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갈 팀이 올라갔다.”
한 농구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춘계연맹전부터 협회장기까지 거의 매일 체육관에 나왔다. 동계 훈련 때도 많은 연습경기를 관전했다. 협회장기 결선 대진표가 나왔을 때 4강 진출팀을 예상했고, 그 예상이 맞았다.
시즌 개막 전, 다수의 아마농구 지도자는 경복고와 용산고의 전력이 가장 좋다고 평가했다. 계성고, 송도고, 홍대부고가 이들을 위협할 상대였고 무롱고, 전주고, 휘문고는 다크호스로 평가됐다. 결과와 예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복고는 춘계연맹전에서 단 한 차례의 패배도 허락하지 않으면서 우승컵을 품었다.
춘계 8강에서 경복고에게 패한 용산고는, 이번 대회 예선에서 패배의 아픔을 돌려줬다. 경복고에 63-59의 짜릿한 역전승. 이후 광주고, 양정고를 연파하며 4강에 올랐다. 4강에서 이기면 결승에서 경복고를 다시 만날 가능성도 크다.
용산고의 상대는 춘계연맹전 4강에 올랐던 홍대부고다. 예선을 3승으로 통과한 홍대부고는 결선에서 배재고, 인헌고를 눌렀다. 그러나 시원한 승리는 아니었다. 재능 있는 선수들은 간혹 팀보다 개인을 먼저 생각하곤 한다.
이무진 홍대부고 코치는 "선수들이 약속된 플레이를 종종 놓친다. 공격이 안 되는 날도 있다. 그러면 수비와 리바운드부터 해야 하는데, 안 되는 플레이를 무리하게 계속할 때가 있다"고 했다. "잘하는 것만 하면 우리가 이길 수 있다"면서 전술보다 선수들의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부상으로 동계 훈련을 쉬었던 박정웅이 경기 감각을 회복했다. 손승준과 손유찬 백코트 콤비는 홍대부고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2학년 정현진과 정현도의 득점 지원이 많아졌고, 운동능력이 좋은 김휘승은 수비와 리바운드로 힘을 보탠다. 춘계보다 전력은 좋다. 그것이 시너지를 내면 두려운 상대는 없다.
용산고는 완연한 상승세다. 준준결승에서 양정고를 1쿼터부터 33-18로 압도했다. 1쿼터에만 에디 다니엘 13점, 백지민 11점으로 화력을 뽐냈다. 특히, 컨디션이 완전치 않았던 백지민의 적극적인 공격이 반갑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에디 다니엘이 경기 중 부상으로 코트를 떠난 것이다. 이세범 용산고 코치는 “경기 출전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부상 선수가 많은 것이 부담”이라고 했다. 용산고는 빅맨 배선우, 가드 김민재가 이번 대회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에디 다니엘까지 빠지면 부담은 더 커진다.
저학년 선수들의 경기력이 올라오는 것은 긍정적이다. 양정고와 8강에서 곽건우와 이승준이 26점을 합작했고, 김태인은 3점 슛 4개로 화력을 지원했다. 에이스 장혁준은 큰 경기일수록 힘을 낸다. 라이벌 경복고와 예선 경기에서 팀의 63득점 중 31점을 홀로 책임졌다. 8개의 어시스트를 더하면 팀 득점의 약 80%를 만들었다.
용산고의 자랑은 강한 수비다. 핸들러를 강하게 압박하고, 많은 활동량으로 공의 원활한 흐름을 방해한다. 이세범 용산고 코치는 "상대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하던 농구를 하면 된다"고 얘기했다. “홍대부고 선수들의 개인 기량이 좋다. 그런데 그것이 약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이 코치의 생각이다.
리턴 매치, 경복고와 계성고
경복고와 계성고는 춘계 결승전에 이어 협회장기 4강에서 다시 만났다. 계성고는 이번만은 물러설 수 없다는 각오다. 김종완 계성고 감독은 "선수들의 춘계 결승전 패배를 설욕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이번에는 꼭 이길 수 있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승부처에 강한 양종윤의 득점 감각이 올라온 것은 고무적이다. 양종윤은 명지고와 준준결승에서 50점을 몰아넣었다. 3쿼터 명지고가 추격할 때 터진 세 개의 3점 슛은 왜 양종윤인지 증명했다. 오픈 코트에 강한 모습을 보이는 오지석은 12개의 어시스트와 함께 팀 공격을 익숙하게 조율했다.
계성고의 약점은 높이다. 184cm의 은준서가 상대 빅맨을 수비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춘계 결승전의 패인도 28-59로 밀린 리바운드 싸움이었다. 이번에는 다르다. 결승에서 19개의 리바운드를 잡았던 경복고 이근준이 없다. 경복고 더블포스트의 좁은 수비 범위를 보완한 것도 이근준의 역할이 컸다. 더블포스트가 나오면 스피드로 상대할 수 있다.
경복고의 전력은 춘계보다 약하다. 이근준의 부상 공백이 크다. 이근준은 고교 정상급의 3점 슈터다. 상대의 수비 공간을 넓혀서 고교 최장신 듀오 김성훈과 윤현성의 위력을 높여준다. 이병엽, 윤지원, 윤지훈은 스스로 득점을 만들 능력이 있다. 춘계에서는 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뤄 모든 경기를 10점 차 이상 이길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는 이근준이 없다.
춘계에서 "고1인데 고3처럼 플레이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윤지원과 윤지훈은, 이번 대회에서 다소 무리한 플레이가 있었으나 준준결승에서 좋았을 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두 선수의 무리한 플레이가 줄면서 무룡고와 8강전은 2쿼터부터 점수를 벌렸다. 다만, 10점 내외의 점수 차를 오래 유지한 것은 마뜩잖다.
임성인 경복고 코치는 "확실히 이근준의 공백이 보인다"며 ”선수들이 이번 대회를 통해 다른 측면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대회마다, 경기마다 변수는 있다. 그 변수에 대처하는 것도 선수의 중요한 능력이다. 과거의 승리 경험이 현재의 승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임 코치는 무룡고와 준준결승이 끝나고 "송영훈의 역할이 컸다. 준비된 선수가 의외의 활약을 하면 경기가 쉬워진다”고 했다. 더블포스트의 약점을 보완할 카드 하나를 찾은 것이다. 계성고와 경기도 “수비 로테이션이 원활하게 되면 승리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경복고는 이근준의 빈자리가 크다. 용산고도 변수가 생겼다. 에디 다니엘의 부상이다. 계성고와 홍대부고는 다행히 부상 선수가 없다. 다만, 주축 선수들의 체력이 부담이다. 경복고와 용산고에 비해 주전 의존도가 높다.
네 팀의 사령탑이 공통으로 강조한 것은 겨울부터 준비한 전술을 경기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체력과 집중력도 준결승의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사진_배승열 기자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