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조영두 기자] 위성우 감독은 여자농구 역사상 최고 사령탑이다. 2012년 아산 우리은행 지휘봉을 잡은 후 통합 6연패를 이끌며 단숨에 명장 반열에 올라섰다. 우리은행은 위성우 감독 부임 후 11시즌 동안 무려 8번의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고, 리그를 대표하는 강팀으로 자리매김 했다. 위성우 감독은 1월 26일 용인 삼성생명을 꺾으며 통산 300승을 달성했다. WKBL 최초 기록이며 2위 임달식 전 감독(199승), 3위 임근배 감독(130승)과의 차이도 압도적이다. WKBL에서는 더 이상 이룰 것이 없다. 그렇다면 위성우 감독은 남자프로농구에 도전할 계획은 있을까? 그의 스토리, 도전 의지에 대해 물어봤다.(인터뷰는 1월 30일에 진행됐습니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3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300승 달성 소감은?
의식하지 않고 있었는데 다가오니까 신경이 쓰이더라. 워낙 우리은행에 오래있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기분이 좋은지 모르겠지만 기록이라고 하니까 개인적으로 뿌듯하다.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줘서 얻은 결과라 고마울 따름이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코치들, 트레이너들 등 모두가 도와줬기 때문에 300승을 할 수 있었다. 고맙다고 인사를 전하고 싶다.
처음 우리은행 감독 부임했을 때 이렇게 오래할 줄 알았는지?
그런 감독이 누가 있나. 절대 없을 거다. 내가 처음 감독이 됐을 때는 100승 한 감독님들이 계셨다. 그래서 ‘나도 100승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200승, 300승까지 했는데 ‘벌써?’라는 생각이 들더라. 기록을 의식하지 않아서 이번 시즌 개막 미디어데이에서야 300승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들어서 알았다.
우리은행 지휘봉을 잡았을 땐 최하위라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정말 많이 힘들었다. 선수들도 힘들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나도 힘들었다. 솔직히 너무 힘들어서 후회한 적도 있다. 아무리 훈련을 많이 해도 내 성에 안 차더라. 2, 3년 차까지 그랬던 것 같다. 우승을 했어도 다시 꼴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힘듦이 있으니까 오늘이 있지 않을까 싶다.
얼마나 훈련이 혹독했는지?
훈련량이 아니라 시간이 정말 길었다. 해도 해도 부족한 느낌이었다. 내 마음에 들 때까지 훈련을 시켜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수들도 힘들고 나도 힘들었던 것 같다.
첫 우승했을 때는 기분이 어땠는지?
정말 좋았다.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첫 우승했을 때가 가장 뇌리에 남는다. 얼떨결에 감독 맡아서 우승을 한 것 같다. 그 당시에 잠깐 좋았지만 또 다음 시즌이 걱정됐다. 예전에 우승하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문구를 봤다. 우승하고 나니 그 의미를 너무 잘 알겠더라. 지키는 게 더 힘들었다.
오랫동안 정상을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은?
사실 그 당시에는 우승하고 지켜야 된다는 생각이 없었다. 나는 늘 처음과 똑같은 자세로 오프시즌을 보냈다. 우승했다고 해서 선수들이 나태해지는 걸 너무 싫어한다. 흐트러짐 없는 게 중요하다. 이제는 그게 습관화가 됐다. 그래서 우리은행 선수들은 인터뷰가 재미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 특히 어린 선수들은 겸손함을 배워야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많이 강조한다.
계속 우승을 하다보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는데?
매너리즘에 빠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내 성격이 그렇지 못하다. 우승하고 나서 새 시즌에는 조금 선수들을 편하게 해주자라고 마음을 먹는데 막상 코트에 들어가면 사라진다. 주변에서 코트에만 들어가면 눈이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선수들이 대충 훈련하면 너무 눈에 거슬려서 참지 못할 정도다. 요즘은 훈련 때 코치들에게 맡기기도 한다. 선수들에게 뭐라고 하기 싫어서다. 아예 보지 않으려고 체육관에 안 나갈 때도 있다. 내 성격 때문인 것 같다.
300승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승리는?
감독이 되고 치른 첫 경기(2012년 10월 12일 vs 구리 KDB생명 65-56 승리)다. 얼마 전에 우연히 유튜브에서 봤다. 너무 색다르더라. 나 자신이 너무 어려 보이고, 전술도 다시 떠올랐다. 감회가 새로웠다. 사실 나는 이긴 경기보다 진 경기가 더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때 왜 이렇게 했을까, 왜 이 선수를 기용하지 않았을까 등등 후회를 많이 한다. 그 이외에는 별로 기억에 남지 않는다. 앞으로 치러야 할 경기가 더 신경 쓰인다.
