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류정현 인터넷기자] 오프시즌 파격적인 로스터 변동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LG는 기대에도 불구하고 줄부상으로 1라운드부터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2024~2025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1라운드가 마무리됐다. 창원 LG는 3승 6패로 1라운드를 마감했다. LG는 지난 19일 대구 한국가스공사 전 승리를 시작으로 개막 3연승을 거두며 좋은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이후 6경기에서 모두 패배하며 8위까지 추락했다. 기대보다 우려했던 부분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성장하는 아기 송골매, 양준석-유기상
연세대 시절부터 백코트 듀오로 호흡을 맞춰온 양준석과 유기상은 올 시즌 LG의 주축 멤버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두 선수 모두 출전 시간이 급증했다. 양준석은 지난 시즌 53경기에서 평균 14분 15초를 소화했지만, 이번 시즌은 무려 2배 이상 증가한 평균 30분 20초를 뛰고 있다. 유기상도 마찬가지로 출전 시간이 약 10분 정도(지난 시즌 평균 23분 34초 → 이번 시즌 평균 32분 19초) 증가하며 팀 내 가장 많은 시간을 출전하고 있다. 각각 3년 차와 2년 차의 어린 선수들이지만, 평균 30분 이상을 출전할 정도로 팀 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양준석은 공격의 윤활유 역할을 해주고 있다. 세트 오펜스 상황에서 투맨 게임을 기반으로 동료에게 찬스를 만들어준다. 유기상은 수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이정현(소노), 허훈 (KT) 등 상대 에이스를 전담 마크하며 견고한 수비를 보여준다. 그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과감한 3점 슛 시도로 전성현, 허일영, 정인덕 등과 함께 LG의 외곽 생산력에 이바지하고 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존재한다. 양준석은 경기마다 야투 기복이 있고, 볼을 오래 가지는 성향이 있다. 그렇기에 양준석의 경기력이 좋지 않을 때, LG 역시 답답한 공격 흐름이 나타난다. 유기상은 체력 부담으로 인해 시즌이 진행될수록 야투 성공률이 떨어지고 있다. 또한 유기상은 팀 사정상 헨들러 역할도 종종 맡고 있는데, 아직은 미숙한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양준석과 유기상은 왕성한 활동량으로 위기에 빠진 LG를 지탱하고 있다. 부상자가 돌아온다면 두 선수 모두 좀 더 본인들의 강점에 집중하며 발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1R부터 찾아온 부상 악령
지난 시즌 해결사 부재로 4강 PO에서 뼈아픈 탈락을 겪었던 LG는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짠물 농구’의 핵심이었던 이재도와 이관희를 각각 소노와 DB로 보냈다. 그리고 폭발적인 공격력을 보여주는 두경민과 전성현을 데려왔다. 또한 양홍석의 입대와 정희재의 이적으로 부족해진 포워드 자원을 보강하기 위해 허일영, 장민국, 최진수를 영입했다. 마지막으로 필리핀에서 기대받는 유망주, 아시안 쿼터 칼 타마요로 방점을 찍으며 팀 컬러 변신을 예고했다.
이번 시즌 LG는 마레이를 중심으로 상대를 괴롭히는 끈끈한 수비적인 라인업과 전성현, 허일영과 같은 슈터들을 대거 배치한 공격적인 라인업, ‘투 트랙 운영’을 노렸다. 그리고 상황마다 선수의 강점을 살리는 로테이션 농구로 유기적인 운영을 구상했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오프시즌 때부터 LG는 두경민, 전성현 등 부상으로 인해 100% 전력을 갖추지 못한 채 시즌을 준비했다. LG는 선수단에 많은 변동이 있었기에 손발을 맞추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나 부상이 겹치면서 이를 이행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시즌 첫 경기부터 기존 멤버들을 중심으로 그동안 잘했던 ‘짠물 농구’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졌다. 많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조직력과 수비로 버티면서 경기를 풀어갔다. 여기서 마레이가 중심을 잡아주고 양준석, 유기상, 정인덕이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LG는 3경기 동안 평균 75.3점만을 실점하며 개막 3연승을 거뒀다.
