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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두의 꼬치 COACH] “가장 중요한 건 믿음이에요” 고려대 김태형 코치

조영두 기자 / 기사승인 : 2024-05-28 13:3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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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조영두 기자] 현재 KBL과 WKBL에는 총 39명의 코치가 각 팀의 감독을 보좌하고 있다. 이중 스타플레이어 출신이 있는 반면, 선수 시절 다소 주목을 받지 못했던 코치도 있다. 이번 코너에서는 화려한 선수는 아니었지만 당당히 지도자로 성공한 이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6월호에는 대학무대로 시선을 옮겼다. 고려대 김태형 코치가 주인공이다. 2011년 프로에 발을 내딛은 김태형 코치는 선수생활 대부분을 D리그에서 뛰었다. 2019년 은퇴를 선언한 그는 주희정 감독의 부름을 받아 고려대 전력분석으로 합류했고, 2020년 코치로 승격되어 선수 육성에 힘쓰고 있다. 지도자를 향한 열정이 강하게 느껴졌던 김태형 코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6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언제 농구를 시작했나요?
초등학교 4학년이었어요. 친누나가 선일여고에서 농구를 하고 있었거든요. 누나를 따라 체육관에 자주 갔는데 제가 전교에서 달리기가 가장 빨랐어요. 선일여고 코치님이 저를 보고 연가초등학교에 소개해주신 거죠. 그래서 테스트를 보고 농구부에 들어가게 됐어요.

명지고 시절 유망주로 평가받았는데 어떤 선수였나요?
스코어러였죠. 조금 건방지게 생각한다면 공을 잡고 아무 생각 없이 득점이 가능할 정도였어요. 득점력에 워낙 자신이 있어서 스스로 발전하기 위해 대회 나가면 일부러 어시스트 연습을 할 정도였어요. 제 득점보다 무조건 동료들의 찬스를 봐주려고 했죠. 고등학교 시절에 실력이 많이 늘었던 것 같아요.

성균관대 진학 후에는 슬럼프를 겪었습니다.
제 정체성에 혼돈이 왔어요. 코트에서 뭘 해야될지 몰랐죠. 당시 성균관대가 선수들을 잘 뽑았어요. 김일중, 김민섭 등 유망주들이 고려대, 연세대의 제의를 뿌리치고 성균관대에 갔으니까요. 근데 다들 개성이 강해서 융화가 안 됐어요. 그리고 조성태 감독님이 저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죠. 그래서 살아남으려고 수비에 더 집중했어요. 체력은 자신 있어서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까지 다 소화했던 것 같아요.

2011년 KBL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7순위로 인천 전자랜드(현 대구 한국가스공사)에 지명됐다가 서울 삼성으로 트레이드 됐는데요?

지명 순위에 대한 아쉬움은 있었어요. 근데 돌이켜보면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은 안 해요. 오세근, 김선형 등 잘하는 친구들이 많았고 3라운드에 지명된 선수 중에서도 괜찮은 선수들이 있었거든요. 저는 대학 시절에 한번도 선발로 나간 적이 없어요. 그럼에도 출전시간이 35분이나 됐죠. 다른 친구들이 못했을 때 대신 들어갔거든요. 딱 제가 보여준 만큼의 순위로 지명을 받은 것 같아요.

데뷔 시즌 커리어 통산 가장 많은 29경기에 출전했습니다.
시즌 초반에는 아예 뛰질 못했어요. 근데 당시 삼성이 13연패를 했죠. 이후에 김상준과 감독님과 일일이 개별 면담을 했어요. 저는 팀보다 제가 못 뛰는 게 더 걱정이라고 말씀드렸죠. 그랬더니 감독님께서 ‘다음 경기 출전시켜주면 잘할 자신 있어?’라고 하길래 자신 있다고 대답했더니 내보내 주셨어요. (서울) SK와의 경기였는데 (김)선형이를 잘 막았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연장전에서 제가 중요한 득점을 해서 팀이 이겼죠. 그 이후로 꾸준히 조금씩 경기를 뛰었어요.

2016-2017시즌에는 D리그 MVP를 수상했는데요?
당시 삼성 멤버가 워낙 좋았어요. (김)태술이 형, 주희정 감독님, (임)동섭이, (김)준일이, 라건아까지 있었죠. (이)시준이 형도 경기를 못 뛸 정도였으니까요. 그때는 D리그가 정말 치열했어요. 오죽하면 현대모비스는 (함)지훈이 형, (양)동근이 형 빼고 다 내려온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제가 보여줄 무대가 D리그 밖에 없으니까 적극적으로 하려고 했죠. 월요일에 D리그 경기가 있으면 외박도 안 나가고 훈련을 했어요. 나중에는 강박증이 생길 정도였어요. 그러다보니 좋은 결과가 따라온 것 같아요.

