”고 보완할 점까지 밝혔다.
#사진_ 윤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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