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울산/이재범 기자] “제가 양희종 형을 보고 배운 것처럼 나중에는 문정현도 그런 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원 KT는 11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울산 현대모비스의 추격을 뿌리치고 93-80로 이겼다. 3승 1패를 기록한 KT는 4강 플레이오프에 올라 창원 LG와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놓고 맞붙는다.
KT의 4강 진출 주역은 패리스 배스와 허훈, 하윤기 등이다. 여기에 문성곤과 문정현도 빼놓을 수 없다. 문성곤과 문정현은 수비에서 존재감을 발휘했다.
다음은 4차전이 끝난 뒤 문성곤의 기자회견에서 나온 일문일답이다.
승리소감
2차전에서 지고 나서 실망을 많이 했다. 선수들이 다같이 한마음 한뜻으로 6강을 지나간 것이 다행이다. 기사를 보거나 이야기를 들을 때 10년 만에 시리즈 승리라고 하는데 거기에 일조해서 다행이다.
리더십 발휘
희종이 형이 어떻게 했는지 생각을 많이 했다. 시리즈를 시작할 때부터 시리즈를 하고 있는 도중, 끝날 때까지 희종이 형이 어떻게 했는지 생각했다. 그런 걸 보고 자라서 저도 모르게 그런 게 나왔다. 이기고자 했던 마음이 컸다. 여기서 무너지면 모든 게 무너지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 선수들이나 후배들에게 진심으로 전달되어서 다행이다.
굉장히 터프한 시리즈
굉장히 터프한 시리즈였다. 부상만 조심하자고 했는데 경기 시작 4분만에 코를 다쳤다. 그런 마음이 들면 안 되지만, 무언가 신경전을 노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 생각을 하면 안 되지만, 워낙 거칠어지면 긍정적인 생각보다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 다행히 큰 부상 없이 시리즈를 잘 끝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주장으로 배스를 잘 이끌어야 한다.
(KGC인삼공사 시절) 오마리 스펠맨이 있었다(웃음). 다르지만 그래도 그 경험을 많이 떠올렸다. 크리스 맥컬러도 있었다. 두 선수(스펠맨과 배스)는 비슷하다. 자기 중심적인 선수라고 요약하면 된다. 그렇지만 농구를 너무 잘 하고 꼭 필요한 선수다. 희종이 형이 스펠맨을 어떻게 대했는지 생각하며 저도 배스에게 그렇게 했다. 그렇게 하니까 배스도 더 좋은 활약을 해서 지금은 아무 문제없이 선수들이 잘 지낸다.
LG와 4강 플레이오프
제가 생각하기에는 (6강 플레이오프에서) 몇 경기를 더 하느냐 마냐의 차이는 없다. 플레이오프는 누가 이기냐의 싸움이다. 정규리그처럼 6번을 붙는 게 아니다. 체력을 있는 대로 다 짜내서, 다음 시리즈를 생각할 게 아니고 그 시리즈, 그 경기 하나를 보고 간다. 뒤를 보지 않고 현재를 보며 집중하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
4강 직행과 3위로 4강 치른 경험 있다.
애매한 게 4강에서 우승까지 갈 때 정말 위력적인 제러드 설린저라는 선수가 있었다. 그 때는 질 거 같은 느낌을 전혀 안 받았고, 워낙 선수 구성이 잘 되어 있었다. 오랜 시간 손발을 맞춘 선수들이라서 눈빛만 봐도 알았다. 지금은 조금 다르지 않나 생각한다. 다른 점은 경기 감각이다. 오히려 4강 직행해서 경기를 했을 때 걱정을 많이 했다. 우리는 지금 경기를 하며 손발이 맞아가는데, LG도 많이 맞춰보겠지만, 경기 감각이 살아있는 게 더 낫지 않나 싶어서 다음 시리즈도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현대모비스와 LG의 차이
다르다. LG는 마레이라는 강력한 로우 포스트 플레이어가 중심을 잡아주고 (국내선수들이) 외곽에서 플레이를 한다. 현대모비스는 프림이 뛸 줄 알아서 얼리 오펜스를 많이 한다. 비슷하다면 비슷할 수 있겠는데 그런 면에서 하윤기가 잘 해줘야 한다(웃음). 마레이를 막는 특명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잘 할 거라고 믿고 있다.
정규리그에서 허훈, 문성곤의 부상 등으로 호흡을 맞추기 힘들었을 건데 6강에서 잘 맞아간다.
늘 생각을 하지만, 2차전이 끝나고 생각을 더 많이 했다. 이런 말을 해도 되나? 제가 하는 수비는 모두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저는 항상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의 전술 수비와는 다른 거였다. 그런 것 때문에 들쭉날쭉 하지 않았나 싶다. 그 생각을 바꿨다. 틀린 게 아니고 다르고, 변형된 거라서 그런 걸 따라가려고 했다. 요즘은 수비를 다시 배운다는 생각을 한다. 정말 저 답지 않은 실수도 나오는데 배우고 있다.
문정현 수비
몸만 봐서는 못 뛸 거 같은데 은근히 빠르다. 100kg에서 나오는 스피드가 있다. 꽤 수비를 잘 한다. 확실한 건 포스트 수비에서는 강점을 보인다. 외곽 수비에서는 아직 요령이 부족하다. 스크린 대처나 트랩을 가는 것, 원 카운트를 당겨 주는 것, 투 카운트를 봐주는 것 등 이런 세밀한 부분이 부족해서 중간중간 이야기를 해준다. 제가 희종이 형을 보고 배운 것처럼 나중에는 정현이도 그런 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진_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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