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를 보며 가드의 플레이를 연구해
U18 대표팀은 4경기에 출전해 총 7득점
가드 변신 3년 만에 국가대표 가드 우뚝 [점프볼=조원규 칼럼니스트]
"보석이 들어있는 광석을 발견했다고 생각한다"
24일 호주와 아시아컵 예선 경기 후, 안준호 대표팀 감독은 문유현을 "보석이 들어있는 광석"이라고 극찬했다."아직 멀었지만 양동근과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하다"고도 했다.
▲ 양동근을 닮고 싶었던 소년
무룡고 2학년 때까지 문유현은 득점력 좋은 포워드였다. 그런데 키가 자라지 않았다. 포워드로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양동근, 김시래의 영상을 보면서 가드의 플레이를 연구했다. 학교 1년 선배 김휴범(중앙대 3년)에게 조언도 받았다.
특히 양동근의 플레이를 많이 봤다. 양동근의 승부욕, 집중력, 투지 있는 플레이가 좋았다. 양동근처럼 팀에 없어서는 안될 선수가 되고 싶었다. 노력의 결과 고3 때는 양동근과 같은 포지션에서 뛸 수 있었다.
포워드와 가드의 플레이는 차이가 크다. 다재다능하지만 리딩을 잘한다는 평가는 아니었다. 당시 기사를 보자.
▲ 2021년 추계연맹전. 문유현은 슈팅가드로 지도자가 선정한 베스토5에 뽑혔다. |
“(문)유현이는 워낙 다재다능한 선수다. 공격에서 동료들 찬스를 만들 줄 아는 능력도 지녔다. 다만, 제 공격을 할 때와 동료에게 패스를 줄 때가 구분돼 있다 보니 상대에게 간파를 당하기도 한다. 지금보다 상대를 좀 더 교란하는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2021년 '지도자가 선정한 추계연맹전 베스트5'에 선정된 문유현에 대한 배경한 무룡고 코치의 평가다. 슛을 던질 때, 패스를 할 때가 상대에게 읽힌다는 지적이다. 2022년 '지도자가 선정한 연맹회장기 베스트5'에 선정됐을 때도 비슷한 평가였다.
"부단한 노력 끝에 포인트가드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중략) 다만, 공격 과정에서 팀원들을 너무 살려주려는 경향이 짙은 만큼 좀 더 상대를 교란시키는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 고려대, 주희정 감독을 만났다
U18 대표팀에 뽑혔다. 대표팀은 우승했다. 그러나 문유현은 이주영, 이채형, 강성욱에게 밀려 벤치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 슬럼프가 왔다. 가드로서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 많았다.
형(KT 문정현)이 있는 고려대에 진학했다. 이주영, 이채형이 진학한 연세대와 비교하면 고려대의 앞선 보강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다수였다. 팀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잡은 형 덕분에 왔다는 얘기도 나왔다.
2023년 3월 14일, 단국대와 경기에서 대학 무대 첫 선을 보였다. 31분 10초를 뛰며 8득점 4리바운드 3어시스트 3스틸. 데뷔전으로는 무난한 성적이다. 다만 필드골 성공률이 33.3%로 낮았다.
다음 경기는 최약체인 조선대. 14분 33초를 뛰며 16득점을 올렸다. 8개의 야투를 던져 7개를 넣었다. 그러나 평가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조선대 전력이 워낙 약했기 때문이다.
이후 꾸준히 20분 이상 출전했다. 10경기를 치렀을 때 기록은 평균 10.9득점 5.1어시스트 2.5스틸. 2점 슛 성공률 56.3%와 3점 슛 성공률 44.4%로 효율도 높았다. 기대치가 올라갔다. U19 대표팀에 선발된 것은 당연했다.
▲ U19 세계선수권. 문유현은 득점 리더이자 백코트 에이스였다. |
U18 대표팀과 U19 대표팀의 문유현은 달랐다. 헝가리와 예선 1차전에서 15득점 3어시스트 2스틸, 다음 상대인 튀르키예전은 22득점 5어시스트 3스틸을 기록했다.
아르헨티나와 예선 마지막 경기는 6득점으로 주춤했으나, 세르비아와 16강전에서 22득점 4어시스트 5스틸로 맹활약했다.
U18 아시아컵에서 문유현은 총 7득점을 기록했다. 4경기에 출전했으니 평균 1.75점이다. U19 월드컵은 14.1득점이다. 4.9개의 어시스트와 3개의 스틸을 더했다. 명실상부한 백코트 에이스였다. 첫 대표팀에서의 악몽을 말끔하게 지웠다.
2023년 대학리그 플레이오프는 문유현에게 잊지 못할 기억이 됐다. 라이벌 연세대와 결승전에서 우승을 결정 짓는 3점 슛을 메이드했다. 당돌한 새내기는 큰 경기에서 떨지 않았다. 큰 경기를 더 즐겼다.
클러치 상황에서 믿음을 주는 선수가 있다. 주희정 감독에게 문유현이 그렇다. 지난 6월, 주 감독은 "배짱이 좋다. 클러치에 믿고 맡길 수 있는 선수"라고 했다. 그래서 많은 주문을 하지 않는다.
▲ 클러치에 믿고 맡길 수 있는 선수
"지금 문유현은 너무 많은 길이 보인다. 농구에 눈을 뜬거다. 그래서 오히려 선택을 못한다. 이 단계를 지나면 더 무서운 선수가 된다"라는 말도 했다. 눈을 떴으나,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건국대와 플레이오프 결승전 후에는 "또 성장했다. 득점할 때와 패스할 때를 구분할 줄 안다. 해결해야 할 때는 확실하게 해결한다. 지금처럼 성장하면 양동근 같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극찬했다.
문유현은 결승에서 29득점 1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팀이 기록한 79득점 중 최소 55점 이상이 문유현의 손에서 나왔다.
문혁주 건국대 코치는 "문유현 수비 방법을 플랜C, 나아가 플랜D까지 준비할 걸 싶었다. 문유현이 그만큼 좋은 선수였다. 그게 제일 아쉬웠다"라고 결승전을 돌아봤다.
MVP를 수상한 문유현은 "우승한 뒤 울컥해서 화장실에서 울었다"고 했다. 가드가 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지 3년 만에 대학 최고의 가드가 됐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포지션 변경에 성공한 선수는 드물다. 특히 가드는 더 그렇다.
▲ 대학리그 플레이오프 우승과 MVP를 수상한 문유현 |
호주와의 경기 후 이현중은 문유현을 "이미 프로 레벨의 선수라고 생각"한다며 "감독님이 이미 말씀하셨다시피 나도 깜짝 놀랐다. 앞으로 정말 기대되는 선수다"라고 했다.
U18 대표팀에서 출전 기회를 못잡았던 문유현이 2년 만에 A-대표팀에서 극찬을 받을 정도로 성장했다. 중요한 점은, 아직은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가드 3년 차다.
이제 팬들은 '문유현의 형 문정현'이라며 미소를 보낸다. 문유현의 농구 인생은 이제 2쿼터를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