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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꿈에 그리던 국가대표, 전쟁터 나간다는 마음으로” 아시안게임 출격 앞둔 하윤기

조영두 기자 / 기사승인 : 2024-09-17 06:3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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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조영두 기자] 지난 시즌 KBL에서 가장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여준 한 명을 꼽는다면 단연 하윤기(24, 204cm)다. 하윤기는 정규리그 51경기에서 평균 29분 45초를 뛰며 15.3점 6.4리바운드로 활약했다. 유망주 빅맨이 아닌 수원 KT의 주축 멤버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국가대표로서도 하윤기는 돋보였다. 7월 열렸던 일본과의 두 차례 평가전에서 호쾌한 덩크슛과 블록슛을 선보이며 추일승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결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대표팀 12인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제 ‘베이비 헐크’ 하윤기는 아시안게임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의 골밑을 든든하게 지킬 예정이다.(인터뷰는 8월 11일에 진행됐습니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9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남자농구 대표팀이 시리아에서 열리는 2023 FIBA 올림픽 사전자격예선 불참을 선언했는데요.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8일 오후까지 출전여부가 결정이 안 된 상황이었어요. 오후 훈련을 마치고 나서 (추일승) 감독님께서 대회에 불참하기로 했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13일 저녁에 복귀하기로 하고 대표팀은 그날 바로 해산했어요. 그동안 만들어놓은 몸이 있어서 KT 숙소가 있는 수원에서 개인적으로 웨이트 트레이닝 하며 지내고 있죠.

열심히 준비했는데 아쉽지는 않나요?
너무 아쉬워요. 근데 주위에서 시리아가 엄청 위험하다고 하더라고요. 가고 싶은데 가면 안 되는 상황이었죠.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는데 그럴 수 없어서 아쉬움이 남아요.

7월 일본과의 두 차례 평가전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사실 긴장을 엄청했어요. 나를 증명해야 된다는 생각에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한일전이 특별한 의미가 있잖아요. 긴장감이 심했는데 형들이 옆에서 도움을 줬어요. 제 찬스를 많이 봐줘서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었죠.

1차전 인유어페이스 덩크슛 후에 카메라를 응시하는 세리머니가 인상적이었는데요?

패턴을 시도하다가 공이 (송)교창(상무)이 형에게 갔어요. 저는 교창이 형이 해결할 줄 알았는데 수비를 끌어모아서 저한테 패스를 주더라고요. 사실 그때 덩크슛을 찍기에는 좀 멀었어요. 앞에 신장이 큰 선수가 있어서 애매하게 레이업을 올려놓다가 블록슛 당할 바에는 덩크슛을 해보자는 마음이었는데 아슬아슬하게 성공이 됐죠. 저도 기분이 너무 좋더라고요. 덩크슛 이후에 앞에 카메라가 보여서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던 것 같아요.

블록슛 능력이 좋은 편인데 하윤기만의 특별한 비결이 있나요?
상대가 가드가 돌파를 할 때 너무 빠른 타이밍에 도움 수비를 가면 제 매치업 센터한테 패스를 할 수 있고, 자칫하면 파울이 나와요. 그래서 일부러 제 매치업 센터한테 붙어서 레이업을 시도하게 만들죠. 쉽게 말해 덫을 놓는 거예요. 기다리고 있다가 상대 가드가 레이업을 얹어놓으면 타이밍 맞춰서 블록슛을 찍으려고 해요.

지난해 FIBA 아시아컵 엔트리 탈락이 동기부여가 됐을 것 같은데요?
아시아컵 엔트리에 뽑히지 못했을 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좌절이었어요. 한동안 너무 우울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할 정도였으니까요. ‘내 능력이 이 정도밖에 안 되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그때 (최)준용(KCC)이 형이 옆에서 많은 이야기를 해줬어요. 조언을 해줬고, 혼자서 읽으라고 책도 사줬죠. 저 스스로 마음가짐을 바꾸려 했어요. 이 악물고 지난해 오프시즌을 보냈던 게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아요.

작년 이맘때와 비교해 가장 발전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중거리슛 횟수를 많이 늘리려고 했던 게 큰 변화라고 생각해요. 중거리슛이 들어가니까 일대일 공격을 할 때도 한층 편하더라고요. 확실히 슛이 있으면 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큰 신장에 뛰어난 운동능력, 빠른 스피드까지 갖추고 있는데 타고 난건가요?
운동능력은 타고 났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부터 좋았으니까요. 스피드는 대학시절까지 빠르지 않았어요. 근데 현대농구에서는 센터가 달릴 줄 알고, 속공 참여도 해야 된다고 생각해서 순발력 훈련을 했죠. 열심히 뛰려고 하다 보니 빨라진 것 같아요.

