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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라운드 인생] 묵묵히 노력한 김동량, 뒤늦은 전성기 돌아보다

이재범 기자 / 기사승인 : 2025-05-14 14:3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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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재범 기자] 신인선수 드래프트 지명 순위와 활약 기간은 보통 반비례한다. 지명 순위가 늦을수록 실낱 같은 기회를 잡지 못해 제대로 꽃도 못 피운다. 그렇다고 해도 뒤늦은 지명 순위를 딛고 주축으로 발돋움하거나 10시즌가량 활약하는 선수들이 있다. 이들을 만나 어려움을 이겨내고 기회를 잡은 원동력을 들어보자. 다섯 번째는 대구 한국가스공사로 이적한 뒤 고참으로 버팀목 역할을 해준 김동량(198cm, F)이다.
※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4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2011년 드래프트 11순위 지명
개인적으로 1라운드에 갈 줄 알았다. 모든 선수들이 그럴 거다. 지명 순위가 늦어져 7순위부터 엄청 불안하고 초조했다. 1라운드 지명이 안 되니까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졌다. 드래프트에서 뒤로 밀려서 뽑혔으니까 솔직히 자존심이 상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프로 가서 꼭 잘 해서 좋은 평가를 받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자기 포지션이 조금이라도 부족한 팀에 가면 출전시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프로 생활을 해보니까 어떤 구단이든 (기존에 있던) 선수들은 항상 준비되어 있다. 신인 때 패기가 있어서 그런 생각을 가진다. 대학 4학년 때 자기가 하고 싶은 플레이와 농구를 하다가 (프로에서) 다시 막내로 돌아가 새롭게 시작하는 거다. 프로에 와서 농구를 새로 배웠다.

외곽 대신 골밑만 치중했던 대학 시절
요즘 1번(포인트가드)부터 5번(센터)까지 슛 거리를 떠나서 슈팅력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다. 그 때는 (포지션 구분이) 나눠져 있었다. (대학시절로) 돌아가서 (3점슛) 연습을 많이 하면 역할이 많아질 거다. 3점슛도 쏘고, 올어라운드 플레이어로 성장할 수 있다. 저와 비슷한 신장의 선수들, 임동섭도 신장이 큰데 앞선을 본다. 지금도 보면 대단하다. 그런 건 선수 생활을 해보니까 어릴 때부터 몸에 베어야 한다. 나이를 먹고 스타일이 굳으면 스타일을 바꾸기 쉽지 않다. 신승민도 대학에서는 신장이 크지 않지만 팀 사정상 빅맨을 봤다. 이번 시즌 3번(스몰포워드)으로 엄청난 급성장을 했다. 오프 시즌 동안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엄청나고 혹독한 조련을 했고, 그걸 이겨냈다. 결과적으로 이번 시즌 잘 성장하고 냉정하게 평가해도 좋아졌다. 보기 좋다.

현대모비스 시절 함지훈이란 벽
함지훈 형이 (2011~2012시즌) 5라운드 때 제대해서 복귀했다. 그 때 저는 1년 차가 받을 수 없는 기회를 많이 받았다. 지훈이 형이 오면서 같은 포지션이라서 항상 같이 운동을 했다. 지훈이 형 덕분에 너무너무 좋은 영향을 받았다. 부딪히며 많이 배웠다. 하나하나 설명하기 그렇지만, 지훈이 형의 노하우와 스타일이 있다. 그걸 베끼려고 하는 건 아니고, 베낄 수도 없다. 지훈이 형의 위치 선정이나 패스와 시야 등을 보면서 느꼈다.

2019~2020시즌 LG 시절

데뷔 시즌도 너무너무 영광스러운 시즌이고, 지금까지 선수 생활 중 LG로 이적했을 때 가장 좋은 개인 기록을 남겼고, 가장 많은 사랑과 인기를 받았다. 사랑을 너무 많이 주셔서 아직도 잊지 못하고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현주엽 감독님을 통해 방송(사장님귀는 당나귀귀) 출연을 했다. LG의 관심도와 인지도가 상승했다. 지금 이관희가 솔로지옥3에 나온 뒤 엄청 인기가 많다고 하는데 그 때 당시 저희도 인기가 뒤지지 않을 거라고 자부한다(웃음). 이건 다른 팀들도 인정을 해줬고, 또 총각이라서 더 인기 많았다(웃음).

