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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라운드 인생] 미친 듯이 노력해 KBL 최고 수비수로 우뚝 선 오재현

이재범 기자 / 기사승인 : 2025-11-30 06: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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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재범 기자] 신인선수 드래프트 지명 순위와 활약 기간은 보통 반비례한다. 지명 순위가 늦을수록 실낱 같은 기회를 잡지 못해 제대로 꽃도 못 피운다. 그렇다고 해도 뒤늦은 지명 순위를 딛고 주축으로 발돋움하거나 10시즌가량 활약하는 선수들이 있다. 이들을 만나 어려움을 이겨내고 기회를 잡은 원동력을 들어보자. 이번 달에는 신인왕으로 출발해 최우수수비상까지 수상하며 데뷔 4시즌(약정기간 제외) 만에 보수 3억 1000만원을 찍은 오재현(186cm, G)이다.
※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11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2020년 드래프트 11순위 지명
당시 1라운드 지명의 기대감이 있었는데 1라운드에 뽑히지 않았다. 1라운드 지명이 끝나고 5분 정도 쉬는 시간을 준다. 그 때 정말 허탈했다. 그래도 2라운드 시작하자마자 (이름이) 불리니까 허탈한 감정이 다 날아가고 좋은 기분만 들었다. SK는 수도권에 있는 팀이고, 되게 자유로운 분위기라서 적응하기 편할 거 같아 많이 가고 싶었던 팀이다.

노력의 계기
초등학교 때 농구를 하기 전부터 ‘악바리’, ‘독기가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제가 선택한 길이고, 성공을 하려면 이 정도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꾸준히 하다 보니까 습관이 되고, 열심히 하는 게 당연한 것이 되었다.

빛 보지 못한 고교 시절
고등학교 때도 똑같이 열심히 했는데 열심히 하는 선수보다 잘 하는 선수에게 기회가 더 많이 갔다. ‘열심히 해도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면서 힘든 시기였다. 대학(한양대) 갈 때 ‘달라질 게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졌지만, 정재훈 감독님이란 좋은 감독님께서 열심히 한만큼 기회를 주셨다. 더 동기부여를 가지고 더 열심히 했고, 그러면서 저의 열심히 하는 재능과 감독님의 믿음이 잘 맞아떨어져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한양대 자리잡은 노력하는 문화
처음에는 뿌듯하고 ‘제가 좋은 문화를 만들었구나’라는 생각도 했는데 점점 부담도 된다(웃음). 10명의 선수가 열심히 해도 10명 모두 프로 가서 잘 된다는 보장이 솔직히 없다. 열심히 했지만, 안 되는 선수는 좌절감이 클 거 같다. 이런 생각도 들었다. 냉정하게 제가 지금보다 더 성공하고, 더 높은 위치에 올라가야 열심히 준비하는 선수들이 큰 동기부여를 가지고 훈련하면 프로에 1명 갈 선수가 2명 갈 수 있고, 2명 갈 선수가 3명 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더 책임감을 가지고 선수생활을 하려고 한다.

출전 기회 잡은 방법
프로 왔을 때 가장 자신있는 것만 하자는 생각을 했었고, 그게 수비였다. 팀에 에너지를 많이 불어넣은 게 좋은 영향을 줬던 거 같다. 확실한 제 장점을 보여주면서 경기에 투입되니까 제 약점을 알게 되었고, 그러니까 좀 더 발전하는 여지가 생겼다. 수비와 에너지였다.

약점 보완
연습이다. 어떻게 보완할 것도 없이 연습이었다. 집에서 고민한다고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고, 약점이라고 생각되면 그게 메워질 때까지 연습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제가 생각해서 부족하다고 생각이 들면 열심히 준비한다.

