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최창환 기자] 2020-2021시즌 외국선수상을 수상한 숀 롱(현대모비스)부터 디온테 버튼, 타일러 데이비스(이상 KCC), 캐디 라렌(정관장) 등등. 잠시 타 리그에서 선수 경력을 쌓았던 외국선수들이 대거 KBL로 돌아온다. B.리그 시장이 커져 신입 외국선수 영입에 어려움이 따르는 상황에서 경력자는 위험 부담이 적은 선택이 분명하다. 실제 KBL로 돌아온 후 건재를 과시한 이들도 있었지만, ‘추억은 추억일 때 아름다운 것’이라는 명언을 떠올리게 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9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마퀸 챈들러_안양, 원주, 서울 찍고 다시 안양…‘신들러’는 어디로?
데뷔 시즌 : 2007-2008시즌 53경기 22.9점 3점슛 2.2개 9.1리바운드 2어시스트
마지막 시즌 : 2013-2014시즌 24경기 9.2점 3점슛 0.8개 3.4리바운드 1.2어시스트
많은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았지만 KBL을 떠났던 외국선수는 셀 수 없이 많았다. 더 좋은 조건을 제안받거나 더욱 수준 높은 리그에 도전하기 위해 떠났던 선수도, 재계약 규정 변경 등 이해관계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떠난 선수도 있었다. 크리스 윌리엄스나 데이비드 사이먼처럼 오랜 시간이 흘러 KBL로 돌아온 후에도 건재를 과시한 사례 역시 적지 않았지만, 부상이나 기량이 내리막길을 걸어 KBL을 떠났던 선수들의 컴백은 대부분 새드엔딩이었다.
마퀸 챈들러가 대표적인 사례다. 챈들러는 외국선수 드래프트 제도가 부활한 2007년 전체 7순위로 안양 KT&G(현 정관장)에 지명되며 KBL과 인연을 맺었다. 필리핀리그 MVP 출신 챈들러는 KT&G에서 리그를 대표하는 스코어러로 활약했다. 2007-2008시즌에 10차례나 30점 이상을 기록하는 등 평균 22.9점 3점슛 2.2개로 활약했고, 약체로 분류됐던 KT&G는 정규리그를 4위로 마쳤다.
챈들러는 또한 서울 SK와의 6강 2차전에서 트리플더블(41점 13리바운드 10어시스트)을 작성, KT&G를 4강까지 이끌었다.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를 통틀어 40점 이상이 동반된 트리플더블을 기록한 건 챈들러가 최초의 사례였다. 오죽하면 별명도 ‘신(神)들러’였다.
KT&G와 재계약, 2008-2009시즌에도 25.5점 3점슛 2.3개로 활약했던 챈들러는 이후 원주 동부(현 DB)-서울 SK를 거치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동부에서는 슛셀렉션으로 관계자들의 애간장을 태웠고, SK에서 뛴 2010-2011시즌은 무릎부상으로 12경기 만에 퇴출됐다.
챈들러는 이후 재활을 거쳐 2013-2014시즌에 KBL로 돌아왔다. KT&G의 후신 KGC가 매튜 브라이언-어매닝의 대체 외국선수로 러브콜을 보냈다. KGC는 이전 시즌 활약했던 후안 파틸로 영입을 염두에 뒀지만, 드래프트 1라운드 외국선수와 같은 월봉(심지어 시즌이 종료될 때까지 보장을 원했다)을 요구해 노선을 챈들러로 바꿨다.
뉴욕 닉스의 워크아웃에 참가할 정도로 컨디션을 회복한 챈들러가 명성을 되찾길 바랐지만, 추억은 추억일 뿐이었다. 챈들러는 야투율이 39.1%에 그치는 등 전성기와 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고, KGC는 1옵션 숀 에반스마저 기대에 못 미쳐 골밑에서 보다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줄 외국선수가 필요했다. KGC는 24경기 만에 챈들러를 웬델 맥키네스로 교체했다.
