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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컴백 준비 이상 무’ 허훈x송교창의 군대 썰! 예썰!

최창환 기자 / 기사승인 : 2024-06-04 06: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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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최창환 기자] 군대는 남자들에게 평생의 안줏거리다. 곧 있으면 민방위가 끝나는 기자도 친구들을 만나면 아직도 군대 얘기한다. 상무 선수들 역시 다를 바 없었다. 일반병과 다른 훈련을 받는 특기병이지만, 그들 역시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20대의 일부를 군대에서 보내는 군인인 건 마찬가지다. 군대 다녀온 사람, 현역 군인들이 만나서 군대 얘기를 하니 시간이 금방 흘러간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허훈(28, 180cm)과 송교창(27, 200cm)은 특히 여성 팬들이 많은 선수들인 만큼, 여성 독자들도 재밌게 읽을만한 에피소드만 고르고 골라 지면에 담았다. 기대해도 좋다. 허훈, 송교창의 군대 썰! 예썰!

※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6월호에 게재됐으며, 인터뷰는 5월 16일 진행됐습니다.

허훈, 송교창이 훈련소 썰 푼다

허훈과 송교창은 2022년 5월 16일 입소했다. KBL에서 정규리그 MVP로 선정되는 등 화려한 경력을 쌓은 선수들이었던 만큼, 이들은 훈련소에서 며칠 지나지 않아 대표팀에 차출됐다. 함께 입소한 동기들이 일찌감치 기초군사훈련을 마친 후 상무에 배치된 것과 달리, 이들은 대표팀 일정을 마친 후 훈련소로 돌아와 못다 한 기초군사훈련을 받아야 했다. 그만큼 이들이 털어놓은 훈련소 얘기도 많았다.

어느덧 입대한 지 1년이 넘었습니다. 혹시 훈련소에서의 첫날 기억나나요?
송교창(이하 교창)_기상하면 나팔 소리가 울려요. 이튿날 아침에 그걸 처음 듣는데 정말 최악이더라고요. 남자들끼리 장난삼아 몇억 주면 훈련소 다시 갈 수 있다고 하잖아요. 저는 10억 준다고 해도 안 갑니다. (저는 20살로 돌아갈 수만 있어도 군대 다시 갈 수 있어요)
허훈(이하 훈)_에이…. 진짜요? 전 훈련소만 안 간다면 돌아갈 수 있어요. 저희는 입소하고 며칠 안 지나서 대표팀에 차출됐거든요. 그래서 8월에 다시 훈련소로 돌아왔는데 지옥이었어요. 살다 살다 그런 생지옥은…. 농담입니다(웃음). 훈련소에서 배운 것도 있지만, 단체생활은 해봤어도 또 다른 단체생활이다 보니 힘들었어요. 그래도 다들 하는 거니까요. 상무에 대해선 얘기를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자대 배치받은 후 적응하는 데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어요.

훈련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는?
훈_훈련소에 돌아온 후 첫 훈련이 방독면 착용이었는데 그날 마침 폭우가 내렸어요. 그냥 비 말고 엄청 쏟아지는 폭우요. 그런데 중대장님이 훈련병들을 다 데리고 훈련하러 나가시더라고요. 조교도 군화에 이렇게 물 찬 건 처음이라고 할 정도였어요. 판초 우의 쓰고 훈련하러 가는데 이게 사람이 할 짓이 맞나 싶기도 하고….
교창_코로나19가 한창 확산 중일 때라 화생방에 들어가진 않아서 다행이었죠. 훈련소 생활을 며칠 한 후 대표팀 차출됐으니까 돌아가면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 잘 알잖아요. ‘내가 버틸 수 있을까?’란 생각에 걱정이 많았지만 그래도 (허)훈이 형이랑 같이 있어서 재밌었어요. 에피소드라고 할 수 있는 얘기는 정말 많은데 여기서 밝히긴 곤란해서 말씀 못 드리겠습니다(웃음).