추일승 감독의 특별한 주문사항이 있나요?
국제대회는 피지컬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힘센 선수들이 많으니까요. 감독님께서 몸싸움을 좀 더 다부지게 해달라고 주문하세요. 훈련 때도 강조하시고요. 리바운드와 박스아웃을 좀 더 철저하게 해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항저우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정말 기분이 좋아요. 꿈에 그리던 국가대표 명단에 들었고, 아시안게임이라는 큰 대회에 출전할 수 있으니까요. 어떤 상대들과 만날지 기대하고 있어요.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각오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마음가짐을 강하게 먹어야 될 것 같아요. 전쟁터에 나간다는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에요. 제 포지션이 유독 몸싸움이 많으니까요. 공격에서는 해결해줄 수 있는 형들이 많기 때문에 몸싸움이나 궂은일에 집중하도록 하겠습니다.

“베이비 헐크 별명? 너무 마음에 들어요”
하윤기의 별명은 ‘베이비 헐크’다. 어린 나이임에도 강력한 힘과 뛰어난 운동능력을 앞세워 골밑을 누비는 하윤기를 보고 라건아(KCC)가 붙여준 것. 하윤기는 베이비를 벗어던지고 헐크가 되기 위해 점점 진화 중이다. 그러나 그는 아직 만 24살에 불과한 청년이다. 농구 이외의 이야기가 나오자 입가에 미소가 번지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제 사적인 질문을 해볼게요. 농구 이외의 취미는 무엇인가요?
컴퓨터 게임을 많이 해요. 어릴 때부터 쉬는 날에 친구들과 자주 했거든요.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해요. 쉬는 날 너무 심심하면 혼자서 자주 보러 가거든요. 영화는 혼자 보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좀 더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최근에 엘리멘탈, 밀수,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봤어요.

요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서핑이요. 유튜브 보다가 우연히 서핑 영상을 봤는데 너무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요. 지난 시즌 도중에 알았으면 휴가 때 도전해봤을 텐데 최근에 알아서 해보진 못했어요. 기회가 된다면 꼭 서핑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노래 실력을 자주 선보였는데 본인이 점수를 매긴다면?

잘 부르진 않는데 지르는 걸 좋아해요. 락(Rock) 노래를 많이 부르는 편이죠. 사실 제가 부끄러움이 많은 성격인데 한번 망가진 적이 있어요. 그래서 요즘은 이미지를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요. 애창곡은 넥스트의 ‘Lazenca, Save Us’예요.

좋아하는 음식은?
개인적으로 라면을 너무 좋아해요. 어릴 때부터 좋아했고, 지금도 야식으로 자주 먹어요. 하지만 요즘에는 몸을 만들어야 돼서 조금 줄이려고 하고 있어요. 그리고 순대국도 좋아하는 음식이에요. 평소에 자주 사먹곤 해요.

KT 입단 후 등번호 0번을 달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대학시절에는 22번을 달았어요. 프로에 오면서 새롭게 태어났다는 의미에서 등번호를 바꾸고 싶더라고요. 근데 마땅한 번호가 없었고, 고민 끝에 0번을 선택했어요. 동그라미랑 비슷하게 생겨서 깔끔하잖아요? 주변에서 잘 어울린다는 말을 해주셔서 계속 가져갈 생각이에요.

이상형은 어떻게 되나요?
음, 지적인 여자요. 제가 아는 게 많이 없어서 똑똑했으면 좋겠어요(웃음). 키와 외모는 크게 안 보는 것 같아요. 연예인으로 치면 르세라핌 카즈하가 좋더라고요. 이상형이라기보다 예뻐서 좋아합니다. 하하.

‘베이비 헐크’라는 별명이 있는데 마음에 드나요?

(라)건아(KCC) 형이 처음 지어준 별명이에요. 딱 들었을 때 신선하고 마음에 들더라고요. 이 별명을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는데 그 때부터 팬들에 베이비 헐크라고 불러주셨어요. 헐크가 강한 이미지잖아요? 그래서 마음에 들어요.

KT 홈 경기에서 상대팀이 자유투를 던질 때 베이비 헐크 인형으로 방해하기도 했는데요?
솔직히 저는 마음에 안 들어요. 지난 시즌 개막전에 처음 봤는데 정말 당황스럽더라고요. 상대팀을 당황시킬 수 있는 무기인데 저도 말릴 것 같았어요(웃음). 5경기 정도 지나고 나니까 적응이 되더라고요. 실제로 효과가 있다고 들었는데 정말 신기했어요.