“과거에 비하면 독단적이었다. ‘공을 줄 선수가 없다’라는 입장도 이해가 됐지만, 공격이 안 되면 상대에게 속공만 허용하지 않도록 대비해달라고 했는데 이것도 안 되니 어쩔 수 없었다.” 당시 사령탑이었던 이상범 감독의 회고다.
KT&G 시절 챈들러의 전성기를 함께했던 주희정 고려대 감독 역시 “필리핀 전지훈련에 갔는데 인기가 대단했다. 필리핀에서는 신적인 존재였다. 기량은 ‘키 작은 제이슨 윌리포드’라고 할까.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다재다능했지만, 외국선수는 KBL에서 연차가 쌓이고 여러 팀을 거치게 되다 보면 기량 저하가 오기 마련이다. 크리스 랭, 피트 마이클 같은 선수들은 한 시즌만 뛰며 외국선수 MVP로 선정될 정도의 활약을 한 후 KBL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팬들에게도 좋은 기억만으로 남아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크리스 다니엘스_양치기소년으로 전락한 우승 청부사
데뷔 시즌 : 2008-2009시즌 54경기 21.3점 9.7리바운드 1.4블록슛
마지막 시즌 : 2016-2017시즌 0경기
드래프트 1순위는 전력을 보강할 수 있는 최고의 카드다. 특히 팀 전력에서 비중이 큰 외국선수를 1순위로 뽑을 수 있다면, 그 효과는 두말할 나위 없다. 하지만 2016 외국선수 드래프트에서 실질적 1순위로 크리스 다니엘스를 선발한 것은 KT에겐 악몽과도 같은 기억으로 남아있지 않을까.
이전까지 다니엘스는 ‘우승 청부사’였다. 2008 외국선수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5순위로 대구 오리온스에 선발됐던 다니엘스는 부상, 태업으로 퇴출된 가넷 톰슨을 대신해 1옵션 자리를 꿰찼다. 206cm의 신장에 준수한 3점슛 능력까지 지녀 많은 감독들이 선호하는 유형의 외국선수로 각광 받았다.
실제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동부(현 DB)는 시즌 중반 레지 오코사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 다니엘스를 영입하며 리핏을 향한 승부수를 띄우기도 했다. 동부는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실패했지만, 다니엘스는 인상적이었던 데뷔 시즌을 토대로 KBL에서 롱런했다. 2009-2010시즌을 인천 전자랜드(현 대구 한국가스공사)-KT&G에서 치렀고, 2010-2011시즌에는 KCC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기여했다. 하승진, 추승균이 현역 시절 마지막 우승을 맛본 시즌이었다.
2011-2012시즌에는 KGC의 부름을 받았다. 로드니 화이트로는 ‘동부산성’을 넘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외국선수 교체였고, 다니엘스는 KGC의 창단 첫 우승에 기여하며 가치를 증명했다. 외국선수 신분으로 두 팀에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경험한 이는 재키 존스, 다니엘스, 라건아 단 3명뿐이다.
2012 외국선수 드래프트 참가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트라이아웃에 불참, KBL에서의 커리어가 끊겼던 다니엘스는 2016 외국선수 드래프트에서 모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실질적 1순위의 행운을 손에 쥔 KT는 고민 없이 다니엘스를 선발했다. KBL에서 뛰지 않았을 뿐 G리그, CBA(중국리그) 등에서 커리어는 꾸준히 쌓았기에 경기 감각이나 몸 상태에 대한 걱정도 없었다.
“트라이아웃에서 다른 선수에게 잠시 현혹되긴 했지만, 그래도 높이 보강을 위해서라면 다니엘스를 선발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우승 경험도 많은 선수이기 때문에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당시 KT 지휘봉을 잡고 있었던 조동현 감독이 드래프트 직후 남긴 소감이었지만, 다니엘스는 KT에 노하우가 아닌 노쇼를 안겼다. 아킬레스건과 햄스트링 부상 여파로 시즌 개막을 함께 맞이하지 못했고, 기대했던 복귀전도 차일피일 미뤄졌다.
