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서호민 기자] “부족한 점이 많다.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한국 3x3의 발전을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겠다.”
앞으로 1년 간 한국 남자 3x3 대표팀을 이끌어갈 사령탑이 결정됐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배길태 남자 3x3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경복고와 홍익대를 거쳐 1997년 청주 SK(현 서울 SK)에 입단해 프로 선수로 활약한 배 감독은 은퇴 후 KCC 코치를 거쳐 지난 2018년 당시 부산 KT(현 수원 KT) 1군 코치로 선임돼 프로 무대에 경험을 쌓았다. 배 감독은 KT에서 나온 뒤로는 최근까지 삼선중 A코치를 맡았다.
새롭게 3x3 대표팀 지휘봉을 맡게 된 배길태 감독은 “부족한 점이 많다. 겸손하게 한국 3x3 발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로 대표팀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하며 “3x3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어려운 점도 많다. 이런 부분은 협회와 3x3 위원회 위원분들과 긴밀하게 논의해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몇 년간 국내에서 3x3 인지도는 조금씩 증가하고 있지만 국제 무대로 나가면 한국 3x3는 여전히 변방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 3x3는 2019년 이후 3x3 월드컵에 나서지 못하고 있으며 현재 남자 60위(아시아 15위), 여자 75위(아시아 18위)로 하락세에 놓여 있다.
국제경쟁력 위기를 맞는 현실 속에 3x3 남자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된 배 감독은 중책을 떠안게 됐다. 이에 대해 배 감독은 “대한체육회 승인이 떨어지면 공식적으로 감독 임기가 시작된다. 협회에 들어가서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플랜을 말씀드릴 예정이다. 물론 협회가 갖고 있는 플랜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소통을 통해 잘 맞춰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주위에서는 3x3와 그동안 접점이 없었다고 하는데 나 역시 이러한 부분을 잘 알고 있다. 공부하고, 또 공부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지난 해 말부터 월드투어, 챌린저 등 국제 3x3 경기를 열심히 보고, 공부했지만 더 노력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한국 3x3의 발전을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겠다”고 더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1년 간 대표팀을 이끌어 가야 할 배 감독이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건 무엇일까.
“유럽이나 미국 등 세계 톱 레벨의 3x3 팀들을 보면 스크린을 기반으로 한 플레이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스크린에 기반한 플레이를 50% 밖에 보여주지 못한 채 개인 기량에만 의존하는 느낌이 강하다. 또, 수비 시에 스위치 디펜스를 할 때도 수비자만 바꿔주고 공을 갖고 있는 선수에게 크게 압박감을 주지 못한다. 이런 점들을 훈련을 통해 강화시켜 3x3 만의 조직적인 움직임들을 많이 만들어내고 싶다.” 배길태 감독의 말이다.
그동안의 한국 남자 3x3 대표팀은 사실상 '급조된 팀'에 가까웠다. 선수 선발에서부터 잡음이 많았고 준비 기간도 턱없이 부족했다.
몽골, 일본, 중국 등 아시아 3x3 강국들은 대표팀을 소집하기 전에 일찍이 강화 합숙훈련, 해외 전지훈련을 통해 적응력을 키우는 반면 한국은 기껏해봐야 한 달이고 정말 길어야 두 달 남짓 훈련에 임한 뒤 대회에 출전하곤 했다.
특히, 5대5 프로 선수들이 출전하는 아시안게임의 경우, 준비 기간이 짧다보니 프로 선수들이 3x3라는 새로운 스타일의 농구를 접했을 때 과연 제 기량이 나오겠느냐는 의문점이 들었고 아니나 다를까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겼다.
배길태 감독은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소집 시스템’도 개선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한국 선수들은 대회를 즈음해 경기를 뛰기 위해 급하게 몸을 만들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준비가 부족할 수 밖에 없다. 몸 만드는 데만 시간을 다 허비하다보니 정작 다른 것들을 준비하지 못하고 대회에 출전하기 급급했다. 이 부분을 제대로 개선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도록 하겠다. 사실 3x3 종목 특성상 실전에서 감독이 하는 역할은 크게 없다. 훈련에서 결국 다 만들어내야 하는 게 감독의 임무다. 그런 점들을 잘 고려해 훈련의 틀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잘못된 부분들은 쳐내고 좋았던 부분은 더욱 극대화시키겠다.” 배길태 감독의 말이다.
배길태 감독의 첫 시험무대는 내년 3월 싱가포르에서 열릴 FIBA 3x3 아시아컵 2025다. 지난 2년 연속 아시아 무대에서 퀼리파잉드로우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셨기에 한국 3x3가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내년 아시아컵 성적이 매우 중요하다.
배 감독은 “공식 업무가 시작되면 내년 열릴 아시아컵부터 준비해야 한다. 당장 눈 앞에 있는 성적보다는 성장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을 위주로 선발해 이 선수들을 계속 키워나가고 싶다. 협회에는 어린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했다. 잘할 수만 있다면 프로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도 상관 없다”며 “체력적으로 준비가 잘 갖춰져 있고 3x3에 뛰기 적합한 선수들로 팀을 구성하고 싶다”는 생각도 전했다.
끝으로 배 감독은 “개인적으로 목표가 있다고 하면 선수들에게 인정받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선수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지도자는 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렇다고 막 선수들과 친하게 지내겠다는 느낌은 아니다. 선수들이 힘들어할 때 같이 고민해주고 선수들과 같이 연구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선수들로부터 인정 받아야 내가 생각하는 플랜과 방향성이 확립될 수 있다”고 자신이 그리는 지도자상을 이야기했다.
한편, 남자 3x3 대표팀 새 감독으로 선임된 배길태 감독의 계약기간은 대한체육회 승인일부터 1년 간이며, 2025년 3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2025 FIBA(국제농구연맹) 3x3 아시아컵에서 대표팀을 이끈다. FIBA 국제대회 성적 및 선수 지도 등 연간 활동 심층평가 후 계약연장이 가능하다. 계약 연장 시에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까지 대표팀을 이끌게 된다.
#사진_점프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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