가스공사 이적
개인적으로 많은 득점이나 화려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아니다. 이대헌이 주전 4번(파워포워드)이라서 힘들거나 경기가 안 풀릴 때 들어가서 분위기 반전을 시키거나,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원하시는 수비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뒤에서 선수들에게 이야기도 많이 해주는 걸 열심히 소화했다. 잘 했는지 잘 모르겠다(웃음).
이번 시즌 가스공사에 와서 많이 느낀 게, 다른 팀들도 팀만의 문화와 분위기가 있는데, 끈끈함이 느껴진다. 그 전에 있던 선수들이 만든 문화이고, 어린 선수들은 불편할 수 있겠지만, 가족같이 끈끈하게 지내서 정말 많이 놀랐다. 감독님, 코치님이 소통을 굉장히 많이 하려고 하신다. 시즌 초반 너무 힘들었을 때도 이런 분위기로 극복했다. 성적이 좋아질 때도 이런 분위기가 유지되어서, 경기를 뛰는 선수나 벤치에 있는 선수나 다 같은 마음이라서 더 상승세를 탄 게 아닌가 생각한다. 저도 똑같이 응원하고, 열심히 뛰고 분위기에 취했다. 그런 건 좋았다.

3번 우승보다 더 기억 남는 데뷔 시즌과 LG 시절
아무래도 선수는 본인이 많이 뛰었던 플레이를 기억한다. 저 역시 마찬가지로 제가 많이 뛰었던 시즌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현대모비스에서 우승을 여러 번 경험하는 대단한 업적을 제가 받은 거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게 큰 업적이라고 생각한다. (우승하는 팀과 많이 뛸 수 있는 팀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많이 뛰는 팀에서 우승하는 게 최고다(웃음). 그것만큼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게 없다.

후배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
프로에 온 것만으로 기본 실력이 있고, 검증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프로에서는 꾸준하게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서 엄청나게 달라진다. 제가 화려하게 플레이를 하지 않았음에도 지금까지 선수생활을 하는 건 누가 봐주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혼자서 묵묵하게, 성실하게, 꾸준하게 운동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데뷔 1,2년 차일 때 많은 기회를 받았지만, 최고의 시즌은 LG 시절이다. 그 때 나이가 32살일 거다. 선수로는 적지 않은 중고참에 속하는 나이였다. 버티니까 그 나이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치고, 제일 많은 사랑을 받았다.
기회를 못 받고 있는 선수들도 묵묵하게 준비하고 있으면 분명 기회가 온다. 불평만 하고 왜 나는 출전 안 시켜주나 이런 생각을 가지는 것보다 항상 더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해보니까 그런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보면 카메라에 비치는 건 코트에서 뛰고 있는 5명이다. 나머지 뒤에 있는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는지 알고 있다. 저도 그랬다. 당장 빛을 못 볼 수도 있고, 언제 빛을 볼 수 있을지 모르니까 잘 버티고 준비하고 있으면 기회가 올 거라서 그 때 기회를 잘 잡을 수 있을 거다.

BONUS ONE SHOT
강혁 감독이 돌아보는 김동량 영입

강혁 가스공사 감독은 박찬호와 이윤기를 수원 KT에 내주고 김동량을 영입한 뒤 “이대헌이 40분을 뛸 수 없어서 백업이 필요했다. 신승민은 3번(스몰포워드)으로 올리기로 했다. 대헌이가 빠졌을 때 4번(파워포워드) 백업이 있어야 한다”며 “동량이를 선택한 이유는 움직임 센스가 좋고, 슛도 나쁘지 않다. 잘 움직여서 잘 받아먹었다. 경험 등 두루두루 고려할 때 동량이는 10분에서 15분을 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트레이드 배경을 설명했다. 김동량은 이번 시즌 33경기 평균 8분 47초 출전해 2.2점 1.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강혁 감독은 김동량의 활약을 언급하자 “잘 해줬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제일 고참이다. 차바위가 주장이지만, 같이 후배들 관리나 이야기를 잘 해주고 이끌어줬다”며 “센터 출신인 신주영에게 부족한 수비나 노하우 등을 가르쳐준다. 경기도 잘 했지만,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면서 아껴주고 가르쳐 주는 게 굉장히 많은 효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사진_ 점프볼 DB(박상혁,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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