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3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이현중_시행착오 끝에 보여준 가능성,그리고 과제
한국인 최초로 NBL에 진출, 기대를 모았던 이현중의 데뷔 시즌은 성공적이었다. 이현중은 감기 몸살로 1경기에 결장했을 뿐, 정규리그 27경기에 출전해 평균 17.5분 동안 7.4점 3점슛 1.3개(성공률 40%) 3.9리바운드 0.4스틸을 기록했다.
특히 일라와라가 치열하게 순위 경쟁을 펼친 시즌 막판에는 6경기 가운데 5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저스틴 테이텀 감독대행으로부터 신뢰를 받았다는 의미다. 1월 20일 애들레이드와의 경기에서는 개인 최다인 24점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쿠팡플레이에서 NBL 중계를 맡은 손대범 본지 편집인 및 해설위원은 “기대치가 100이라면 75~80 정도를 보여줬다. 식스맨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시즌 막판에는 주전으로도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제한된 시간에도 팀 내 득점 5위, 리바운드 3위에 올랐다는 건 그만큼 결실을 이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약점으로 꼽혔던 외곽 수비가 개선된 것도 고무적이었다. 손대범 위원 역시 “시즌 초반만 해도 선발 출전 이유는 스페이싱이었지만, 점차 수비와 리바운드에서도 도움을 줬다. 지역방어와 존 프레스에서만 활용됐다면, 시즌 일정이 2/3 정도 지난 후부터는 신장으로 슈터, 포인트가드를 따라다니는 압박수비도 했다.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라고 견해를 전했다.
일라와라와 3년 계약한 이현중의 최종 목표는 NBA 진출이다. 타 리그에 비해 시즌이 일찍 끝나는 NBL 특성상 시즌 종료 후 타 리그에서 뛰는 것도 가능한 조항이 포함된 계약이었다. 그만큼 수준 높은 리그에서 경험을 쌓는 것은 물론, 이후에도 경기감각을 꾸준히 유지하며 NBA 도전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물론 꿈을 이루기 위해선 NBL에서 더욱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팀 내 비중이 점차 높아진 것은 분명하지만, NBA는 NBL에서 손꼽히는 스타들에게도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손대범 위원 역시 “시간이 더 필요할 거란 생각은 들었다. 슈터라 해도 볼을 갖고 하는 공격도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은 진화가 덜 됐다. 물론 시즌 중반부터 스텝백, 돌파도 시도한 건 고무적이었다. 그런 모습을 더 보여줘야 한다. 레퍼토리가 더 늘어나야 동료들도 믿음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여준석_험난했던 도전, 진짜는 다음 시즌
곤자가대학은 NBA 리거를 대거 배출한 명문이다. NBA 통산 최다 어시스트(5806개), 스틸(3254개) 기록을 보유한 존 스탁턴 역시 곤자가대학 출신이다. 그만큼 쟁쟁한 선수들이 입학해 NBA 진출을 위한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 2학년으로 편입한 여준석이 당장 많은 기회를 얻진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를 감안해도 여준석에게 주어진 기회는 예상보다 적었다. 21경기 평균 7.8분 동안 2.5점 1.4리바운드 야투율 42.9% 3점슛 성공률 15%에 그쳤다. 1월부터는 결장하는 경기도 많아지고 있다.
“예상보다 기회가 더 적긴 하다. 곤자가대학의 토너먼트 진출이 확정된 상황이 아니어서 점수 차가 많이 벌어져도 투입 안 되는 경기도 있다. 남은 경기에서도 종종 결장할 거라 예상한다.” MBC 스포츠 플러스에서 NCAA 중계를 맡은 최연길 해설위원의 견해다.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여준석은 지난해 12월 7일 아칸소 바인블러프대와의 경기에 선발 출전하는가 하면, 11월 15일 이스턴 오레곤과의 경기에서는 덩크슛을 2차례 터뜨리며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최연길 위원은 “선발로 나선다는 건 굉장한 기회였지만, 수비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잘한 경기, 못한 경기의 편차도 컸다. 시즌 초반 전력이 약한 팀과의 경기에서는 전반부터 기회를 받기도 했는데, 수비가 특히 아쉬웠다. 맡아야 할 선수를 놓치며 실점한 상황이 너무 많았다. 협력수비를 안 들어가도 되는 상황인데 들어가서 백도어컷이나 외곽슛을 허용하는 부분은 보완해야 한다. 감독이 전반 10초를 남겨두고 투입한다는 건 마지막 수비를 해달라는 건데 그 부분이 안 됐다. 빅맨이 아닌 스윙맨을 맡는 것에 대한 어려움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NBA 도전을 위해 곤자가대학을 택한 여준석에게 대학에서 남은 기간은 최대 2년이다. 올 시즌에 많은 기회를 얻지 못해 전학 제안 등 유혹이 따를 수도 있지만, 곤자가대학에서 커리어를 쌓는 게 NBA 진출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라는 것이 최연길 위원의 견해다.
“전학은 많이 못 뛰니까 경쟁력이 떨어지는 학교로 가는 게 일반적이다. 옮기면 개인 기록은 나을 수 있겠지만, 그게 NBA 관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건 아니다. 포젬스키(골든스테이트, 일리노이→산타클라라)는 정말 드문 케이스”라고 운을 뗀 최연길 위원은 “이현중이 뛰었던 데이비슨대학과 달리 곤자가대학은 전국 중계가 많이 잡히는 학교다. 중요한 경기에서 역할을 하면 그만큼 보는 눈도 많다. 만약 (전학)제의가 들어온다 해도 곤자가대학에서 계속 도전했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바람이다. 마크 퓨 감독이 고학년에게 더 기회를 주는 스타일이라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쳇 홈그렌(오클라호마시티)은 1년만 뛰고 NBA에 도전할 선수였기 때문에 예외적인 경우다. 하치무라 루이, 심지어 존 스탁턴도 2학년 때 출전 기록은 여준석보다 적었다. 여준석 역시 3학년부터는 더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물론 향후 찾아올 기회를 잡는 것은 오로지 본인의 노력에 달렸다. 용산고-고려대 재학 시절에는 적수가 없었던 골밑에서 대부분의 공격을 소화했지만, 곤자가대학에서 여준석의 역할은 스윙맨이다. 포지션 전향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여준석이 거쳐야 할 과정이기도 하다.
최연길 위원은 “정보에 따르면, 곤자가대학은 신입생으로 1번과 5번을 보강할 것으로 보인다. 졸업을 앞두고 있는 안톤 왓슨의 자리가 여준석이 경쟁해야 할 자리가 될 것이다. 일단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여준석에겐 기회다. NBA 선수들조차 NBA 파이널보다 파이널 포의 중압감이 크다고 할 정도로 NCAA는 열기가 뜨거운 곳이다. 고려대 출신이지만, 여준석은 정기전을 못 치르고 미국으로 갔다. 미국에서 열기를 느끼는 게 ‘앞으로 더 많이 뛰고 싶다’라는 동기부여로 이어질 수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사진_일라와라 호크스, 곤자가대학 소셜미디어 캡처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