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이재범 기자] 조우성이 신인선수 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 선수 최초로 더블더블을 작성했다.
서울 삼성은 17일 전주체육관에서 열린 전주 KCC와 맞대결에서 87-72로 승리하며 5연패에서 벗어났다. 한 때 9위까지 떨어졌던 삼성의 순위는 이날 승리로 공동 7위(9승 13패)로 상승했다.
4쿼터에만 18점을 집중시킨 이정현(30점 4리바운드 3어시스트)이 가장 돋보였고, 이호현(14점 5리바운드 6어시스트)과 이매뉴얼 테리(16점 11리바운드)도 두드러졌다.
이 가운데 조우성도 빼놓을 수 없다. 조우성은 이날 10점 10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더블더블을 작성했다.
부상으로 빠진 이원석의 자리를 채우고 있는 조우성의 신장은 206cm. 빅맨이 더블더블을 작성하는 건 당연하게 여길지 모른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조우성의 드래프트 지명순위가 21순위, 즉 3라운드라는 것이다.
조우성은 뒤늦게 농구를 시작했음에도 골밑을 든든하게 지키며 대학 시절 주전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부상으로 기량을 만개하지 못한 편이었다.
동국대 4학년 때는 1라운드 후보로 꼽히기도 하고, 최소한 2라운드 중반 지명이 예상되는 선수였다.
예상은 언제나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조우성은 2라운드 마지막인 20번째까지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삼성은 1순위로 이원석을 뽑았음에도 3라운드 1순위(전체 21순위)로 조우성을 호명했다.
삼성이 당시 이원석과는 다른 스타일이라고 해도 또 장신 선수를 뽑은 게 현명한 선택이었다.
은희석 삼성 감독은 지난달 25일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맞대결을 앞두고 “(이원석과 조우성은) 워낙 성향이 다르다. 이원석은 골밑과 외곽을 다 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키울 거다. 조우성은은 골밑에서 강한 성향이 있다. 우성이를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우성의 지명 순위가 예상보다 많이 밀린 이유 중 하나는 느리다는 점이다. 아무리 신장이 좋다고 해도 발이 느려 스피드와 스페이싱이 대세인 프로농구에서 어떻게 활용할지 의문부호가 붙은 것이다.
그럼에도 조우성을 아는 농구 관계자들은 실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고, 머리가 좋은 점을 높이 샀다. 더불어 동국대가 김종호 중심이 아닌 조우성 중심으로 돌아갈 때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준 것도 긍정적이었다.
발이 느리다고 해도 힘이 좋아 외국선수 수비 선수로 활용 가능한 점도 조우성의 장점으로 꼽혔다.
이런 조우성이 3라운드 이후 지명된 선수 가운데 최초로 더블더블을 작성했다.
1997시즌 출범한 KBL에서 국내선수(라건아 제외, 아시아쿼터 제도로 활약하는 선수는 포함) 더블더블은 총 1728회 나왔다. 서장훈이 204회로 가장 많고, 그 뒤를 하승진(111회), 주희정(91회)이 잇는다.
하지만, 1회 이상 더블더블을 작성한 150여명의 국내선수 가운데 3라운드 이후 지명된 선수는 조우성이 유일하다.
조우성은 이날 경기를 마친 뒤 중계방송사와 인터뷰에서 “팀이 연패를 하고, 외국선수도 다치고, 주축 선수 중에서 다친 선수도 있다. 팀이 위기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감독님께서는 우리가 하던 거 하면 된다고 좋게 말씀해주시고, 이정현 형, 김시래 형 등 형들도 분위기가 안 처지게 해줘서 이긴 거 같아 기분이 좋고, 감사하다”며 “(감독님께서) 엄청난 큰 걸 주문하시는 게 아니라 달려주고, 스크린을 건 뒤 빠지고, 브릿지 역할을 해주고, 간단한 기본을 해주면 잘 될 수 있고, 좋은 결과가 있다고 말씀하셔서 기본에 충실했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드래프트에서 뒤늦게 불린 덕분에 조우성은 KBL 역사의 한 페이지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사진_ 점프볼 DB(박상혁, 이청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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