사격 실력은 어땠나요?
훈_저는 진짜 잘했어요. 20발 중 11발 맞췄어요. 10발 이상이면 PX 이용할 수 있었거든요. (제가 군대 있을 때에 비하면 커트라인이 낮은데요?)아, 저희가 사격할 때는 8월이어서 풀때기가 무지막지하게 자라 있었어요. 표적을 가릴 정도였죠. 제 시력이 2.0인데도 안 보였어요. 그거 감안하면 많이 맞춘 거였죠. 100m는 거의 다 맞췄고요. (사격 자세를 취하며)북한군이었으면 헤드샷, 아니다. 인중도 맞췄을 거예요.
교창_어휴, 훈이 형 참군인이네. 10발 이상만 몇 발 맞췄는지 알려줬는데 저는 안 알려주더라고요. 10발 이하였던 걸로….

수류탄은 안 던졌나요?
교창_코로나19 여파 때문에 진짜 수류탄은 못 던져봤어요. 연습용으로 소리만 나는 거 있잖아요. 그것만 던졌는데 그날이 마침 훈이 형 생일이었어요.
훈_기억난다. 제 생일인데 그날 또 폭우가 내렸어요. 아니, 무슨 훈련만 나갔다 하면 폭우가 내려요. 그런데 교육대장님이 FM이셔서 폭우고 뭐고 항상 훈련을 나가셨어요. 29년 살면서 겪은 최악의 생일이었죠(웃음).

코로나19 여파로 훈련에 제약이 많았네요.
교창_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축구도 못하게 했어요. 원래 조교들이 웨이트 트레이닝장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고 했는데 거기도 못 썼죠. 저희는 대표팀 차출 갔다 온 후에 격리까지 했었어요. 4일 정도였나? 격리 들어가면 할 게 없으니까 책을 갖고 들어갔는데 책 안 읽는 훈이 형도 책을 읽더라고요.
훈_그때 책 처음 읽어봤습니다(웃음).

곧 있으면 첫 후임을 맞이하게 됩니다. 설레지 않나요?
훈_어제 입소했다고 들었어요. 전투식량, 육개장 많이 먹고 있겠네. (박)지원이랑 입소 전 통화할 때 팁을 알려줬어요. “훈련소 들어가면 가방 검사 안 하니까 과자랑 커피 챙겨가라. 그게 네가 살 길이다”라고 말해주니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후임들이 어떤 썰 들려줄지 벌써 궁금해요.
교창_경험 안 해보면 몰라요. 다들 해봐야 알지. (변)준형이, (전)현우가 친구예요. 현우는 조금 늦게 입소하게 됐지만, (조)한진이는 삼일중 동창이고요. 친구들과 오랜만에 같은 팀에서 운동할 수 있게 돼 기분이 남달라요.

팬들이 상무 선수들의 일과를 궁금해할 것 같아요.

훈_별다를 건 없어요. 아침점호 똑같이 하고 일과시간에 훈련 대신 운동하는 거죠. 일과시간 끝나면 대장님께 허락받아서 배구부랑 발야구, 축구도 하고요. 배구선수들이랑 많이 친해졌어요.
교창_아침점호 받으려면 연병장까지 내려갔다 와야 하는데 멀어요. 아침점호 끝나면 2km 뛰고 올라와야 하죠. 그리고 상무 야간운동이 은근히 힘들어요.
훈_밤길 조심해야지.

영화 ‘리바운드’는 봤나요?
교창_저는 시간이 안 돼 아직도 못 봤어요.
훈_재밌게 봤죠. 농구선수로서 농구 영화가 나오니 기분이 좋더라고요. 농구 영화가 또 나왔으면 좋겠어요. 원래 인생 영화는 ‘국가대표’였는데 이번에 바뀌었을 정도예요. ‘슬램덩크’도 재미없어서 보다 잤는데 ‘리바운드’ 볼 때는 안 졸았어요.
교창_진짜 훈이 형 ‘슬램덩크’ 시작한 지 10분도 안 됐는데 침 흘리면서 자고 있더라고요.
훈_그만큼 ‘리바운드’가 재밌었다는 거지. 저는 배우들이랑 회식도 같이 했는데 옆에 웬 아저씨가 와있더라고요. 회식 끝날 때까지 ‘이분은 누구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안재홍 배우였더라고요. 안재홍 배우가~ 연기를 기가 막히게 해서 영화가 살았죠. 나중에 팔로우도 했어요(웃음).

