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김천/서호민 기자] “이런 큰 경기를 많이 함으로써 한 단계 성장하고 스스로 얻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21일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아이에스동서 제23회 전국초등농구대회’ 남자 초등부 8강전에서 매산초가 연장 접전 끝에 대구해서초에게 59-60으로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오창환 코치가 이끌고 있는 수원 매산초는 이번 대회 팀들 중 높이가 가장 낮다. 엔트리에 등록된 14명 중 180cm대 선수는 고사하고 하물며 170cm가 넘는 선수도 없다. 그러나 농구는 심장이 아닌 신장으로 한다고 했던가. 매산초는 신장은 낮지만 강한 압박 수비, 아기자기한 패스웍, 과감한 플레이 등 자신들의 팀 컬러를 가감없이 보여줬다.
매산초와 대구해서초의 맞대결은 대구칠곡초와 통영스포츠클럽의 12강 경기와 더불어 이번 대회 최고 명승부였다. 매산초는 에이스 장호윤(160cm, G)을 중심으로 박현준(165cm, F,C), 김민건(160cm,G) 등이 공격을 주도했다. 의욕적으로 경기에 나선 매산초는 자신들의 팀 컬러를 잘 살려 1쿼터부터 리드를 잡았다.
패스 몇 번이면 찬스가 났고 매산초 선수들은 쉽게쉽게 득점했다. 하지만 후반 3, 4쿼터 곽승훈을 앞세운 대구해서초의 공세에 밀려 전반과 같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좀처럼 득점이 나오지 않았다. 3쿼터 9점 밖에 못 넣는 사이 19점을 실점하며 리드를 빼앗겼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매산초가 아니었다. 마지막 순간 더 불타오르는 양팀의 경기였다. 2점 차로 뒤지고 있던 종료 12초 전, 압박 수비를 통해 대구해서초의 인바운드 패스를 스틸했고, 이를 김민건이 극적인 동점골을 성공하며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연장 승부 역시 짜릿했다. 연장전 선취 득점은 매산초의 몫이었다. 장호윤과 박현준의 연속 득점으로 연장전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한 매산초였다.
이렇게 흐름을 탄 매산초가 승기를 가져오는 듯 했지만 끝내 웃지는 못했다. 곽승훈에게 속공과 골밑슛을 연이어 허용한 매산초는 다시 역전을 허용했고, 막판 뒷심에서 밀리며 아쉬운 1점 차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매산초 선수들은 패배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진한 아쉬움을 표현했다.
경기 종료 후 헤드라인을 장식한 건 종료 직전 극적인 역전슛 포함 36점을 폭발한 곽승훈이었지만, 그의 슛이 조금만 림을 엇나갔다면, 아마 이날 작성된 경기 기사의 제목은 매산초로 장식됐을 것이다.
그만큼 매산초 선수들이 보여준 투지와 끈기는 충분히 박수받을만 했다. 180cm대 선수들이 우글거리는 대구해서초를 상대로 승리 목전까지 뒀고, 경기 내내 몸을 날려 수비하면서 조금이라도 기회를 늘려가기 위해 노력하는가 하면 속공 찬스에선 성공 유, 무를 떠나 최선을 다해 림을 향해 돌진했다.
선수들의 투지에 경기를 지켜보던 학부모, 관계자들 역시 승패에 상관없이 큰 박수를 보냈다.
팀의 에이스로 패배를 무척이나 아쉬워한 장호윤은 “원래는 이렇게까지 점수 차가 날 경기가 아닌데 우리 집중력이 부족했고 자만한 것 같다. 골 결정력이 떨어지면서 후반 대구해서초에게 승리를 내준 것 같아 너무 아쉽다”고 패배를 아쉬워했다.
4쿼터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로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간 김민건도 “배운 것이 많은 경기였다. 자만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긴장이 많이 되기도 했다. 이번 대회 때 드러난 약점을 더 보완해 다음 달 소년체전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매산초를 이끌고 있는 오창환 코치 역시 “너무 아쉽지만 잘 싸워줬다”며 선수들을 다독인 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원팀의 중요성을 그 어느 때보다 강조했는데 아이들이 주문한 바를 너무 잘 보여줬다. 경기를 치를수록 경기력이 많이 올라왔다는 걸 느꼈고 이타적인 플레이도 많이 나왔다. 기특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큰 경기를 많이 함으로써 한 단계 성장하고 스스로 얻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아직 초등학생 친구들이고 성장이 필요한 선수들이기 때문에 성적도 중요하지만 성장에 포커스를 맞춰 지도하는 게 맞다고 본다. 분위기를 잘 추슬러 소년체전까지 보완해야 될 부분을 보완한 뒤 다가올 소년체전에선 더 나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너무나도 아쉬운 패배를 당했지만 초등농구의 취지에 걸맞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매산초가 내달 열릴 소년체전에서는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_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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