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혁준 ”이근준 정도는 되야 라이벌“
”목표는 전관왕”_“그럼 나도 전관광”
용산고와 경복고는 국내 남자 고등학교 농구를 대표하는 팀이다. 서로에게는 패배를 허락할 수 없는 라이벌이다. 최근 3년 성적은 용산이 좋았다. 그런데 올해는 경복의 전력이 더 좋다는 평가다.
▲ 용산고 주장 장혁준과 경복고 주장 이근준 |
이근준과 장혁준은 양교의 주장이다. 대학 감독들이 가장 주목하는 유망주고, 미래 국가대표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설 연휴의 마지막 날, 두 선수를 만났다.
Q. 반갑습니다. 소개 부탁합니다.
이근준: 안녕하세요. 경복고 주장, 포워드 이근준입니다.
장혁준: 안녕하세요. 용산고 주장, 가드 겸 포워드 장혁준입니다.
Q. 먼저 장혁준 선수에게 묻겠습니다. 용산고가 작년에 5관왕을 했습니다. 올해는 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인데 부담은 없나요?
장혁준: 경복고와 비교하면 밀리는 포지션이 있습니다. (어느 포지션인가요?) 센터와 슈터가 그렇습니다. 경복고 센터들이 많이 크고 슛을 던질 선수들이 많아요. ‘상대도 안된다’ 정도는 아니고요,(웃음)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용산고가 이기는 방법을 알고, 그래서 가장 강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장혁준: 우승도 해본 사람이 한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저희가 결승전 경험을 많이 했어요. 특히 클러치 타임에 경험에서 오는 여유가 있습니다. 배선우와 김민재 등 후배들이 열심히 했습니다. 작년에 주전으로 뛰었던 저와 (백)지민이 역할이 중요합니다.
Q. 경복고는 작년에 맞대결을 모두 졌습니다. 올해는 설욕할 수 있을까요?
이근준: 작년에 3번 경기해서 모두 졌습니다. 올해는 해볼 만합니다. 신장은 저희가 월등히 우월하고요, 수비는 떨어질 수 있겠지만 계속 보완하고 있습니다. 이길 수 있습니다.
Q. 주장으로서 각오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이근준: 용산고와 경기는 코치님도 더 긴장하는 게 느껴집니다. 저희도 부담감이 있고요. 코치님께 혼나기도 했는데, 올해는 용산고 선수들이 혼나야죠.(웃음)
장혁준: 매 경기 최선을 다하지만, 경복고와 경기는 동기부여가 더 됩니다. 무조건 이겨야겠다는 생각이죠.
▲ 용산고 장혁준 |
장혁준은 중3 때 24경기에서 평균 23.6점, 16.2개의 리바운드, 어시스트 7.6개를 기록한 유망주다. 보다 강한 팀에서 성장하고 싶어 용산고로 진학했다.
이근준은 보여준 것이 적었다. 경기 출전이 적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능성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많은 고등학교 코치들이 그를 주목했다.
Q. 장혁준 선수는 작년에 KBL 유망선수 해외연수 프로젝트, NBA 국경 없는 캠프를 다녀왔습니다. 무엇을 느꼈나요?
장혁준: 선진 농구를 배웠습니다. 일단 몸싸움에 거침이 없고요, 이타적인 플레이가 아닌 이기적인 플레이를 합니다. 나중에는 저를 인정했는지 패스를 주더라고요.(웃음) 올 아웃 상황에서 개인 능력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짜여진 틀(패턴)에 맞추기보다 그 상황에서 나와야 하는 플레이를 요구합니다. 웨이트와 슛은 필수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Q. 캠프에서는 올스타로 선정됐어요. 그때 기분이 어땠나요?
장혁준: 선정될 줄 알았습니다.(웃음) 생각보다 수준이 압도적으로 높지는 않았어요. MVP도 도전하고 싶었는데 우승을 못 했습니다. 결승에서 1초 남기고 역전당했어요.
Q. 이근준 선수는 장혁준 선수가 부러웠을 것 같습니다.
이근준: 너무 부러웠죠. 해외연수 프로젝트에 어떻게든 뽑히고 싶어서, 당시 부상 중이었는데 재활도 덜 하고 훈련에 합류했습니다. 그런데 최종 면접도 못 올라갔어요. 몸 상태가 정상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Q. 농구를 늦게 시작했는데 코로나, 전학, 부상 등의 이유로 경기를 뛰는 시간도 적었습니다. 그 영향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근준: 중2 때 농구를 시작했는데 제대로 뛴 것은 작년 시즌이 처음입니다. 농구를 시작하면서 유급을 했어요. 이제 복학해서 뛰겠다 싶었는데 코로나19가 왔습니다, 대회가 없었어요. 다음 해에 대회가 열렸는데 발목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습니다. 다음 해는 전학 징계로 뛰지 못했고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Q.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어요?
이근준: 포기한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어요. 경기는 못 나갔지만, 훈련을 열심히 했습니다. 무조건 열심히 해서 코치님 눈에 들어야 한다는 생각만 했어요. 실력이 점점 성장하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 경복고 이근준 |
Q. 언제 서로를 알았죠?
이근준: 중학교 3학년 첫 대회 참가할 때부터 알고 있었어요. 큰 키에 스피드가 좋고, 볼 핸들링도 잘해서 알고 있었죠.