허훈 선수에게 당시 협회장기 결승전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나요?
훈_너무 옛날이라 내용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그냥 평소처럼 30~40점 차로 이긴 경기였죠. 그런데 경기 끝나고 보니 기사는 중앙고가 더 많이 나오더라고요(웃음). ‘리바운드’에서 제 역할을 했던 배우도 선수 출신이더라고요. 촬영하는 날 신들린 것처럼 농구가 더 잘 됐다고 들었어요.

‘마지막 퍼즐이 될 수 있을까’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라고 했던가. 본지에서 훈련소에 입소하는 이들을 취재한 게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어느덧 허훈, 송교창은 상병이 됐다. 전역까지 불과 5개월도 남지 않았다. 다시 말해 프로농구선수 허훈, 송교창의 모습을 볼 날도 머지않았다는 의미다. 이들에게 입대 전 마지막 시즌은 씁쓸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만큼 복귀를 준비하는 마음가짐도 남달랐다. 허훈과 송교창은 다가오는 시즌에 각각 수원 KT, 전주 KCC의 ‘마지막 퍼즐’이 될 수 있을까.

송교창 선수는 입대 전 마지막 시즌 치르다 손가락을 크게 다쳤잖아요. 현재 상태는 어떤가요?
교창_가끔 진료받긴 하는데 치료는 다 끝난 상태예요. 완전히 구부러지진 않아요. (수술했던 손가락을 구부리며)이 정도까지만 되고 있어요.
훈_너 나중에 아들 낳으면 할 얘기 많겠다. “아빠가 말이야. 이게 영광의 상처야~”라면서 자랑하면 아들이 ‘나도 저런 아빠가 되어야지’ 생각하지 않겠어?

허재 감독도 현역 시절 비슷한 부상을 당해서 손가락이 다 구부러지지 않을 텐데?
훈_맞아요. 나중에 수술받긴 했는데 그게 잘못됐다고 하시더라고요. 원래 다치자마자 수술받아야 하는데 수술 대신 회식을 가셔서…(웃음).

전반적인 몸 상태는 어떤가요?
훈_슬슬 복귀 시즌에 맞춰서 끌어올려야 할 것 같아요. 운동은 꾸준히 해왔는데 솔직히 말하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에요. 아무래도 지금은 경기가 없는 시기다 보니 경기감각 유지하는 데에 한계가 있죠. 환경 자체가 좋은 건 사실이지만 연습경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요.
교창_손가락 외에 잔부상은 딱히 없어요. 농구선수다 보니 발목이 안 좋긴 한데 그래도 운동량 자체는 팀(KCC) 있을 때 비하면 덜해서 몸이 받는 부담도 적은 것 같아요. 상무에서 좋은 습관도 생겼어요. 10시에 소등하면 훈이 형은 곧바로 곯아떨어져요. 그래서 저까지 덩달아 일찍 잠들게 돼요. 원래 새벽 1~2시는 되어야 잤거든요.
훈_밖에서도 일찍 자는 편이긴 했는데 휴가 나가면 또 달라요. 새벽까지 골프 치다 들어오거든요(웃음). 저도 발목이 안 좋긴 해요. ‘수술할까?’ 생각도 해봤는데 재활하는 쪽으로 결정했어요. 아무래도 선수들은 몸에 칼을 대는 걸 피하고 싶어 하잖아요. 제대 후에도 꾸준히 재활하며 관리할 생각이에요. 팀(KT) 트레이너와 연락도 하고 있고요.

허훈 선수는 하윤기와 함께 SK, KCC의 플레이오프 경기를 직관하러 갔던데?
훈_형(허웅)의 경기이기도 하고, 휴가 때 시간도 남고, (최)준용 형이 쉬고 있으니 같이 경기나 보자고 해서 셋이 나란히 앉았죠. SK 벤치 뒤였지만 아무래도 형이 있다 보니 KCC 응원하면서 봤어요. KCC가 이길 줄 알았는데….

입대 전 시즌을 돌아보면 아쉬움이 클 것 같아요. KT는 좋은 선수 구성으로 시즌을 치러 정규리그 준우승을 했는데 챔피언결정전에는 못 올랐습니다. 송교창 선수는 부상을 겪었던 데다 KCC도 플레이오프에 못 올랐고요.