“새 시즌 목표는 플레이오프와 베스트5”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 진출에 실패한 KT는 선수단에 변화를 줬다.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7억 8000만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해 KBL 최고 수비수 문성곤을 영입했다. 현재 상무에 있는 허훈이 복귀한다면 허훈-문성곤-하윤기로 이어지는 라인업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하윤기 또한 자존심 회복을 노리고 있다. 플레이오프 진출과 베스트5 수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중이다.

오프시즌 송영진 감독이 새롭게 KT의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정말 남자답고, 화끈하신 분이에요. 훈련 시간에는 열정을 다해 가르쳐주시죠. 훈련 시간 이외에는 친근하게 먼저 다가와주시고, 장난도 많이 쳐주세요. 정말 좋은 감독님에요.

지난 시즌 하윤기의 성장에 송영진 감독이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센터로서 노하우를 세심하게 알려주셨어요. ‘좀 더 몸에 힘주고 전투적인 자세로 경기에 임해라’라고 조언도 많이 해주셨죠. 슛 폼 교정도 해주고, 일대일로 개인 훈련을 많이 했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감독님 덕분에 중거리슛이 잘 들어가는 것 같아서 감사하게 생각해요.

문성곤이 새롭게 팀에 합류했는데요?
(문)성곤이 형은 수비에서 거의 2, 3인분을 해줘요. 같이 뛰면 수비 걱정은 없죠. 좋은 선수라고 생각해요. 평소 조언과 팀워크와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해주기 때문에 팀 중심을 잘 잡아줄 거라 믿어요.

허훈(상무), 문성곤과 대표팀에서 함께 뛰어봤는데 호흡은 어땠나요?
(허)훈이 형은 말이 필요 없는 명품 가드에요. 패스면 패스, 슛이면 슛 다 잘하는 것 같아요. 신인 시절 함께 뛰어봐서 서로를 잘 알고 있어요. 성곤이 형은 처음 같이 뛰어봤는데 수비에서 빈틈이 생기면 다 커버해주더라고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너무 편했어요.

새 시즌 KT의 팀 수비가 많이 좋아질 것 같은데요?
우리 팀에 성곤이 형뿐만 아니라 수비 잘하는 형들이 많아요. 저만 잘하면 될 것 같아요. 일본과의 평가전에서도 팀 수비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어요. 제 포지션에서 구멍만 나지 않는다면 정말 단단한 팀이 될 거라 생각해요.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해서 반등을 노리고 있을 것 같은데요?

플레이오프를 떨어져보니 저는 휴가를 받고 집에서 쉬는데 다른 팀들은 계속 경기를 하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너무 뛰고 싶었고, 부러웠어요. 집에서 경기를 보고 있는 제 자신이 처량해지더라고요. 이번 시즌에는 꼭 플레이오프에 올라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에요.

새 시즌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일단 무조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싶어요. 그리고 상대팀 외국선수 수비를 잘하고 싶어요. 지난 시즌 (오마리) 스펠맨(KGC)한테 40점을 준 적이 있거든요. 당시 충격이 너무 컸어요. 올 시즌에 외국선수와 매치업이 된다면 점수를 덜 줄 수 있도록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중거리슛에 이어 개인적으로 보완하고 싶은 점은요?
아직 중거리슛이 불안정하다고 생각해요. 다른 것보다 중거리슛을 완전히 제 것으로 만들고 싶어요. 좀 더 성공률을 높이는 게 목표에요. 요즘도 꾸준히 연습을 많이 하고 있어요. 많은 연습밖에는 답이 없는 것 같아요.

지난 시즌 기량발전상과 수비 5걸을 받았는데요. 다가오는 시즌 받고 싶은 상이 있다면?
베스트5를 목표로 열심히 해볼 생각이에요. 베스트5는 각 포지션에서 제일 잘하는 선수만 받을 수 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몸 상태가 정말 좋은 나이라고 생각해서 다른 팀 빅맨들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요. 무조건 이겨서 베스트5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는데 다시는 그 아픔을 겪고 싶지 않아요. 이번에 성곤이 형이 합류했고, 훈이 형이 돌아오는 만큼 강해진 전력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싶어요. 더욱 강력해진 전력으로 재밌고 좋은 경기 보여드릴 테니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 항상 많은 성원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 하윤기 프로필
생년월일

1999년 3월 12일
신장/체중/포지션
204cm/100kg/센터
출신학교
연가초-삼일중-삼일상고-고려대
선수경력
2021~현재 수원 KT
수상경력
2022-2023시즌 올스타게임 MVP, 기량발전상, 수비 5걸

#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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