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2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신인 드래프트 전 문정현(KT), 유기상(LG)과 함께 BIG3로 평가 받았는데?
어릴 때부터 신인 드래프트를 봤는데 매년 대어급 선수들 이름 언급이 자주 되더라. 내 이름이 거기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기뻤다. 신인 드래프트는 내가 지금까지 했던 걸 바탕으로 선택을 받는 게 아닌가. 내가 생각한다고 달라질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해서 최대한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다. 고려대 생활 마무리 잘하자는 마음가짐으로 끝까지 대학리그를 뛰었다.
1순위 욕심은 없었는지?
정말 없었다. 구단 순위 뽑는 날이 가장 긴장되더라. 꼭 로터리픽이 아니어도 나에게 맞는 팀에 가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수원) KT가 1순위 지명권을 획득했는데 나를 뽑을 것 같진 않았다. 허훈 형, 정성우 형, 최창진 형, (숀 데이브) 일데폰소 등 나와 겹치는 포지션이 너무 많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현대모비스나 (창원) LG에 갈 것 같았다. 세 팀 중에서 현대모비스에 가고 싶었는데 뽑아주셔서 기분 좋았다.
현대모비스에 지명됐을 때 기분은?
나는 대학리그 결승전, 정기전 같은 큰 경기에서 절대 긴장하지 않는다. 근데 (문)정현이가 1순위로 KT에 뽑히고 나서 엄청 긴장이 되더라. 현대모비스에 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다행히 조동현 감독님이 단상 위에서 고려대학교를 말씀하시는 순간 긴장이 풀렸다. 가고 싶은 팀에 가서 굉장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신인 드래프트 후 곧바로 일본 전지훈련에 동행했다.
현대모비스에 뽑히자마자 사무국장님이 바로 일본에 가야 될 것 같다고 하시더라. 정신없었지만 오히려 좋았다. 팀에서 내 가능성을 보고 데려가신 게 아닌가. 일본에서 형들과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이 있었고, 팀에 적응할 수 있었다.
KBL 컵대회에서는 경기력이 기대 이하였는데?
조별 예선까지는 괜찮았다. 토너먼트를 치르면서 나도 모르게 급해지더라. 아직 팀에 완전히 녹아들지 못한 상황에서 경기가 시소게임으로 가니 부족함이 드러났다. 그래도 감독님이 믿음을 주셨고, 경기를 뛰게 해주셔서 감사했다. 그 경험 덕분에 정규리그에서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시즌 개막 직전에 발목 부상을 입었다.
신인 드래프트 이후에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컵대회를 기점으로 컨디션이 올라온다고 느꼈는데 꼭 그럴 때 다치더라. 수비 스텝을 놨는데 (게이지) 프림의 발을 밟아서 발목을 접질렸다. 두둑 소리가 나는 게 느껴져서 인대가 파열됐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았다. 인대 3개 중에 1개 반 정도 손상을 입어서 수술 없이 재활 치료를 받았다.
부상당한 이후에는 어떻게 지냈는지?
한 달 반에서 두 달 정도 재활에 매진했다. 트레이너 형들한테 너무 감사했다. 관리를 잘해주셔서 금방 부기가 빠졌고, 깁스 풀자마자 걸을 수 있었다. 그 시기에 학기 중이라 스케줄이 정말 살인적이었다. 아침 7시에 고려대로 출발해서 수업 듣고, 용인 숙소로 돌아와서 재활 운동을 했다. 몸과 마음이 다 힘들었던 시기였다.
“개인 기록보다 팀 성적이 먼저”
시즌 전 발목 부상으로 이탈했던 박무빈은 돌아오자마자 서명진이 빠진 현대모비스 가드진에 큰 힘을 불어넣고 있다. 득점력과 더불어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도 돋보인다. 데뷔 후 10경기에서 평균 28분 5초를 뛰며 11.2점 3.5리바운드 5.1어시스트로 활약했다. 유기상이 독주하던 신인상 레이스에 불을 지폈다. 그가 신인상을 수상하게 된다면 현대모비스는 2021-2022시즌 이우석, 2022-2023시즌 론제이 아바리엔토스 그리고 박무빈까지 KBL 최초로 3시즌 연속 신인상을 휩쓸게 된다.