300승을 함께한 전주원 코치는 어떤 존재인지?
전 코치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 요즘은 내가 말 안 해도 알아서 다 해준다. 감독급의 코치나 다름없다. 보통 감독과 코치를 상하관계로 생각하는데 나는 같이 간다고 생각한다. 평소 의견을 많이 물어보고, 옆에서 내가 놓치는 걸 이야기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편한 점도 많다.
농구 공부를 많이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하는지?
3, 4년 전에 약간 매너리즘에 빠졌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하고 있더라. 몇 년 동안 같은 멤버 구성으로 시즌을 치르다보니 새로운 걸 시도하기가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지난 시즌을 앞두고 (김)단비가 우리 팀에 오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돌아서 보니 농구가 너무 많이 변했다. 나 스스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부터 리그패스 끊어서 NBA 시청하고, 유튜브로 전술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막상 찾아보니 정보가 엄청 많더라. 지인들에게 물어보고, 피드백 받고 하면서 재미가 들렸다. 우리 팀에 맞는 전술이 뭐가 있을지 연구하면서 새롭게 시도해보고 있다.
여자농구에서 모든 걸 이뤘는데 남자농구로 넘어갈 생각은 없는지?
그런 이야기를 안 들을 수도 없고, 나도 해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코치 생활까지 합치면 여자농구에 20년을 있었다. 여자농구에서 모든 걸 이루고 남자농구로 간다고 해서 걱정이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사실 나는 별 볼일 없는 선수였고, 운 좋게 감독이 돼서 이 자리까지 왔다. 여자농구에서 잘했다고 남자농구로 가기에는 내 자신이 부끄럽더라. 여자농구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더 선수들을 잘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농구에서 시작했으니 끝까지 여기 있고 싶다.
“꾸준한 훈련이 상위권 유지 비결”
올 시즌 우리은행에는 부상악령이 닥쳤다. 개막전에서 이적생 유승희가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시즌 아웃됐고 박혜진(무릎), 박지현(발목), 최이샘(발목) 등 주축 멤버들이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18승 5패(2월 8일 기준)로 청주 KB스타즈(22승 2패)에 이어 2위를 달리는 중이다. 여러 악재에도 우리은행이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꾸준한 훈련이다. 위성우 감독의 열정적인 지도와 선수들의 성실한 훈련 태도가 합쳐져 이뤄낸 결과였다. 비록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은행은 선두 KB스타즈에 맞서 대권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올 시즌 유독 부상선수가 많아서 힘들 것 같은데?
내 계획이 어긋나고, 선수들이 부상당하는 걸 보니 너무 힘들다. 이번 시즌에 감독 되고 나서 부상자가 가장 많은 것 같다. (박)혜진이는 오프시즌 훈련을 함께 하지 못했고, (유)승희는 이적해서 정말 열심히 했는데 개막전에 다쳤다. 지난 시즌 십자인대 부상을 당했던 (김)은선이는 재활 중에 재파열됐다. 그래서 정말 힘든 것 같다.
유승희 부상이 특히 안타까울 것 같다.
정말 열심히 했다. 팀을 옮기고 잘해야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우승 팀이라 여러모로 부담이 됐을 거다. 허리가 좋지 않은데도 참고 하더라. 운동선수로서 바람직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조금 쉬어가면서 해도 된다고 했다. 일본 전지훈련에서도 연습경기를 풀타임으로 계속 뛰었다. 그래서 명예회복을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근데 개막전에 부상을 당해서 내가 당황했다. 승희 생각을 하느라 경기를 놔버렸다. 어떻게 이겼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부상선수가 많음에도 2위를 달리고 있는데 원동력이 있다면?
선수 구성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 바탕에는 훈련이 있다. 나는 꼴찌 팀을 맡아 꾸준히 훈련시켜서 여기까지 왔다.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좋은 선수를 영입해야 되지만 기본적인 자신감은 훈련에서 나온다. 지금 단비도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데 훈련을 쉬지 않는다. 혜진이, (최)이샘이도 마찬가지다. 선수가 훈련의 중요성을 느끼고 따라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어린선수들도 언니들을 보면서 배운다. 이게 우리 팀이 성적을 내고 있는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
이적생 이명관의 깜짝 활약도 빼놓을 수 없는데?