KT는 2016-2017시즌이 중반으로 향하던 2016년 12월초를 다니엘스의 복귀 시점으로 계획했지만, 그는 복귀전을 하루 앞두고 “못 뛰겠다”라며 또 한 번 절망을 안겼다. 조동현 감독도 “스스로 병원에서 체크한 후 부산(당시 KT의 연고지)으로 내려오겠다고 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못 뛰겠다며 말을 바꿨다. 병원이 아닌 집으로 보내기로 했다”라며 실망감을 표했다.
1순위 지명권을 허무하게 날린 KT는 결국 2016-2017시즌을 9위로 마쳤다. 이를 통해 얻은 2017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허훈을 지명했으니 전화위복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다니엘스는 조동현 감독과 KT에겐 금지어로 남아있지 않을까.
나이젤 딕슨_굵고 짧게, 그리고 무겁게!
데뷔 시즌 : 2005-2006시즌 32경기 19점 15.9리바운드
마지막 시즌 : 2010-2011시즌 48경기 6.9점 4리바운드
KBL 외국선수 시장은 트렌드가 존재한다. 출범 초기 조니 맥도웰이 대박을 터뜨리자, 대부분의 팀들은 맥도웰과 같은 스타일의 외국선수를 찾는 데에 혈안이 됐다. ‘탱크’ 유형이 저물고 마르커스 힉스 같은 테크니션 시대가 도래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이젤 딕슨 역시 아주 잠시였지만, 트렌드를 주도한 외국선수였다. 2005-2006시즌 초반 4승 8패에 머문 KTF(현 KT)는 이렇다 할 장점을 보여주지 못한 마크 샐리어스를 딕슨으로 교체했다. 시즌 개막 후 12경기 만에 2번째 외국선수 교체 카드를 소진하는 모험이었지만, 딕슨이 뛴 경기만 놓고 봤을 때 KTF의 선택은 대성공이었다.
203cm, 145kg의 육중한 몸을 지닌 딕슨은 ‘KBL 역대 가장 무거운 선수’라는 타이틀대로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웬만한 더블팀은 가볍게 제치며 득점을 쌓는 등 32경기에서 24차례나 더블더블을 기록했고, 야투율은 66%에 달했다. 부상 전까지 자유투(성공률 52.5%)만 빼면 흠잡을 데 없는 활약상이었다. KTF도 딕슨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영입 전 9위에 머물렀던 KTF는 4위까지 오르며 전신 시절 포함 처음으로 2시즌 연속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KTF가 딕슨 영입 후 전혀 다른 팀이 되자, 다른 팀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외국선수 교체 카드를 꺼냈다. 안토니오 키칭스(KT&G·145kg), 로데릭 라일리(모비스·133kg) 등 130kg 이상의 거구들이 줄줄이 KBL 무대를 밟았다. 정규리그 막판 무릎 부상을 당해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지만, 딕슨이 여전히 굵고 짧은 활약상을 펼친 사례로 회자되고 있는 이유다.
‘몸빵 농구’라고 평가절하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당시 함께 뛰었던 신기성은 “이미지와 달리 정말 순진하고 성실했던 선수다. 감독님께 끊임없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 물어보며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고, 덕분에 팀의 조직력도 더욱 견고해질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무릎 부상 여파로 공백기를 가졌던 딕슨은 2009 외국선수 드래프트에서 KT&G에 7순위로 지명되며 KBL로 돌아왔다. KT&G가 리빌딩 돌입 후 맞은 첫 시즌이었던 만큼, 트레이드까지 염두에 둔 선택이었다. 데뷔 시즌과 같은 파괴력을 보여준다면, 딕슨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해 유망주를 얻는 게 얼마든지 가능했다.