2018-2019시즌에는 현대모비스 소속으로 우승을 했는데요. 발목 부상을 당해 1경기도 뛰지 못했습니다.
오프시즌부터 발목이 좋지 않아서 수술을 해야 됐어요. 하지만 쉬지 않고 운동을 계속했죠. 팀 훈련하다가 발목을 다쳤는데 붓기가 엄청 심하더라고요. 근데도 참고 운동을 했어요. 결국 MRI를 찍어보니까 인대가 아예 없어서 당장 수술해야 된다는 소견을 받았죠. 경기를 뛰진 못했지만 우승반지가 있다는 건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요. 비록 경기에 나서지 못했어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현대모비스는 우승하면 자동차 할인까지 해주니까요(웃음).

2018-2019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했는데 아쉬움이 크진 않았나요?

많이 아쉬웠죠. 저뿐만 아니라 운동선수라면 그만둘 때 미련이 많이 남아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쉬웠으니까요. 그래도 주희정 감독님이 바로 불러주셔서 선수들을 지도하다보니 미련이 조금씩 사라졌어요. 아쉬움과 열정을 지도하는데 쏟으려고 하고 있어요.

“주희정 감독님은 내 인생 단 한번의 복”
김태형 코치가 은퇴 후 고려대에 합류했던 이유는 주희정 감독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희정 감독과 김태형 코치는 삼성 시절 매일 같이 개인 훈련을 함께하며 절친한 사이가 됐다. 김태형 코치가 지도자로서 능력이 있다고 판단한 주희정 감독은 그를 코치로 데려왔다. 김태형 코치는 지난해 주희정 감독을 훌륭하게 보좌하며 고려대가 모든 대회를 석권하는데 힘을 보탰다.

은퇴 후 바로 고려대 전력분석으로 합류했습니다.
사실 시즌 끝나기 전부터 주희정 감독님이 전화를 주셨어요. 처음에는 안 한다고 거절을 했죠. 시즌 끝나고 고려대에 왔다가 한번 선수들을 가르쳤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전력분석으로 오게 됐어요.

2020년에는 코치로 승격됐는데요?
너무 감사했죠. 동시에 두려움도 있었어요. 제가 고려대 출신이 아니라서 그런지 주변에서 말이 많았거든요. 사방이 적이라서 더 잘해야 된다는 생각을 지금도 갖고 있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죠.

고려대 출신이 아니라 반대 여론은 없었나요?
처음엔 반대하셨지만 지금은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더 열심히 해야될 것 같아요.

지도자의 꿈은 언제부터 갖고 있었나요?
고등학생 때부터 생각은 있었어요. 선배 입장에서 후배들을 가르쳐주면서 ‘가르치는 게 잘 맞는구나’라는 걸 깨달았죠. 프로 와서도 후배들에게 가끔 조언을 해줬는데 고맙게도 귀담아서 잘 들어줬어요. (이)동엽이가 저한테 꼭 지도자 하라고 말해주기도 했고요. 그때 감독님도 저를 좋게 봐주셔서 불러주신 것 같아요.

처음엔 시행착오를 겪었을 것 같은데요?

선수들이 말을 듣지 않은 적은 없어요. 다만 요즘 대학생들은 기본적인 것도 잘 모르더라고요. 운동량이 적고 훈련을 많이 못해서 반복 연습이 안 되어 있어요. 어느 정도 훈련량이 있어야 특정 상황에서 몸이 자동으로 반응을 하거든요. 요즘 선수들은 자동으로 반응을 안 해요. 그러다보니 움직임이 늦을 수밖에 없는 거죠.

김태형 코치에게 주희정 감독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제 인생 단 한 번의 복인 것 같아요. 농구선수 하면서 운이 별로 따라주지 않았거든요. 주희정 감독님과 선수 시절부터 계속 붙어있었어요. 같이 훈련도 열심히 했고요. 정말 감사한 분이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고집이 센 편인데 감독님 아니었으면 다른 사람과 같이 일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지난해 고려대가 모든 대회를 석권했는데요?
외부의 시선이 당연히 그럴 줄 알았던 것 같아요. 사실 감독님, 김태홍 코치, 저는 정말 힘들었어요. 대학리그, MBC배, 정기전에서 멤버가 다 달랐거든요. (여)준석이가 미국에 갔고, (김)태완이와 (이)두원이는 프로에 진출했어요. 1년 사이에 멤버가 3번이 바뀌면 잘하기 쉽지 않거든요. 틈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우승을 할 수 있어서 기분 좋았어요. 특히 준석이가 빠져서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던 MBC배에서 우승했을 때 정말 기뻤어요.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고려대는 올해에도 대학리그 최강자의 면모를 뽐내고 있다. 4학년 문정현과 박무빈이 중심을 잡아주고 있고, 문유현은 1학년임에도 벌써부터 팀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그 결과 개막 9연승(5월 15일 기준) 달리며 1위에 올라있다. 영원한 라이벌 연세대가 이주영, 이채형의 부상으로 다소 불안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기에 또 한 번 정상 등극을 바라볼 수 있을 전망이다. 김태형 코치는 지금 이 시간에도 더 나아진 고려대를 위해 선수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올해도 고려대가 1위를 달리고 있는데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좋은 선수들이 많은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얼마만큼 잘 융화시키느냐가 감독님의 능력이죠. 지금은 그게 잘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신입생들이 처음에 들어오면 큰 착각을 해요. 본인들이 농구를 잘하는 줄 아는 거죠. 그걸 빠르게 잡아주려고 해요.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하고 발전해야 뛸 수 있다는 걸 깨달으니까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 같아요.

