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조영두 기자] 이웃나라 일본 B.리그에는 이대성(미카와), 양재민(센다이), 장민국(나가사키)까지 3명의 한국선수가 활약 중이다. 3부 리그인 B3까지 범위를 넓히면 박세진(가나자와)과 장문호(카가와)도 있다. 일본이 2023 FIBA 농구 월드컵에서 선전하며 일본농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그렇다면 B.리그에는 어떤 선수들이 뛰고 있을까. 점프볼은 매달 B.리그에서 뛰고 있는 자국선수와 외국선수를 한 명씩 소개하는 코너를 기획했다. 3월호 주인공은 일본농구의 잔뼈 굵은 베테랑 히에지마 마코토(34, 191cm)와 닉 파제카스(39, 207cm)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3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MAKOTO HIEJIMA
혜성처럼 등장한 슈팅가드, 해외무대에 도전장
아오야마 가쿠인대 출신의 히에지마는 B.리그의 전신 NBL 소속 아이신 씨호스즈(현 씨호스즈 미카와)에 입단했다. 데뷔 시즌부터 두각을 나타낸 그는 단숨에 팀의 주전 슈팅가드 자리를 차지했고, 2013-2014시즌 58경기 평균 30.2분 동안 11.8점 3.1리바운드 3.0어시스트의 기록을 남겼다. 2016-2017시즌 일본 B.리그가 새롭게 출범했고 아이신 씨호스즈는 씨호스즈 미카와로 팀 이름을 변경했다. 참가팀이 24팀으로 늘었고, 리그 수준도 한층 높아졌지만 히에지마의 기량은 꾸준했다.
히에지마가 가장 빛난 건 2017-2018시즌이다. 정확한 외곽슛과 더불어 상대 수비의 타이밍을 뺏는 돌파로 팀의 득점을 책임졌다. 플레이 스타일이 이정현(삼성)과 비슷하다. 또한 패스에도 눈을 뜨며 빈 곳의 동료들을 살려줬고, 평균 1.2개의 스틸로 수비에서의 공헌도 역시 높았다. 그는 59경기에서 평균 26.4분을 뛰며 12.9점 3.0리바운드 4.2어시스트로 커리어하이를 작성, 정규리그 MVP와 베스트5를 동시에 수상했다. 프로 데뷔 5시즌 만에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이었다.
히에지마는 2018-2019시즌을 앞두고 정들었던 미카와를 떠나 도치기 브렉스(현 우츠노미야 브렉스)로 이적을 선택했다. 해외무대 도전을 위해서다. 도치기는 히에지마의 해외진출을 적극 돕겠다는 약속을 했다. 히에지마는 2018-2019시즌 호주 NBL 브리즈번 불렛츠와 계약을 체결하며 해외리그 진출에 성공한다. 하지만 NBL의 벽은 높았다. 리그 적응에 실패했고,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정규리그 3경기 평균 0.6분밖에 뛰지 못했다. 시즌 중반 방출된 그는 남은 시즌을 도치기에서 보냈다.
그럼에도 히에지마의 도전 의지는 강했다. 2019년 뉴올리언스 펠리컨스 소속으로 NBA 서머리그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아쉽게 서머리그에서도 히에지마는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2경기 평균 5.2분을 소화하는데 그치며 다시 일본으로 돌아왔다. 결과적으로 해외진출은 실패로 끝났지만 큰 무대에서 경험치를 쌓으며 한 단계 더 성장하게 됐다.
파이널 MVP 수상, 우츠노미야의 간판스타로
해외 도전을 마치고 도치기로 복귀한 히에지마는 2019-2020시즌, 2020-2021시즌 부상으로 잠시 주춤했다. 그러나 2021-2022시즌 팀 이름이 도치기에서 우츠노미야로 바뀜과 동시에 완벽하게 부활에 성공했다. 정규리그 MVP 시절 기량을 되찾으며 에이스 노릇을 톡톡히 했다. 시즌 기록은 57경기 평균 22.7분 출전 11.5점 2.2리바운드 3.9어시스트.