실제 딕슨은 KT&G에서 17경기 평균 19분 55초만 뛰고도 17.5점 8.1리바운드라는 생산성을 보여줬고, 마침 울산 모비스와 정규리그 1위 경쟁 중이었던 KT가 골밑 보강을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 드래프트 지명권과 도널드 리틀을 넘겨주며 딕슨을 영입했다.
하지만 KT와 딕슨의 재회는 우승이라는 결실로 이어지지 못했다. KT는 4강에 직행했지만, KCC에 밀려 챔피언결정전 진출에는 실패한 것. 반면, KT&G는 딕슨을 넘겨주며 얻은 드래프트 지명권이 2순위라는 행운으로 이어져 1, 2순위로 박찬희와 이정현을 지명, 리빌딩에 속도를 더할 수 있었다.
딕슨의 KBL 커리어 마무리도 유쾌하지 못했다. 딕슨은 2010-2011시즌 노엘 펠릭스의 대체 외국선수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지만, 2옵션으로 밀려 6.9점 4리바운드에 그쳤다. 꾸준히 약점으로 지적됐던 자유투 성공률(39.8%)도 KBL 데뷔 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이며 KBL에서의 마지막 시즌을 마무리했다.
테리코 화이트_2주 만에 돌아갈 뻔했던 화이트, 기사회생했지만…
데뷔 시즌 : 2016-2017시즌 46경기 22.3점 3점슛 2.9개 4.3리바운드 3어시스트 1.2스틸
마지막 시즌 : 2020-2021시즌 27경기 11.4점 3점슛 1.1개 3.6리바운드 1.1어시스트 0.7스틸
2001-2002시즌 마르커스 힉스(동양), 2002-2003시즌 데이비드 잭슨(TG) 이후 명맥이 끊겼던 외국선수 신분 플레이오프 MVP는 2017-2018시즌에 등장했다. SK를 18시즌 만의 우승으로 이끈 테리코 화이트가 주인공이다. 화이트는 2010 NBA 드래프트에서 전체 36순위로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에 지명될 정도로 잠재력을 높이 평가받은 유망주였다.
부상 여파로 NBA 무대를 밟진 못했으나 다양한 유럽리그에서 경력을 쌓으며 가치를 끌어올렸고, 2016 외국선수 드래프트에서 6순위로 SK에 지명을 받았다. 장단신으로 나뉘어 외국선수 제도가 운영되던 시기였기에 높은 순위로 선택을 받는 것도 가능했다. 사실 신장과 득점력을 겸비한 유형의 외국선수를 원했던 SK는 검증된 자원인 트로이 길렌워터 지명을 염두에 뒀지만, KBL 징계로 트라이아웃 참가 자격이 박탈돼 화이트로 노선을 변경했다.
SK는 비록 2016-2017시즌 7위에 머물렀지만, 화이트는 외국선수 신분으로 역대 2호 3점슛 1위(2.9개)에 오르는 등 22.3점 4.3리바운드 3어시스트 1스틸로 활약하며 재계약했다. 이어 2017-2018시즌에는 SK가 그토록 염원했던 V2를 안겼다. 디온테 버튼을 앞세운 DB와의 챔피언결정전에서 25점 3점슛 2.7개 5.3리바운드 7.5어시스트 1.2스틸로 활약, 외국선수 역대 3호 플레이오프 MVP의 영예도 누렸다.
2018-2019시즌에 단신 신장(193cm→186cm)이 줄어 SK를 떠났던 화이트가 KBL로 돌아온 건 장단신 제도가 폐지된 2020-2021시즌이었다. 이때도 러브콜을 보낸 팀은 SK였다. SK는 이전 시즌 외국선수상을 수상한 자밀 워니와 재계약한 데 이어 서울 삼성에서 1옵션으로 활약했던 닉 미네라스까지 영입, 기대를 모았으나 시너지 효과는 기대치를 밑돌았다. 이들이 비즈니스 이상의 유대감을 쌓지 못한 데다 워니는 개인사로 인해 체중 관리마저 어려움을 겪었다. SK 관계자는 워니와 미네라스의 공존 실패에 대해 “태양이 두 개일 순 없는 노릇이었다”라고 돌아봤다.