사실 (이)명관이는 오프시즌 훈련을 전혀 하지 못했다. 팀에 오자마자 족저근막염이 있었는데 수술하면 복귀까지 3개월이 걸린다고 하더라. 근데 수술 후에 3개월, 4개월이 지나고 시즌 개막할 때까지 통증이 있었다. 아마 본인도 많이 답답했을 거다. 개막 일주일 전부터 팀 훈련을 했다. 무리시켰다가 다칠까봐 올스타 휴식기 이후에 내보낼 생각이었다. 하필 승희가 다치는 바람에 10분만 버텨달라고 넣었는데 너무 잘했다. 솔직히 운이라고 생각한다. 손발이 맞지 않아서 단순한 것만 시켰다. 지금은 몸이 많이 좋아져서 30분 이상 책임져주고 있다. 팀에 완벽하게 녹아들지 못했지만 본인 몫을 너무 잘해준다. 승희가 부상당했지만 명관이가 깜짝 활약을 펼치면서 전화위복이 됐다.
박지현에게 유독 엄격했는데 바라는 점이 있다면?
나는 장점보다 단점만 보이더라. 장점은 선수가 알아서 잘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단점을 채워야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식스맨들은 잘하는 것만 하면 될 수도 있다. (박)지현이는 다르다. 여러 가지 다 할 줄 알아야 한다. WNBA 진출이라는 꿈이 있는데 내가 보기엔 아직 많이 부족하다. 지금도 겸손하고 잘하는데 본인을 좀 더 낮출 줄 알아야 한다. 그래도 요즘은 덜 뭐라고 한다. 경기 중에 가끔씩 엄격한 모습이 나온다. 나는 지현이가 농구를 잘하면서 인성도 좋은 선수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승을 위해서는 KB스타즈를 넘어야 될 것 같은데?
냉정히 말해서 쉽지 않다. 이제 (박)지수에게 노련미가 생겼다. 앞으로 언제까지 될지 모르겠지만 지수를 막을 선수가 없다. 지수 덕분에 다른 선수들도 다 산다. 지난 시즌에는 지수가 없었기 때문에 운이 좋아서 우승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우리은행을 만나면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더라. 우리 팀을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이번 시즌 KB스타즈와 붙어보면서 해법을 찾았는지?
해법은 부상 선수들이 다 있어야 한다. 근데 쉽지 않다. 나머지 5개 팀 선수들이 지수의 수를 뛰어 넘기가 어렵다고 본다. 그래도 스포츠는 붙어봐야 알 수 있지 않나. 올 시즌 어려운 상황에서도 KB스타즈와 좋은 경기를 했다. 올 시즌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맞대결을 펼쳐야 한다. 선수들에게 좋은 경기 하고 있으니 자신감을 가지라고 항상 이야기해주고 있다.
팀의 주축 멤버들 나이가 많은데 장기적인 계획은 갖고 있는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성적을 계속 내다보니 신입선수선발회에서 계속 뒤 순번이 나온다. 그럼 사이즈 좋은 선수들을 앞에서 다 뽑아간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우리 팀도 언젠가 내려가는 날이 올 거다. 우리은행도 2000년대 중반 하위권에 머물면서 좋은 선수를 많이 뽑을 수 있었다. 물론, 대비는 해야 된다. 어린 선수들을 코치들과 함께 시간을 할애해서 키우려고 하고 있다.
혹시 개인적으로 더 이루고 싶은 것이 있는지?
하나도 없다. 나는 목표를 정해놓지 않는다. 오히려 목표를 정하면 잘 안 되더라. 물론, 팀의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목표가 우승을 더 해야겠다는 아니다. 내가 여자농구에 20년 동안 있었는데 옛날만큼은 아니어도 다시 붐이 일어나서 인기를 얻을 수 있도록 힘이 되고 싶다. 여자농구가 발전하는데 기여하는 게 개인적인 목표다.
▼ 위성우 감독 프로필
생년월일
1971년 6월 15일
신장/체중
185cm/82kg
출신학교
성동초-토성중-부산중앙고-단국대
선수경력
1995~1998 현대전자
1998~2001 안양 SBS
2001~2003 대구 동양
2003~2005 울산 모비스
지도자 경력
2005~2012 안산 신한은행 코치
2012~현재 아산 우리은행 감독
# 사진_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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