히에지마의 득점력은 플레이오프 들어 더욱 물이 올랐다. 동부 지구 4위로 와일드카드 자격을 얻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우츠노미야는 히에지마를 앞세워 치바 제츠, 가와사키 브레이브 썬더스를 각각 2연승으로 꺾고 파이널에 진출했다. 파이널 상대는 정규리그 1위 류큐 골든 킹스였다. 류큐의 우세가 예상됐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반대 양상이 펼쳐졌다. 우츠노미야가 상승세를 이어가며 2연승으로 우승을 차지한 것. 히에지마는 1차전 17점 2리바운드 4어시스트, 2차전 24점 4리바운드 2어시스트로 활약하며 파이널 MVP를 차지했다. 해외 도전 실패, 부상으로 부침을 겪은 이후에 얻은 성과라 더욱 의미가 컸다.
6시즌 째 우츠노미야에 몸담고 있는 히에지마는 팀의 간판스타다. 우츠노미야 홈구장 우츠노미야 브렉스 아레나를 방문하면 히에지마 유니폼을 입고 있는 팬들이 가장 많이 눈에 띈다. 우츠노미야역에는 일본 최초의 NBA리거 타부세 유타와 히에지마의 사진이 부착되어 있다. 그는 2024 B.리그 올스타게임 in 오키나와 팬 투표에서 47만 3282표를 휩쓸며 전체 1위에 올랐다. 그가 얼마나 많은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올 시즌에도 히에지마는 꾸준한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2월 20일 기준 39경기에서 평균 24.0분을 뛰며 12.7점 2.7리바운드 3.8어시스트의 기록을 남겼다. 단신 외국선수 DJ 뉴빌과 귀화선수 게빈 에드워즈를 데려오며 전력이 업그레이드 된 우츠노미야는 현재 32승 7패(2월 20일 기준)로 알바크 도쿄(32승 7패)와 승차 없는 동부 지구 2위에 랭크되어 있다. 3위 치바(25승 14패)와의 승차는 7경기로 플레이오프 진출이 유력하다. 히에지마가 한번 더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 히에지마 마코토 프로필
생년월일
1990년 8월 11일
신장/체중
191cm/88kg
포지션
가드
출신학교
라쿠난고-아오야마 가쿠인대
선수경력
2013~2018 아이신 씨호스즈-씨호스즈 미카와(일본)
2018~2019 브리즈번 불렛츠(호주)
2019~현재 도치기 브렉스-우츠노미야 브렉스(일본)
NICK FAZEKAS
미국서 좌절한 백인 빅맨, 일본 무대를 폭격하다
랠스턴 밸리고 시절 콜로라도주에서 손꼽히는 유망주였던 파제카스는 네바다대에 입학했다. 1학년부터 꾸준한 출전 시간을 받은 그는 3학년(21.9점 10.4리바운드)과 4학년(20.4점 11.1리바운드) 시절 평균 20-10을 작성하며 4년 연속 팀을 NCAA 토너먼트로 이끌었다. 4년 동안 총 2464점을 기록, 네바대대 최다 득점자에 이름을 올렸다. 파제카스의 공로를 인정한 네바다대는 2019년 그의 등번호 22번을 영구 결번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파제카스는 2007년 NBA 드래프트에서 다소 낮은 순위인 전체 34순위로 댈러스 매버릭스에 지명됐다. 그렉 오든(1순위·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 케빈 듀란트(2순위·시애틀 슈퍼소닉스), 알 호포드(3순위·애틀랜타 호크스)가 지명된 때다. 뛰어난 리바운드 능력, 정확한 슈팅력, 높은 BQ에 반해 운동능력과 순발력이 매우 떨어졌기 때문. 몸싸움을 기피하는 것도 지명 순위가 밀린 이유 중 하나였다.
NBA에서 살아남기에는 파제카스의 경쟁력이 부족했다. 2007-2008시즌 댈러스에서 4경기 평균 2.3분을 뛴 뒤 방출됐다. 이후 LA 클리퍼스와 계약, 22경기 평균 11.8분을 소화하며 4.7점 3.9리바운드의 준수한 기록을 남겼지만 거기까지였다. 서머리그와 D리그(현 G리그)에서 NBA 재진입을 노렸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아시아 무대로 눈을 돌린 파제카스는 2012년 JBL 소속 도시바 브레이브 썬더스(현 가와사키 브레이브 썬더스)에 입단했다. 데뷔 시즌 정규리그 50경기에서 평균 28.4분을 뛰며 21.1점 12.3리바운드 1.3어시스트로 활약해 성공적으로 안착한 그는 두 번째 시즌부터 리그를 폭격하기 시작했다. 순발력과 운동능력은 떨어졌지만 정확한 슈팅을 활용해 득점을 쓸어 담았다. 포스트업 능력은 부족했으나 페이스업 능력을 갖추고 있었고, 훅슛과 페이드어웨이슛으로 재미를 봤다. 207cm의 높이는 아시아 무대에서 많은 리바운드를 잡아내기에 충분했다.
