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를 바라보는 국내 농구계의 시선이다. 야구, 축구에서는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이 수두룩하지만, 한국농구는 유독 해외 진출에 인색하다. 농구인들은 물론이고 일부 팬들도 그렇다. 필자의 유튜브 채널인 ‘용병닷컴’에 이현중 하이라이트 영상에도 이현중의 활약상을 비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선수들도 국내에서 좋은 대우를 받으니 굳이 해외 진출을 고려하지 않는다. 이 가운데에서도 이현중(에베사 오사카), 여준석(곤자가대)을 비롯해 해외에서의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선수들이 있다는 점 자체가 한국농구에서는 축복이고 자산이다.
꼭 NBA(미국프로농구)에서 주전으로 뛰어야만 성공은 아니다. 국내에만 머무는 틀에서 벗어나 KBL보다 수준 높은 리그에서 경력을 이어가는 여정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해외파 선수들의 선두 격인 이현중은 미국대학농구(NCAA) 데이비슨대를 거쳐 G리그(NBA하부리그, NBL(호주리그)에 이어 최근에는 일본 B.league 에베사 오사카와 계약을 체결하고 프로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탑 수준의 기량 향상을 가져온 지금도 그를 향해 ‘KBL에서나 뛰어라’라는 시선이 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치열한 호주리그, 기량 향상 이끌어내
이현중은 NBL에서 아주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매년 NBA 유망주를 배출하고 있는 NBL은 유럽 정상급 리그에 맞먹는 경기력을 자랑하는 수준 높은 리그다. 일라와라 호크스에서의 첫 시즌 정규리그 27경기를 뛰면서 평균 7.4점 3.9리바운드 3점슛 성공률 40%의 좋은 기록을 남겼다. 팀의 핵심 식스맨으로 자리 잡았으며 플레이오프에서의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26일 에베사 오사카 소속으로 기자회견에 나선 이현중은 NBL에서의 첫 시즌에 대해 “호주리그는 정말 피지컬하고 수준 높은 경기를 한다. 경기 수가 적지만 그만큼 매 경기 결과가 중요해서 경쟁이 치열하다. 매 경기 미친듯이 훈련해서 준비하고 경기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호주리그로 간 이유 중 하나는 수비력 향상이다. 수비는 내게 예전부터 따라다니던 꼬리표다. 나보다 피지컬이 좋은 선수들과 1대1도 많이하고 개인적으로도 노력도 했다. 뻣뻣한 편이어서 요가를 해서 유연성을 길렀고 근력 향상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스텝업을 한 단계였던 것 같다”고 NBL에서의 기량 발전에 대해 설명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NBL 일정을 마치자마자 에베사 오사카와 계약한 것도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합류와 동시에 오사카의 주전 스몰포워드로 기용되고 있는 그는 상대 외인 포워드 또는 귀화선수들과 매치업을 한다.
그는 “상대 용병, 귀화선수 매치업에서 수비면에서 개선되고 배울 수 있다. 슈터로서 패턴이나 공격에서의 다양한 옵션을 가져가는 부분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B.리그가 끝나면 국내에서 휴식과 운동을 병행하며 부족한 점을 채우고 6월에는 다시 미국으로 향해 NBA 서머리그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꿈을 위한 도전이다.
기자회견에서 이현중의 마지막 말에서 선수이자 사람으로서의 마인드도 한 단계 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해외생활을 하면서 뼈저리게 느낀게 있다.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잃어야 한다’는 것이다. 친구, 가족과의 시간을 우선으로 보내면 내 꿈을 잃고, 내 꿈에 도전하려면 가족, 친구와의 시간을 잃고 다른 부분에서의 희생도 있어야 한다"
"한번 사는 인생인데 뭔가 포기를 하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꿈을 향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혼자 있는 시간에 책을 읽고 내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에 맞춰 루틴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내가 발전해나가는 데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 외로웠지만 해외 생활을 하면서 농구선수로도, 인간적으로도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도전의 길은 늘 가시밭길이다. 외롭고 험난하다. 그러나 이현중은 꿈을 위해 기꺼이 그 길을 걸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