지난해 12월 7일 서울 SK전에서 프로 데뷔 경기를 치렀는데?
내가 (원주) 동부(현 원주 DB) 유소년 농구교실 출신인데 어릴 때부터 동부 경기를 보면서 농구선수의 꿈을 키웠다. KBL 무대에서 뛰는 걸 기다리다가 부상을 당해서 데뷔가 늦어졌다. 교체로 딱 코트를 밟을 때 기쁘고 감회가 남달랐다. ‘이제 내가 진짜 프로선수가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점이 있다면?
대학리그까지는 또래 선수들과 경기를 해왔다. 프로는 외국선수의 존재감이 너무나 크다. 건국대에 프레디가 있었지만 외국선수과는 차원이 다르다. 나와 같은 가드들은 그냥 레이업을 올려놓으면 무조건 블록슛을 당한다. 그래서 플로터나 중거리슛을 더 연마하고 있다.
이렇게 경기를 많이 뛸 줄 알았는지?
전혀 몰랐다. 어느 팀에 가든 궂은일부터 해서 출전 시간을 늘려가자고 마음을 먹었다. 팀 사정상 운 좋게 기회가 왔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서 지금까지 많이 뛰고 있는 것 같다. 나를 믿어주시고 기회를 주시기 때문에 보답해야 한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조동현 감독의 특별한 주문사항이 있다면?
우리팀이 리바운드를 잡으면 빠르게 속공을 나가길 원하신다. 상대가 수비 대열을 갖추기 전에 공격을 끝내라고 하시더라. 요즘은 경기 운영에 대해서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어떤 방향으로 해야 되는지 알려주시고, 나 스스로 생각해보라고 하신다. 매 경기 전에 어떤 선수와 매치업이 되고 약점은 무엇인지 파악하고 나서려고 한다.
가장 매치업하기 힘들었던 상대는 누구였는지?
일대일로 가장 막기 힘든 건 김선형 형이었다. 오른쪽 돌파를 즐겨하고, 순간 스피드가 빠르다는 걸 알고 있는데 당할 수밖에 없다. 노련하기까지 해서 조금만 늦게 따라가면 파울이 나오거나 뚫린다. 이재도 형의 2대2 플레이도 막기 힘들다. (아셈) 마레이가 스크린을 워낙 잘 걸어준다. 중거리슛이 좋기 때문에 어떻게 수비를 해야 할지 지금도 계속 고민 중이다.
평균 어시스트가 5.1개로 매우 높은 편인데?
팀에 능력 있는 형들이 워낙 많다. 내가 기가 막힌 A패스를 하지 않고, 정석적인 패스만 넣어줘도 득점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어시스트가 올라간다. 감독님이 메인 볼 핸들러를 맡겨주셔서 그런 것도 있다. 개인적인 능력보다 받아주는 형들이 잘해준 덕분이다.
저조한 3점슛 성공률(25.6%)은 보완이 필요할 것 같다.
체력적인 영향이 있다. 데뷔 초반 몇 경기에서 슛이 들어가지 않은 게 지금까지 영향이 있다. 부상 복귀 후 하체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는 걸 많이 느꼈다. 요즘은 슛 감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확률 때문에 내 찬스에게 던지지 않는 것이 팀에는 좋지 않다. 자신감은 있다. 슛 연습은 더 해야 하지만 확률은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최근 활약 덕분에 신인상 후보로 급부상했는데?
어릴 때부터 개인 기록에 욕심을 내지 않았다. 욕심을 내면 성적도 안 나고, 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걸 느꼈다. 데뷔 전에도 신인상에 대한 생각은 없었다. 마음이 여유롭기 때문에 좋은 기록이 나오고 있지 않나 싶다. 내가 신인상을 받으면 KBL 최초로 한 구단이 3시즌 연속 신인상 수상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나보다 (이)우석이 형이 더 바라고 있다. 팀을 위해 노력하고 발전한다면 팀 성적과 개인 기록 모두 좋아질 거다. 그럼 신인상은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제는 운동선수도 학업을 게을리 하면 안 돼”
박무빈은 훈훈한 외모로 많은 여성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신인 드래프트 현장에서 찍힌 그의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퍼지기도 했다. 덕분에 소셜미디어 팔로워가 급증했다고. 뿐만 아니라 박무빈은 학업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학창 시절 성적도 늘 상위권을 유지했다. 뛰어난 실력, 훈훈한 외모, 높은 학업 성적까지 이 시대의 진정한 엄친아가 아닐까 싶다.