기대와 달리 하위권을 전전하던 SK는 이전 시즌에 비해 기복을 보인 미네라스를 교체하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입국 후 2주 동안 자가격리를 거쳐야 하는 만큼, 화이트는 일찌감치 한국에 도착해 SK 합류를 기다리고 있었다.
화이트가 입국했다는 소식이 자극제가 된 걸까. 미네라스가 침묵에서 벗어났다. 2020년 12월 12일 고양 오리온과의 경기에서 3점에 그쳤던 미네라스는 이튿날 LG를 상대로 15점을 올렸고, 이 경기를 시작으로 8경기 연속 두 자리 득점을 올리는 등 평균 17.1점을 기록했다. 이전까지 미네라스의 19경기 기록은 평균 10점이었다. 신장까지 고려하면, SK로선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또 다른 변수까지 일어났다. 안영준에 이어 최준용까지 부상으로 이탈한 것. SK 입장에서 화이트는 좋은 추억을 공유한 외국선수가 분명했지만, 높이가 낮아진 상황에서 미네라스의 대안으로 영입하는 데에는 위험 부담이 따랐다. 결국 SK는 워니-미네라스 조합으로 시즌을 마무리하는 쪽을 택했다.
새해가 밝을 무렵, 아무런 계약도 맺지 못한 채 미국으로 돌아가야 할 상황에 놓였던 화이트에게 행운이 일어났다. LG에서 뛰고 있었던 캐디 라렌이 오른발 부상을 당해 한 달 이상 공백이 불가피했던 것. 마땅한 대체 카드가 없었던 LG로선 자가격리를 마치고 한국에 머물고 있는 화이트가 외국선수 1명으로 레이스를 이어가야 하는 부담을 덜어줄 최적의 카드였다.
규정상 접촉해도 문제될 게 없는 상황이었지만, LG는 상도를 지켰다. 화이트에게 러브콜을 보냈던 SK로부터 영입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한 후 대체 외국선수 계약을 매듭지었다. 코로나19 시국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볼 수 없는 진기한 외국선수 교체 과정이었다.
화이트는 LG에서도 9경기 평균 14분 33초 동안 1.6개의 3점슛을 넣는 등 장점을 뽐냈지만, 단신 제도가 없던 시절이었던 데다 팀 전력으로 인한 한계가 명확했다. LG는 화이트와 함께한 9경기에서 2승 7패에 그쳤고, 시즌 중반 삼성과 단행한 트레이드를 통해 화이트와의 짧았던 인연을 정리했다. LG는 이관희와 케네디 믹스를 영입했고, 김시래와 화이트가 삼성으로 향했다.
일찌감치 차기 시즌 준비에 들어선 LG와 달리, 삼성은 플레이오프 진출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가고 있던 상황이었으나 뜻을 이루진 못했다. 삼성은 빅딜 후 8승 10패에 머물러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고, 화이트 역시 삼성에서 뛴 18경기 평균 11.5점 3점슛 0.8개(24.2%)에 그쳤다.
고심 끝에 미네라스와의 동행을 이어가기로 결정한 SK 역시 6위 KT에 2경기 뒤진 7위로 시즌을 마쳐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처럼 자가격리 없이, 다시 말해 당초 계획대로 화이트가 미네라스의 대체 외국선수로 SK에 돌아왔다면 어땠을까. 화이트와 SK는 다른 결말을 맞이할 수 있었을까.
#사진_점프볼DB(문복주, 유용우 기자), KBL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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