교창_앤드류 니콜슨이 원래 블록슛 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그날따라 블록슛을 시도하는 바람에…. 그렇게 크게 다친 건 처음이었죠. 뼈가 보일 정도였으니까요. 부상 자체보단 심리적인 타격이 컸던 것 같아요. 트라우마가 아예 없을 순 없겠지만,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완벽히 떨쳐낸 건 아니지만 많이 좋아졌어요. 그런데 형 정규리그 우승한 거 아니었어요?
훈_막판에 2위로 내려갔어. 아쉽지. 4강에서도 1승밖에 못 하고…. 정규리그 우승할 수 있었는데 2위로 밀리고, 4강에서도 떨어지는 거 보면서 ‘안 되나 보다’ 싶었어요. 멤버도 좋았기 때문에 진짜 아쉬웠죠.

두 선수 모두 입대 전과 비교하면 달라진 전력의 소속팀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기대도 클 것 같은데?
훈_저희 팀이 이번 FA에서 올바른 선택을 했으면 합니다. 제발….
교창_제가 돌아간다고 크게 달라질 건 없다고 생각해요. KCC가 지난 시즌은 좋은 성적을 거둘 거라 생각했는데 운이 안 따랐던 것 같아요. 올 시즌은 선수들끼리 호흡을 잘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다음 시즌 KT가 참 기대됩니다.

두 선수가 자리를 비운 시즌에 아시아쿼터가 필리핀까지 확대됐습니다. 특히 허훈 선수는 직접적으로 맞대결해야 하는 필리핀 선수들이 많아졌는데 어떻게 봤나요?

훈_긍정적인 면도,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개인기는 한국 선수들이 보고 배울만하다고 보는데 한편으로는 아시아쿼터의 대우가 너무 좋아요. FA 취득할 수 있는 기간도 저희보다 짧잖아요. 이선 알바노, 론제이 아바리엔토스의 개인기는 확실히 놀랍더라고요. 같이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챔피언결정전 보니까 (김)선형이 형이 너무 잘하더라고요.
교창_선형이 형이 원탑인 것 같아요.
훈_아니, 나이 35살 넘어가면 농구를 더 잘하게 되는 거예요? 선형이 형도 그렇고, (오)세근이 형도 그렇고. 관중 많이 들어온 챔피언결정전 뛴다는 것도 부럽더라고요.
교창_(최)준용이 형은 벌써 우승 반지가 2개예요.
훈_아…. 진짜 부럽다. 이제 은퇴해도 되는 거 아냐? 나는 언제 챔피언결정전 뛸 수 있을까?

KT에서 함께 뛰게 될 데이브 일데폰소는 별명이 ‘필리핀의 허훈’인데?
교창_저는 제대로 못 봤어요. 누구예요?
훈_비 닮은 애 있어. 비. 그래서 필리핀에서 인기 많았던 거라고 하던데? 나도 어느 정도인가 하고 봤는데 정지훈이 아니라 정진욱인 줄 알았다(웃음).

전역까지 6개월도 정도 남았습니다. ‘병장은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한다’라는 군대에서의 말년을 어떻게 보낼 계획인가요?
훈_장기레이스를 치러야 하니까 운동에 매진해야죠. 곧 있으면 대표팀도 가야 하고요. 지금까지 많이 쉬었거든요. 사람이면 운동해야죠.
교창_그동안 사람이길 포기했던 거야?(웃음). 저도 운동에 더 매진하려고요. 프로선수들은 이제 막 시즌이 끝났지만, 저희는 지금이 운동해야 할 시기거든요. 복귀에 대비해 몸 만드는 데에 주력하려고요.
훈_입대 전까지 KBL에서 4시즌을 치렀는데 치고받는 승부를 많이 하느라 스트레스 받고 머리도 빠졌었어요.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은 심적으로 편해요. 강박관념도 없고요. 이제부터는 마음먹고 스트레스 받으면서 운동해야 할 것 같아요. 상무에서 기량이 발전해서 전역한다? 이건 사실 말이 조금 안 되는 것 같아요. 운동할 수 있는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만 스킬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스스로 몸 관리 잘하고 웨이트 트레이닝 꾸준히 하며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사진_점프볼DB(문복주,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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