장혁준: 중학교 때 전국대회에서 두 번 경기를 했습니다. 그때는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 몰랐어요.(웃음) 슛 터치가 부드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Q. 본인의 경쟁력 혹은 내가 상대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점은 무엇일까요.
이근준: 슈팅 능력이요. 슛 타임도 빠르고, 리바운드와 속공 참여도 좋다고 생각해요.
장혁준: 돌파와 일대일 능력입니다. 이대이도 제가 좋아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농구를 했으니 시야나 패스도 제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Q. 상대에게 배우고 싶은 점이 있어요?
이근준: 돌파 능력. 볼 핸들링. 미들슛입니다. 어이없는 패스를 매 게임 합니다. 코치님이 “농구 막 하지 말고, 선수처럼 하라”는 말씀을 종종 하세요.(웃음) 농구를 늦게 시작하기도 했고, 아직은 코트 전체가 눈에 들어오지 않아요.
장혁준: 슛 폼이 너무 이쁘다고 생각해요. 슛 타임도 빠르고요. 저는 슈팅 기회가 와도 망설일 때가 있어요. 익숙하게 돌파를 선택하는 것이죠. 3점 슛 능력을 키우기 위해 준비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Q. 가장 최근에 측정한 맨발 신장과 몸무게가 궁금합니다.
장혁준: 194cm 83kg입니다. 체중이 잘 안 늘어요. 최근에 찌워서 83kg입니다.
이근준: 194cm 89kg입니다.
장혁준: 나랑 같아? 억울해요. 프로필 신장은 193(장혁준)과 197(이근준)으로 나오는데….(웃음)
올해 고교농구 첫 대회는 ‘제61회 춘계 전국남녀중고농구연맹전(이하 춘계)’이다. 3월 7일부터 15일까지 해남에서 열린다. 10일의 휴식기 이후, 26일부터 ‘제49회 협회장기 전국남녀중고농구대회’가 영광에서 열린다. 빡빡한 일정이다.
Q. 시즌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장혁준: 전지훈련을 많이 다니며 조직력을 키웠습니다. 피지컬 트레이닝도 열심히 했고요. 체력을 준비하고 부상도 방지해야죠. 춘계까지 남은 3주는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근준: 저희도 전지훈련 마치고 지금은 대학과 연습경기 위주로 준비합니다. 피지컬 트레이닝도 열심히 하고요. 부상 선수들이 있어요. 큰 부상은 아니지만 관리가 필요합니다.
Q. 본인을 제외하고 팀 성적에 변수를 줄 수 있는 선수를 하나만 꼽는다면?
이근준: 윤현성이요. 저보다 큰데 탄력은 더 좋아요. 부상으로 잠시 쉬고 있는데, 그전까지 전에 좋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열심히 했고 슛도 좋아졌어요.
장혁준: 백지민입니다. 수비를 잘하고 에너지 레벨을 올리는 선수에요. 우리는 수비가 돼야 잘 풀리는 팀입니다.
▲ 경복고 윤현성과 용산고 백지민 |
Q.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이근준: 슛만 있는 선수가 아니라 모든 것을 다하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최준용 선수의 플레이를 많이 보고 있어요. 그리고 우리 팀이 전관왕은 아니더라도 올해 우승은 꼭 했으면 좋겠어요.
장혁준: 프로에서는 1번을 볼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또 공격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수비도 일대일로 만났을 때 두려움을 주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내가 돋보이기보다 헌신하고 에너지 레벨을 올리는 선수가 되려고 합니다. 주장이니까 한 발 더 뛰고, 올해는 전관왕을 해야죠.
이근준: 저도 전관왕으로 바꿔주세요.(웃음)
Q.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장혁준: 작년에 매번 좋은 승부 펼쳤던 것처럼 올해도 좋은 승부하고, 서로 부상 없이 선의의 경쟁을 했으면 좋겠다.
이근준: 우리는 같은 길을 가는 농구선수잖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될 수 있게 열심히 노력하자. 힘든 일이 있어도 잘 이겨내고, 다치지 말고 행복하게 농구 하자.
송도고 이찬영, 휘문고 이제원, 홍대부고 박정웅, 명지고 김정현 등 올해는 윙맨 포지션 유망주가 많다. 라이벌로 생각하는 선수가 있는지 질문에 장혁준은 “윙맨보다 핸들러가 더 좋다”면서도 “이근준 정도는 되야 라이벌”이라고 답했다.
이근준에게 장혁준은 “예전부터 모든 것을 잘하는 선수”였다. 구력의 차이만큼 앞서가는 것들이 있다. 그래도 성실함을 무기로 수비부터 차근차근 따라가고 있다. 슛은 본인의 확실한 무기다.
용산고의 주장, 경복고의 주장은 무거운 자리다. 그 무게를 알고 있는 두 선수의 대결은 올해 고교농구의 가장 흥미로운 요소 중 하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