동기부여
집안 형편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학 생활 내내 등록금을 낼 돈이 없었다. 그 사실을 부모님은 숨겼지만, 제가 알게 되면서 이 길이 아니면 답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성공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당연히 쉬고 싶었지만, 그런 생각을 하며 독하게 하는 게 있었던 거 같다. 그런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를 하니까 모든 생활이 행복해졌지만, 더 발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에, 그렇게 해서 발전을 했기 때문에 계속 습관이 된다.

마네킹 3인방의 경쟁
(최원혁, 최성원과) 같은 포지션이라서 선의의 경쟁을 했다. 당연히 모두 많이 뛰고 싶지만, 당시에는 한 자리를 두고 다퉜다. 더 많이 뛰기 위해서 더 많이 노력하니까 서로서로 실력이 발전하고 모두 좋아졌다. 저뿐 아니라 최원혁 형, 최성원 형도 엄청 발전한 걸 보면 ‘좋은 경쟁을 했구나’ 싶다.

원혁이 형의 노련미 있는 수비와 세밀함을 배우려고 했고, 성원이 형이 수비보다 공격에서 어떻게 간결하게 하는지, 슛을 어떤 타이밍에 던지는지 보면서 정말 많이 연구했다. ‘두 선수와 경쟁하며 제 스타일을 준비하면 더 큰 선수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훈련했다.

어린 선수들의 롤 모델
그런 기사를 볼 때마다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되는 게 감명 깊고, 어떤 마음으로 롤 모델을 정하는지 제가 알기에 너무 뿌듯하고, 조금 더 그 선수에게 애정이 간다. 정확한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저에게 DM도 보냈다. 그 선수의 플레이를 (영상으로) 보면서 저의 아마추어 시절보다 더 잘 한다고 생각했다. ‘저 친구는 되게 잘 하는데 왜 저를 롤 모델로 정했을까’ 했던 시기도 있었다. 더 잘 해야 할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지난 시즌 3점슛 32.3%
성공률을 더 높여야 하는 건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우리 팀 외국선수(자밀 워니)가 많이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제가 어떤 타이밍에 슛을 던지는지 제일 잘 알고 있다. 그 타이밍 연습을 정말 많이 한다. 대학처럼 의미없이 많이 던지는 것보다는 경기 중에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슛 연습을 한다. 또 저는 수비 활동량이 워낙 많아서 경기 중에는 보통 힘든 상황에서 슛을 던지는데 세트 슛을 던지는 것과는 감이 아예 다르다. 의도적으로 힘든 상황을 만드는 등 극한의 상황에서 3점슛을 던지는 연습을 많이 한다.

더 의미있는 상
(최우수수비상보다) 신인상이다. 솔직히 말하면 최우수수비상은 수비 실력에서는 자신감이 있어서 언젠가 한 번은 받을 거라는 생각을 가졌다. 신인왕은 정말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찾아왔다. 그런 부분에서 더 뜻깊었다. 프로 와서 처음으로 (시상식) 단상에 올라간 기분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신인상 수상 후) 마음이 더 편했다. 신인상을 받아서 어느 정도 입지가 쌓여서 ‘12명 안에는 안전하게 들어가겠구나’라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줬다. 신인상을 받지 못했다면 ‘12명 안에 들어갈까 말까’ 고민을 했을 거고, 저라는 선수가 그렇게 부각이 되었을까 싶다. 신인상 출신과 그렇지 않은 차이는 아직도 크다.

수비를 잘한 시기
중학교 때부터 따라가는 수비를 잘 했는데 피지컬이 약해서 늘 다 막아도 뚫리는 경향이 많았다. 몸의 성장기가 끝나고 근육이 붙어서 힘이 생기니까, 스텝은 원래 잘 따라가고 힘에서 안 밀리니까, 수비를 자연스럽게 잘 하는 선수가 되었다. 조금 더 잘 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서, 저의 팔 길이 잘 활용하는 수비를 하고 싶어서 연습을 하니까 잘 되었다.