4학년 문정현과 박무빈이 팀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는 것 같은데요?

정신력과 책임감이 좋아져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유독 (박)무빈이, (문)정현이한테 칭찬을 안 했거든요. 모두가 잘한다고 하니까 건방져질까봐 일부러 그랬어요. 근데 올해는 조금씩 칭찬을 하고 있죠. 좋은 성적을 내면 밥 한번 사주고 싶어요. 내 자식이 예쁘지만 선수들도 저에게 또 다른 기쁨을 주는 자식이거든요.

신입생 중에서는 문유현의 활약이 가장 돋보이는데요?
처음에 고려대에 왔을 때는 공 소유 시간이 너무 길더라고요. 고등학교 시절에는 무조건 자기가 공격을 해야 되니까 그럴 수밖에 없어요. 그러나 고려대에는 공격할 수 있는 선수가 많거든요. 이걸 지적해주면서 ‘동료들을 많이 봐줘라’라고 이야기를 했죠. 공격력이 있는 상태에서 동료들을 살려주니까 경기를 잘 풀더라고요. 동시에 수비도 신나게 하고요. 여러 가지로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 같아요.

우승을 위해서는 연세대를 반드시 넘어야 할 것 같습니다.
틈틈이 준비를 하고 있어요. 유기상을 어떻게 막느냐가 관건인데 작년까지는 꽁꽁 묶었어요. 올해도 비슷한 수비 방법으로 가야될 것 같아요. 이주영과 이채형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준비할게 줄어들기도 했고요. 사실 우리는 연세대가 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정신 차리고 잘한다면 프로팀과도 대등하게 싸울 수 있다고 보거든요. 적은 내부에 있는 거죠. 그 정도로 자신 있고 선수들을 믿고 있어요.

선수들이 대학생이다 보니 정신적인 부분을 잘 잡아줘야 될 것 같은데요?
소통을 통해서 잡아주려고 해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지켜보다가 갈피를 못 잡고 있을 때 따로 불러서 면담을 하죠. 조언해주면서 이해를 시키려고 해요. 가장 중요한 건 믿음이에요. 믿음이 깔려 있어야 조언을 해줬을 때 따르거든요. 그래서 선수들과 소통을 더 많이 하려고 하죠. 훈련 시간 외에는 선수들과 장난도 많이 쳐요. 코치와 선수 사이의 벽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걸 최대한 얇게 만들려고 노력 중이에요.

김태형 코치만의 지도자 철학은 무엇인가요?
예전에는 행복한 농구를 추구하고 싶다고 했는데 스포츠를 행복하게 하기는 힘든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철학이 없어졌어요.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고, 웃을 날이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선수 시절 주목을 받지 못해도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 같은데요?
자세히 보면 스타 선수 출신 코치님은 많지만 감독님은 별로 없어요. 저는 계속 바뀌어 갈 거라 생각해요.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 구나단 감독님도 좋은 케이스라고 봐요. 개인적으로 농구선수 출신이 아니어도 지도자 기회를 줘야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선수들이 그런 사람들과 경쟁을 해야 지도자로서 공부를 많이 하고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즘 유튜브 영상을 보면 전술 분석을 잘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팀에서 기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나요?

처음에는 프로팀 감독까지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하지만 코치 생활을 하면서 조금씩 사라지더라고요. 물론 제안이 들어온다면 고려해보겠지만 누구를 가르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해요. 그래서 가르칠 수 있는 선수들이 없어지는 순간까지 계속 지도자 생활을 하고 싶어요. 미래에 힘 닿는데 까지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지도자가 목표에요.

▼ 김태형 코치 프로필
생년월일

1988년 7월 10일
신장/체중
185cm/80kg
학력
연가초-명지중-명지고-성균관대
선수 경력
2011 인천 전자랜드
2011~2014 서울 삼성
2014~2015 인천 전자랜드
2015~2017 서울 삼성
2017~2019 울산 현대모비스
지도자 경력
2020~현재 고려대 코치

# 사진_점프볼 DB, KBL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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