그러나 소노전을 시작으로 클러치 능력과 공격력에서 아쉬움을 드러내며 연패에 빠졌다. 현대모비스 전에서는 핵심 전력인 마레이 마저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해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우선, 마레이가 빠지면서 확실한 인사이드 자원이 없어졌다. 박정현이 있지만, 리그 최고의 골밑 장악력을 갖춘 마레이를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 자연스럽게 리바운드에서 상대 팀보다 뒤처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공격에서도 마레이의 부재로 볼이 안으로 투입되지 못하고, 외곽에서 겉도는 경우가 많아졌다. 볼이 겉돌면서 슈터들에게 확실한 찬스가 나지 않고, 상대에 밀려다니며 어렵게 슛을 쏘는 빈도가 높아졌다. 이는 오픈 찬스로 슛을 던질 때보다 확률적으로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LG는 현재 평균 71.8득점으로 리그 전체 득점 9위에 머물고 있다. 또한 리바운드도 평균 31.9개로 9위다. 물론 리바운드는 코트 위에 있는 모든 선수가 박스 아웃과 높은 집중력으로 잡아내야 하는 영역이다. 여기서 LG 선수들의 집중력이 아쉬웠던 부분도 있다. 다만 경기마다 평균 12개의 리바운드를 걷어내며 중심을 잡아줬던 마레이가 빠졌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공수 밸런스가 급격히 무너지고, 무기력하게 상대에 끌려다니는 경기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클러치 능력 부재, 핵심키는 두경민-전성현
LG는 지난 DB 전을 제외한 6연패 기간에 모두 시소게임을 펼치다 무너졌다. 22점 차 대패를 당했던 DB 전을 제외하면 5경기에서 평균 4.6점 차 패배를 겪었다. 7일 삼성과의 경기에서는 경기 내내 리드를 이어가다 종료 0.3초를 남겨두고 코피 코번에게 역전 슛을 허용하며 79-80으로 패배했다. 그만큼 현재 LG는 클러치 순간마다 아쉬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여기서 핵심키는 두경민과 전성현이 쥐고 있다. 두 선수 모두 한번 터지기 시작하면 막기 힘든 폭발력과 승부처에서 해결할 수 있는 강심장을 갖추고 있다. 물론 각각 부상으로 빠졌던 시간이 있어 몸 상태가 완전하지는 않다. 그러나 LG에 부족한 폭발력과 클러치 능력을 겸비하고 있는 만큼 두 선수가 살아난다면 LG도 같이 반등할 수 있다.
허일영과 최진수 등 고참 선수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아직 팀에 젊은 선수들이 많은 만큼 고참 선수들이 흔들리는 분위기를 잘 잡아줘야 한다. 조상현 감독도 시즌 시작 전 “두경민, 전성현, 허일영과 같은 고참 선수들이 승부처에서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해줘야 한다. 책임감을 가졌으면 좋겠다”라고 밝힌 적이 있다. 고참 선수들이 중심을 잡아준다면 양준석, 유기상 등 젊은 선수들이 더 신이 나고, 결과적으로 접전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다.
FIBA 브레이크, LG에 한 줄기 빛
부상으로 애를 먹고 있는 LG에 한 가지 희망 요소도 존재한다. 약 2주 간의 FIBA 브레이크 가 있다. 유기상이 대표팀으로 차출되긴 하지만, 주축 선수들이 대거 복귀하며 준비할 기회가 생긴다. 그리고 핵심 선수인 마레이가 빠진 기간을 FIBA 브레이크 동안 최소화할 수 있다. 이후 마레이가 돌아오고 두경민과 전성현 등으로 꾸린 완전체 LG가 된다면 지금과는 분명 다른 위협적인 팀이 될 수 있다.
조상현 감독은 지난 DB 전 패배 후 “2라운드부터 반전의 기회를 꼭 만들겠다”라고 밝히며 반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다졌다. 과연 화제성으로 끝나지 않고,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더 높은 곳으로 날아오를 수 있을지 송골매 군단의 2라운드가 기다려진다.
#사진_점프볼DB(문복주, 윤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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