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뛰라고 얘기 좀 해주세요.”
30일, 경복고와 강원사대부고의 경기를 보기 위해 서울SK 변기훈, 김지웅 전력분석원이 상주실내체육관을 찾았다. 얼리를 선언한 경복고 이근준을 보기 위함이다. 그런데 두 팀의 전력 차가 크다. 이근준은 1쿼터만 뛰었다.
이근준이 다시 나오길 하염없이 기다리던 두 전력분석원은 옆에 있던 아마농구 지도자에게 하소연했다. “(경복고 코치에게) 이근준 게임 뛰라고 얘기 좀 해주세요.” 물론 그 말을 전달할 방법은 없다. 말을 한 사람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얼리를 선언한 고졸 선수에 대한 프로구단의 관심이 뜨겁다.
“여유가 생겼네요.”
인헌고가 2연승으로 예선 통과의 9부 능선을 넘었다. 청주신흥고를 73-49로 누른 데 이어 광신방예고도 80-61로 제압. 광신방예고를 상대로 큰 위기 없이 20점 내외의 점수 차를 유지하며 낙승했다. 남은 경기는 안양고. 안양고는 전날 광신방예고에게 75-98로 패했다.
이번 대회 안양고와 광신방예고는 3학년이 참가하지 않았다. 인헌고는 3학년이 모두 뛰었다. 그 점을 고려해도 인헌고의 경기력이 좋았다. 공의 흐름이 자연스러웠다. 선수들은 있어야 할 곳에 있었다. 경기를 지켜본 한 농구 관계자는 “인헌고가 우승 이후 여유가 생겼다”라고 했다. 인헌고는 보름 전 끝난 2024 주말리그 왕중왕전 우승팀이다.
“1학년 가드들이 괜찮아요.”
A 대학 감독은 대회 첫날부터 상주실내체육관을 지켰다. 관심은 1, 2학년 선수들이다. 특히 1학년 선수를 유심히 살펴보며 “가드들이 괜찮다”고 평했다.
광주고 박주현(181)은 “리딩이 되고 이기는 농구를 할 수 있는 플레이”라고 했다. 광신방예고 함태영(180)은 “공격 성향이 강하지만, 득점 능력이 좋다”고 했고, 낙생고 이재성(184)은 “재능이 있는데 아직 표출을 다 못 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것 같다”며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A 감독은 “고등학교에 큰 선수가 적다. 그래서 가드들이 센터 농구를 경험하기 힘들다. 엔트리 패스를 넣지 못한다.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컷인하는 선수에게 패스를 잘하는 선수만 많다”고 덧붙였다. “팀에 센터가 있는 것은 가드에게 축복”이라며 “센터가 없어도 포스트에 있는 선수에게 공을 투입하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선수들이 각오를 단단히 했어요.”
양정고, 낙생고, 송도고와 같은 조에 편성된 대전고의 올해 전국대회 성적은 2승 12패다. 참가한 모든 대회에서 예선 탈락했다. 수도권 팀들과 같은 조에 속한 이번 대회도 예선 탈락이 유력했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낙생고를 73-48로 꺾었다. 무려 25점 차다.
최병훈 대전고 코치는 경기 후 “10월 전국체전을 목표로 페이스를 올리고 있다. 선수들이 각오를 단단히 하고 나왔다”라며 기뻐했다. 3학년은 백인준(190)만 뛰었다. 백인준은 32득점 6리바운드 5어시스트 4스틸의 전방위 활약으로 후배들과 승리의 기쁨을 함께했다.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했던 경기 중에 가장 좋았다. 공도 잘 돌아가고, 스크린 걸고 움직이고 슛을 쏘는 과정이 다 좋았다”고 백인준은 경기를 돌아봤다. “2대2 후 돌파나 슛, 패스 모두 자신 있다. 슛은 점점 더 자신감이 커진다”는 백인준은 역시 “슛, 돌파, 패스 모두 잘하는 변준형 같은 선수”를 꿈꾼다.
“우리 조가 죽음의 조에요”
대전고와 낙생고의 경기를 지켜보던 송도고 최호 코치의 말이다. “대전고가 너무 잘한다. (백인준을 보면서) 쟤 하는 거 보세요. 양정이나 낙생도 만만치 않은데…”라며 경계를 감추지 않았다. 이어진 경기에서 송도는 양정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U18 대표팀에 선발된 이찬영의 공백을 실감하며 70득점에 그쳤다. 양정고는 77득점을 올렸다. 양정고 1학년 김승현(184)이 3점 슛 6개 포함 24득점 6스틸로 승리를 이끌었다.
대전고 1승, 낙생고와 양정고 1승 1패, 송도고 1패. 양정을 이긴 낙생이 대전에게 졌다. 양정은 송도를 눌렀다. 지금까지 전국대회 성적은 송도가 가장 좋았다. 대전고는 예선 통과의 관문도 넘지 못했다. 대회 전에는 경복고, 용산고, 휘문고가 모인 D조가 ‘죽음의 조’라는 평가였다. 지금은 C조가 ‘죽음의 조’가 됐다. C조의 최종 결과를 예상하기 어렵게 됐다.
“금명중 파이팅~”
45-12. 홍대부중과 금명중 경기 2쿼터가 끝났을 때 점수다. 홍대부중이 2쿼터에 주전 선수 모두를 교체했지만, 금명중은 점수 차를 좁히지 못했다. 그런데 응원단의 목소리는 지는 팀이 더 컸다. 금명중을 응원하는 이들은 득점이 나올 때마다 큰 환호성을 질렀다.
네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다.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다. 행운이 행복보다 중요할 수는 없다. 학생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스포츠를 통해 심신이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성적’이 ‘성장’보다 중요할 수는 없다. 경기는 40점 차로 졌지만, 경기장을 떠나는 금명중 선수들의 발걸음은 힘찼다.
#사진_정수정 기자
조원규_칼럼니스트 chowk87@naver.com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