파제카스는 2013-2014시즌(평균 26.0점 13.1리바운드 2.2어시스트) 팀 우승을 이끌며 베스트5, 정규리그 MVP, 파이널 MVP를 모두 휩쓸었다. 2015-2016시즌(평균 25.3점 13.3리바운드 1.8어시스트)에도 베스트5와 파이널 MVP에 선정됐다. 가장 돋보였던 시즌은 B.리그 출범과 동시에 팀 이름이 가와사키 브레이브 썬더스로 바뀐 2016-2017시즌이었다. 60경기에서 평균 30.2분을 뛰며 27.1점 12.7리바운드 2.4어시스트로 커리어하이를 작성했다. 파제카스를 앞세운 가와사키는 중부 지구 1위(49승 11패)를 차지했고, 그는 정규리그 MVP와 베스트5를 거머쥐었다. B.리그 최고 외국선수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일본으로 귀화, 이제는 B.리그 레전드
일본에서 6시즌을 뛴 파제카스는 2018년 일본 국적을 취득했다. B.리그는 외국선수 2명과 더불어 귀화선수 또는 아시아쿼터선수가 코트에서 함께 뛸 수 있다. 덕분에 가와사키는 외국선수 2명과 파제카스를 함께 기용할 수 있게 됐다. 파제카스 또한 일본 국가대표로 뛰면서 수당과 명예를 동시에 챙길 수 있는 기회였다. 파제카스가 합류한 일본은 2019 FIBA 중국 농구 월드컵 예선에서 강호 호주를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당시 호주에는 쏜 메이커, 매튜 델라베도바 등 NBA리거가 포진해있었다. 파제카스는 25점 12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작성하며 하치무라 루이(24점 7리바운드)와 함께 승리에 앞장섰다.
그는 2019 FIBA 농구 월드컵 본선에서도 일본 유니폼을 입고 코트를 누볐다. 비록, 일본은 5전 전패를 기록했지만 파제카스는 5경기 평균 27.6분을 소화하며 14.4점 7.4리바운드 1.2어시스트의 기록을 남겼다. 특히 뉴질랜드와의 순위 결정전에서는 3점슛 5방 포함 31점 9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패배 속에서도 빛났다.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들었음에도 파제카스의 기량은 여전했다. 활동량이 떨어지며 리바운드 수치가 하락했지만 정확한 슈팅력을 앞세운 공격은 날카로웠다. 노련미가 쌓이며 동료들의 찬스를 봐줬고, 그 결과 어시스트 수치가 증가했다. 그는 2019-2020시즌(평균 23.2점 11.0리바운드 3.7어시스트)과 2020-2021시즌(평균 19.7점 8.9리바운드 4.3어시스트)에는 베스트5를 수상하며 최고의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세월을 빗겨 갈 순 없었다. 올 시즌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결장하는 경기가 많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27경기에서 평균 26분 40초를 뛰며 15.7점 8.0리바운드 3.6어시스트의 기록을 남겼다. 지난해 12월 2일 나가사키 벨카전에서는 개인 통산 9000점을 돌파하기도 했다. B.리그 역사상 개인 통산 9000점 달성은 파제카스가 최초다. 현재 통산 득점 2위(9212점), 리바운드 1위(3496개)에 랭크되어 있다. 미래에 B.리그 명예의 전당이 생긴다면 당연히 파제카스의 이름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그의 발자취는 일본프로농구 역사에서 대단했다.
▼ 닉 파제카스 프로필
생년월일
1985년 6월 17일
신장/체중
207cm/114kg
포지션
센터
출신학교
랠스턴 밸리고-네바다대
선수경력
2007~2008 댈러스 매버릭스(NBA)
2008 LA 클리퍼스(NBA)
2008~2009 오스텐데 베이스(벨기에)
2009~2010 JDA 디죵(프랑스)
2010~2012 리노 빅혼스(NBA D리그)
2012 페트론 블레이즈 부스터스(필리핀)
2012~현재 도시바 브레이브 썬더스-가와사키 브레이브 썬더스(일본)
# 사진_B.리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