(프로 와서 좋아진 수비) 제가 스크린을 빠져나가는 부분이 약해서 스크린을 유연하게 빠져나갔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감독님께서 많이 하셨다. 시즌 초만 해도 그런 부분에서 약했다. 팀 디펜스도 외국선수가 있어서 국내선수가 로테이션을 도는 상황이 많이 생기는데 그 부분도 많이 헷갈렸다. 많이 혼나면서(웃음) 배웠다. 감독님께 많이 질책도 받고, 전력분석이 영상을 보여줘서 자연스럽게 늘었다.

전희철 감독이 덤벙거리지 않고 경기 흐름을 본다고 평가
시행착오를 겪어야 성장한다. 그런 걸 애초에 겪지 않고 처음부터 안정하게 리딩을 하기보다 이런 플레이도, 저런 플레이도 해보면서 자기가 느껴야 한다. ‘이건 정말 무리였구나’, ‘이렇게 하니까 팀이 지는구나’ 이런 걸 본인이 느껴야 더 와닿는다. 본인이 느끼지 못하고 의심이 들면 감독님께서 이게 맞다고 하셔도 그건 안 된다. 저조차 감독님께서 이렇게 하라고 해도 불신을 가지니까 잘 안 되어서 이런 플레이도, 저런 플레이도 하면서 저에게 맞는 플레이를 찾았다. 오히려 그런 걸 겪고 또 더 준비해야 더 큰 선수가 된다.

후배들에게 조언
알다시피 1라운드에 뽑힌 선수에게 먼저 기회를 줄 가능성이 높지만, 뒤에서 그 선수보다 더 열심히, 더 간절하게 준비하면 기회가 한 번은 꼭 온다. 그 기회를 위해서 잘 준비해서 잘 잡았으면 좋겠다.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 D리그에 있는 선수를 보면 열심히 하다가 ‘열심히 해서 뭐하나, 어차피 난 안 되는데’ 이런 생각을 가진 선수가 많다. 일주일 동안 되게 열심히 하다가 ‘역시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선수들이 놓았을 때 꼭 그런 기회가 많이 온다. 열심히 준비할 때는 잘 오지 않는다.

언제 경기에 투입될지 몰라 힘들겠지만, 한 시즌이 6개월이다. 6개월 동안 어떻게든 자신이 정규리그 선수라는 생각으로 훈련해야 한다. G리그에 있는 선수들도 NBA에 언제 올라갈지 몰라도 새벽부터 훈련한다. (KBL에서는) 그만큼 힘든 상황도 아니다. 같은 팀에 있으면 (G리그 선수들보다) 더 수월하게 기회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다. 6개월 정도 농구에 미쳐서 준비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다.

BONUS ONE SHOT
4시즌 만에 보수 3억+

오재현은 지난 6월 보수 3억 1000만원(연봉 2억 3000만원, 인센티브 8000만원)에 계약했다. 보수 순위 30위다. KBL은 데뷔 시즌을 약정기간으로 여기며 계약기간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오재현은 계약기간 기준 4시즌 만에 3억 원을 넘겼다. 더구나 FA(자유계약선수)가 되기 전에 보수 3억 원을 넘긴 최초의 2라운더다.

오재현은 “처음 (계약서에) 사인할 때 크게 못 느꼈는데 월급이 들어올 때 새삼 느꼈다. 그만큼 팀에서 입지가 큰 선수가 되어, 예전처럼 서포트만 하는 선수가 아닌, 팀에서 충분한 책임감을 준다. 이번 시즌에는 임하는 각오 자체가 남다르다”며 “부산에 친할머니가 계신다. 쇼파가 정말 오래되어서 낡았다. 제가 쇼파를 바꿔드린다고 이야기를 한 뒤 2년이 지났다. 이번에 부산 내려갔을 때 할머니 댁의 쇼파를 좋은 걸로 바꿔드렸다. 아버지께서 고마워하셨고, 저도 뿌듯했다”고 이번 시즌 계약 후 첫 월급을 받았을 때 일화를 들려줬다.

#사진_ 점프볼 DB(박상혁,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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