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실험중?’ 리그 2년차 영건 빅터 웸반야마(20‧222cm)는 향후 NBA를 이끌어갈 가장 유력한 슈퍼스타 후보 중 한명이다. 사이즈가 곧 무기인 농구에서 신장 222cm, 윙스팬 244cm의 엄청난 신체조건은 그 자체로 축복이다. 어디 그뿐인가. '초장신은 느리다'는 편견을 깨고 신장대비 상당히 빠르게 달리고 높이 뛴다. 그야말로 이런 사기 캐릭터가 없다.
농구에서 신인을 뽑을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 중 하나는 사이즈다. 가드같은 경우 순수하게 기량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반해 장신자 특히 빅맨은 당장 부족한게 많아도 가능성만 놓고 뽑는 경우도 적지 않다. 수요가 부족한 포지션 특성상 키워서라도 쓰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다.
어느 정도만 보여준 빅맨이라면 단점이 많아도 상위픽에 뽑히기 일쑤다. NBA 신인드래프트 역사에서 실패한 빅맨픽이 유독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마치 야구에서 제구가 좋지 않아도 구위만 보고 가능성을 높이 사서 상위픽을 행사하는 것처럼…, 좌완 파이어볼러는 지옥에서도 데려온다는 말이 괜스레 나온 것이 아니다. 농구 또한 압도적인 신장이 있다면 다른 포지션 경쟁자보다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갈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웸반야마는 말 그대로 포텐덩어리다. 실제로 즉시 전력감이면서 가진 툴이 워낙 많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이즈 대비 신체 능력이 좋으며 드리블, 슈팅, 패싱능력 등 다방면에 걸쳐 폭넓은 플레이가 가능하다. ‘유니콘’이라는 평가가 따라붙고 있는 이유다. 지금도 잘하지만 앞으로 훨씬 더 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일단 수비적인 부분에서는 지금도 리그 최고 수준으로 극찬받고 있다. 마른 체형으로 인해 포스트 장악력에 있어서는 아쉬움을 지적받고 있지만 압도적인 높이를 앞세운 세로 수비는 이미 완성형이다. 특히 블록슛은 ‘팔이 늘어나는 느낌이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상대팀에게 엄청난 압박감을 안겨준다.
지난 시즌 3.6블록슛으로 전체 1위에 올랐는데 2위(2.4개)와 큰 격차를 보였을 만큼 독보적인 모습을 보였다. 올시즌 또한 평균 3.8개로 2위와 1개 가까이 차이나는 1위를 질주 중이다. 때문에 상대 선수들은 웸반야마가 포스트 인근에 있으면 슛을 주저하거나 슛을 시도해도 부담을 가지고 쏠 수 밖에 없어 성공률이 떨어지게 된다. 보이지않는 효과까지 감안하면 수비 영향력은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거기에 빠른 발까지 가지고 있는지라 외곽 인근까지 넓은 수비가 가능하다. 웸반야마처럼 크고 날렵한 선수가 3점 라인 부근에서 긴손을 휘둘러대면 상대팀이 받는 불편함은 이루말할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공격이다. 지난시즌 71경기에서 평균 21.4득점을 기록했고 올 시즌에도 22.3득점으로 수준급 공격력을 보여주고있다. 20살의 젊은 선수임을 감안했을 때 역대급 행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빅맨치고 외곽슛 시도가 너무 많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대농구는 빅맨에게도 외곽슛을 요구하고 있지만 웸반야마같은 경우 갖춘 것을 넘어 난사 경향까지 보이고있기 때문이다. 포스트에서 상대를 두들기면서 외곽슛까지 쏘는 것과 외곽을 특기로하는 것은 다르기에 나오는 얘기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이는 심각하게 다뤄졌다. 많이 쏘는 것은 둘째치고 성공률이 20% 초반대를 오갔던 이유가 크다. 현재는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 몇경기 3점슛이 제대로 폭발하며 성공률이 34.3%로 부쩍 올랐다. 여전히 만족스러운 수치는 아니지만 슛감이 점점 오르고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웸반야마는 지난 14일 있었던 워싱턴 위저즈와의 경기에서 자신의 높은 포텐을 제대로 과시했다. 32분 28초 동안 코트에서 뛰며 개인최다득점인 50득점에 더해 6리바운드, 2어시스트, 3블록슛으로 활약했다. 샌안토니오 소속 선수가 50득점 이상을 기록한 건 1994년 데이비드 로빈슨 이후 무려 30년 만이다.
이날도 3점슛은 웸반야마의 좋은 공격 옵션이었다. 16개 가운데 8개를 넣었다. 딥쓰리도 여러차례 있었으며 외곽슛이 말을 잘듣자 돌파 옵션도 같이 조화를 이뤘다. 사실 웸반야마가 이날처럼만 3점슛을 넣어준다면 외곽 공격은 자제가 아닌 권장할 사항이 될 수도 있다. 어느 정도 꾸준한 성공률만 보장된다면 워낙 타점이 높기 때문에 대놓고 3점슛을 쏴도 견제하기가 쉽지않다.
웸반야마의 성장 방향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신장은 같은 빅맨 사이에서도 돋보일 정도로 크지만 호리호리한 체구로 인해 몸싸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고 섣부르게 몸을 키우면 순발력, 점프력 등에 영향이 갈 수도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할 부분이다. 현재로서는 3점슛을 잘 쏘는 이유 반, 포스트에서의 어려움 반이 섞여서 외곽 공격이 많다고 볼 수 있다.
일부에서는 수비는 안정되었으니 공격에서는 구태여 포스트에 집착하지않고 외곽슛 위주로 가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는 의견도 있다. 기존 고정 관념을 깨고 효율성에 중점을 두자는 말이다. 만약 그렇게된다면 우리는 역대 최장신 3&D 플레이어를 볼지도 모르겠다. 대형 기대주 웸반야마의 성장 방향은 아직은 진행형이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