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도 처음이에요”
남고부 D조 용산고와 휘문고의 예선 첫 경기. 두 팀은 각각 7명만 뛰었다. 대표팀 차출, 부상 등의 이유로 뛸 수 있는 선수가 적었다. 치열했던 경기는 의외의 곳에서 승부가 갈렸다. 용산고의 김민재, 김윤서, 김태인이 차례로 5반칙 퇴장을 당한 것. 부상으로 빠진 선수도 있어 4쿼터 후반 코트에 서 있는 용산고 선수는 3명에 불과했다.
3명만 뛴 것은 처음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세범 용산고 코치는 “4명도 처음”이라고 답했다. 용산고는 약 20일에 걸쳐 두 개의 대회에 참가했다. 장혁준과 에디 다니엘은 U18 대회 참가를 위해 30일 새벽에 출국했다. 경기는 휘문의 승리로 끝났다.
“우리는 인헌이 아니야”
용산고와 휘문고 다음 경기는 경복고와 강원사대부고다. 경복고는 올해 3관왕을 차지했고, 강원사대부고는 올해 전국대회 승리가 없다. 그런데 경복고는 지난 25일부터 경북 구미에서 열린 ‘제32회 한·중·일 종합대회’에 참가했다. 7월 26일을 시작으로 17번의 공식 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펼쳤다.
경기 전 임성인 경복고 코치와 강원사대부고 정병호 코치가 체육관 앞에서 마주쳤다. 경복고를 만나 부담이라는 정 코치에게 임 코치는 피로를 호소하며 “우리는 인헌고에게 진 팀이야”라며 쓰게 웃었다. 정 코치도 “우리는 인헌이 아니야”라며 쓰게 웃었지만, 정 코치 부임 후 강원사대부고가 점점 단단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전력의 차이가 너무 컸다. 경복고가 54점 차로 이겼다.
“이긴 경험이 없다.” 그래도 “너무 고맙다.”
4쿼터 8분여를 남기고 65-66. 충주고 이창수 코치는 "괜찮아. (수비) 하나만 잡으면 돼“라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올해 충주고는 전국대회 승리가 없다. 주말리그 권역별 대회도 4전 4패. 권역별 대회에서 만났던 팀들의 전력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그런데 득실 마진이 –27.3점이었다.
그랬던 충주고가 부산중앙고를 이길뻔했다. 부산중앙고는 춘계연맹전에서 강호 전주고와 홍대부고를 이겼다. 협회장기도 전주고와 청주신흥고를 연파하며 다크호스의 면모를 뽐냈다. 충주고에게 다행이라면 부산중앙의 주전 빅맨 이정호(197)가 부상으로 나올 수 없다는 점이다.
충주고 베스트 5의 평균 신장은 176센티다. 프로필 신장이니 더 작을 수도 있다. 최장신은 1학년 이지우. 182센티의 가드 겸 포워드다. 충주고의 힘이 좋은 1학년 빅맨 박현근(196)도 부상으로 대회에 나오지 못했다.
4쿼터 5분을 남기고 점수는 70-70. 부산중앙고가 먼저 5점을 달아났다. 충주고가 5점을 추격했다. 부산중앙고가 다시 4점을 달아났다. 남은 시간은 2분 20초. 점수는 79-75. 1분 넘게 점수의 변화가 없었다. 이제 시간은 부산중앙고의 편이다.
1분 7초를 남기고 충주고 공격. 아쉬운 오펜스 파울이 나왔다. 부산중앙고는 풋백 득점으로 다시 점수를 벌렸다. 남은 시간은 39.4초. 변수를 만들기에 너무 짧은 시간이다. 경기는 부산중앙고의 6점 차 승리로 끝났다.
이창수 코치는 ”우리 선수들은 이긴 경험이 없다. 그래서 4쿼터 후반에 냉정하지 못했다“라며 ”우리는 올해 1, 2학년이 뛰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지고 있다. 오늘도 선수들은 100% 이상 해줬다. 너무 고맙다“고 했다.
"전패를 당해도 괜찮다."
낙생고 1학년 유하람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고등학교 선수 중 하나다. 맨발로 204센티의 신장이 매력적이다. 3월에 측정했을 때 201.6센티였으니 5개월 동안 2센티 이상 자랐다. 아직 성장판이 열려 있다. 박규훈 낙생고 코치는 ”지금도 크고 있고 앞으로 3~4센티는 더 클 것 같다“고 했다.
유하람은 작년 10월에 엘리트 농구를 시작했다. 5월 연맹회장기부터 본격적으로 대회에 참가했다. 6월 주말리그 권역별 대회를 앞두고 박 코치는 ”전패를 당해도 괜찮다. 경기 경험을 통해 유하람을 성장시키겠다“고 했다. 이 대회에서 유하람은 평균 25분 36초를 뛰었다.
유하람은 얼마나 성장했을까. 박 코치는 “농구에 대한 이해도, 내 포지션에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눈을 뜨고 있다”라며 “농구를 시작한지 아직 1년이 채 안 됐지만 성실하고 습득력이 빠르다. 그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추계연맹전 예선 첫날. 유하람은 양정고와 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힘들다. 체력이 좋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 학교가 체력 훈련을 많이 해서 부족함 없이 뛰고 있다"고 했다. "아직 기본기가 약하고, 수비 전술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지만 경기를 통해 “리바운드나 수비 위치 잡는 것, 골밑슛 능력이 좋아졌다”고 한다.
지금 유하람에게 중요한 것은 “뭐든지 열심히 하는, 궂은일도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는 것”이다. 미래의 유하람은 “하윤기나 이두원 선수 같은, 탄력도 좋고 슛 터치도 괜찮은 선수가 되는 것”이다.
지금 중고농구에는 장신 선수가 귀하다. 그래서 많은 농구인이 유하람의 성장 속도에 주목한다. 현장의 평가는 나쁘지 않다.
▲ 추계연맹전, 관전 포인트
양정고, 용산고, 청주신흥고, 충주고, 휘문고는 이날 3학년 선수가 출전하지 않았다. 부상으로 인한 결장도 있다. 그러나 내년을 대비하는 포석이 더 강하다. 이번 대회 성적이 고3 선수들의 대입에는 영향이 적다는 것도 이유다. 체육특기생 제도는 남자 고교농구에 여러모로 영향을 준다.
여기에 U18 대표도 빠졌다. 그러다 보니 뛸 선수가 부족한 팀이 많다. 용산고가 그랬다. 휘문고도 그랬다. 선수층이 얇은 광주고는 주전 5명 중 2명이 부상으로 빠졌다. 이번 대회는 팀 성적보다 저학년 선수들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
휘문고 2학년 김재욱(185)은 아픈 발목을 절뚝거리며 3점 슛 3개를 연속 성공시키는 투혼을 발휘했다. 용산고 2학년 김태인(185)은 5개의 3점 슛으로 맞불을 놨다. 광신방예고 2학년 채현태(193)는 이미 많은 대학에서 주목하는 선수다. 이날도 3점 슛 5개 포함 29득점 12리바운드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안양고 백지훈(195)은 1학년이다. 팀은 패했지만, 매 쿼터 꾸준한 득점으로 30점을 적립했다. 광주고 박주현(181)도 1학년이다. 문화중 시절부터 주목받은 어린 가드는 넓은 코트비전을 뽐내며 10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내년, 내후년 고교농구를 빛낼 별들이 상주의 코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