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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동안 선수들의 엄마였죠” KB스타즈 전성미 조리사

최서진 / 기사승인 : 2024-11-24 11:5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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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최서진 기자] 농구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던 순간을 떠올려 보자. 경기 시작 전 기대감을 높이는 암전, 땀 흘리는 선수들 모습, 작전 지시하는 감독의 상기된 얼굴, 선수 득점과 함께 울려 퍼지는 응원가, 팬과 함께 응원하는 마스코트의 모습. 떠올리면 익숙한 것들이지만 ‘응원가는 누가 틀까? 마스코트 안에는 누가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가진 순간,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다. 궁금증에 대한 답이자 한 경기를 위해 코트 밖에서 땀 흘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11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사람은 영양을 섭취해야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 일반인에게도 삼시 세끼의 중요성은 강조되는데, 운동선수에게는 얼마나 중요할까. ‘잘’ 먹어야 잘 뛸 수 있기에 구단들은 매일 같이 먹는 음식에 많은 공을 기울인다. 청주 KB스타즈도 마찬가지다. 하루하루마다 딸에게 밥을 내어준다는 생각으로 음식을 준비하는 17년차 전성미 조리사를 만나봤다.

Q. 일과를 설명해주세요.
오전 8시까지 출근해서 선수들 점심을 준비해요. 11시 50분에 점심을 먹으면 정리하고 잠시 쉬죠. 오후 2시 30분부터는 또 저녁 준비를 하고요. 보통 6시 10분쯤이 식사 시간이죠. 정리한 뒤 7시 좀 넘어서 퇴근합니다.

Q. 메뉴 선정은 어떻게 하시나요?
선수들이 먹고 싶다는 걸 반영하는 게 최우선이에요. 또 계절을 고려하죠. 반찬은 김치 빼고 7가지 정도 준비해요. 고기는 무조건 들어가고 나물이나 볶음, 튀김요리도 들어가죠. 면 음식도 하나씩 하고요. 선수들 다이어트 하니까 샐러드용 채소도 준비하고, 가을에는 개인 운동하고 출출할 때 먹으라고 삶은 고구마나 밤을 준비하기도 하죠.

Q. 선수들이 좋아하는 음식은 뭔가요?
양념게장, 간장게장, 등갈비찜이 특히 인기가 많아요. 선수들이 다이어트 할 때는 샐러드가 어쩔 수 없이 많이 나가긴 하죠. 그때는 두부면을 이용해서 다이어트 할 때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요. 요즘은 주꾸미가 철이라 주꾸미 샤브샤브도 하고, 봄에는 꽃게 같은 것도 한 번씩 쪄주는 편이에요.

Q. 특히 잘 먹는 선수가 있나요?
다 잘 먹는 편이에요. 그중에서 (성)혜경 선수는 토속적인 걸 굉장히 좋아해서 기억에 남아요. 된장국 같은 걸 끓이면 참 맛있다고 먹더라고요. (박)지수 선수도 다 맛있게 먹는 편이라 고맙죠.

Q. 김완수 감독은요?
잘 드세요. 약간 초딩 입맛이에요(웃음). 입에 맞으시는 거 있으면 몇 번 더 갖다 드실 때가 있는데, 그거 보면서 ‘아 저 음식 좋아하는구나’ 싶죠. 단 음식을 좋아하시는 편인 것 같더라고요.

Q. 운동선수라 영양소도 고려해야 하니 메뉴 선정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이게 힘든 부분이죠. (김)경란 팀장님이랑 같이 고민해서 짜고, 영양소도 생각하고 맛도 생각하고···.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아요. 이번 주에 나온 음식은 질릴까 봐 다음 주에 넣기가 망설여져요. 또 선수들이 나물 반찬을 잘 안 먹어요. 영양 생각해서 꼭 한 가지씩 넣어줘야 하는데 말이죠. 좋아하는 걸 많이 해주려고 하는데, 질릴 수 있어서 같은 재료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요리하려 해요.

Q. 보통 몇 인분의 식사를 준비하나요?
3명이서 35인분을 준비하고 있어요. 가끔 연수원으로 다른 팀들이 연습경기를 하러 오면 추가로 10명 이상의 음식을 더 준비하죠. 선수단을 먹인다는 보람으로 하고 있어요.

Q. 선수단이 전지훈련을 가면 휴가인가요?
요즘은 그렇죠. 6년 전 대만 전지훈련 때인가, 두 번 함께 갔었어요. 대만 음식을 잘 못 먹으니 따라가서 음식을 해준 기억이 있어요. 안쓰럽더라고요. 타지에 가서 뛰어야 하는데, 좋은 음식을 못 먹으니까요. 가서 식사를 준비했는데, 한국 음식이니 선수들이 여기서 먹을 때보다 더 잘 먹었던 것 같아요. 다행이라 느꼈죠.

Q. 선수들이랑 가깝게도 지낼 것 같아요.
마주치는 시간이 항상 정해져 있지만, 대화할 시간은 많지 않아요. 아픈 선수 없이 제시간에 밥을 먹으러 오길 바랄 뿐이죠. 아파서 못 먹으러 왔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마음이 많이 쓰이더라고요. 입맛 잃지 않고 잘 먹게 하는 게 우리 의무니까 잘해야죠.

Q. 거의 매일 보니 딸 같기도 하겠어요.
저는 아들만 둘이에요. 여기 오면 선수들이 다 딸 같아서 좋아요. 애교 많은 선수들이 있어서 집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기분을 느끼죠(웃음). 가끔 친근감 있게 농담 한마디씩을 나누면 하루가 즐거워요.

Q. 선수들에게 한마디 한다면요?
여기서 일하면서 선수들이 많이 바뀌기도 하고, 그만두고 가는 걸 많이 지켜봤어요. 2~3년 하다가 가면 마음이 아파요.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겠지만, 어차피 해야 할 일이니 즐겼으면 좋겠어요. 힘들겠지만, 극복해야 좋은 일이 있으니까요. 우승했을 때 저도 많이 기뻤었는데, 함께 좋은 날을 맞이했으면 좋겠어요.

# 사진_점프볼 DB(최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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