훈훈한 외모로 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 본인도 느끼고 있는지?
솔직히 엄청 잘생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팀만 봐도 (함)지훈이 형, (신)민석이 형 등 잘생긴 형들이 많다. 팬들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한데 농구 이외에 평가는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 칭찬을 들으면 할 수 있고, 혹평을 받으면 반대로 위축되기 때문이다. 팀 안에서 코칭스태프와 형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수용하려고 한다.
고려대 시절 인기가 많았는데 지금은 어떤지?
2022년도부터 고려대, 연세대를 중심으로 대학리그 팬들이 많이 늘었다. 프로에 와서도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다. 팬이 있기에 프로선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감사할 따름이다. 신인 드래프트 끝나고 소셜미디어 팔로워가 갑작스럽게 늘어서 놀랐다. 원래 7000~8000명 정도였는데 신인 드래프트 직후에 1.5만 명으로 두 배가 늘었다. 그때 실감이 딱 되더라. 지금도 체육관에 가면 내 유니폼 들고 계시는 팬들이 자주 보여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현빈, 원빈, 무빈이라는 말이 생겼다.
깜짝 놀랐다. 기사를 보고 내려달라고 해야 되나 싶더라(웃음). 이름에 빈이 들어간다고 해서 범접할 수 있는 분들이 아니다. 오히려 나를 깎아내리는 게 아닐까 싶다. 실망하시는 팬들이 많을 것 같아서 걱정이다.
올스타게임에 출전하지 못해서 아쉽지 않은지?
1, 2라운드를 뛰지 못했기 때문에 팀에서 나를 후보에 넣을 수 없었다고 하시더라. 데뷔 경기부터 생각하고 있어서 올스타게임은 머릿속에 없었다.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망도 없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한다면 후보에 올라가고, 올스타에도 뽑힐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도 3점슛 콘테스트에 참가하니까 거기에 의미를 두고 싶다.
학창시절 학업 또한 게을리 하지 않았는데?
내가 농구를 중학교 2학년 때 시작했다. 농구선수 하고 싶다고 하니까 부모님이 평균 성적 90점을 넘겨오라고 하시더라.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서 운동선수도 공부를 해야 된다고 하셨다. 부모님 말씀 덕분에 공부하는 습관을 들였다. 그래서 운동을 하면서 학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4학년 2학기 때 출석 일수 때문에 학점 3.87이 나왔는데 그전까지는 4.2 정도를 유지했다. 지금도 공부는 아니지만 지식을 많이 쌓으려고 노력한다. 뉴스 기사 자주 읽고, 유튜브로 시사 상식 관련된 영상을 시청한다.
쉴 때는 주로 무얼 하는지?
코트에서는 투지 넘치고 외향적으로 보이는데 일상생활 하면서는 내향적이다. 집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혼자 누워서 쉰다. 평소 시를 좋아하는데 정말 여유가 있을 때는 직접 써보기도 한다. 유일한 취미는 농구화 수집이다. 리뷰를 찾아보고, 해외 사이트 뒤져서 모은 농구화가 많다. 아직 못 신은 게 많은데 언젠가 꼭 신도록 하겠다.
올 시즌 목표는 무엇인지?
우리 팀이 플레이오프에 올라간다면 우승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게 첫 번째 목표다. 할 수 있는 만큼 올라가서 잘하는 형들과 몸으로 부딪치면서 깨져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대학생 때부터 아마추어 선수임에도 많은 응원 보내주셔서 감사드린다. 이제는 프로선수로서 걸맞은 실력을 보여드리고 위해 더 노력하고 열심히 할 테니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요즘 KBL 인기가 올라가는 추세인데 체육관 많이 찾아주시면 재밌는 농구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
▼루이비통도 알아본 박무빈의 스타성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도 박무빈의 스타성을 알아봤다. 박무빈은 1월 12일 강남구 신사동에서 진행된 ‘루이비통 2024 S/S컬렉션 공개 기념 행사’에 초청받아 참석했다. 이날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퍼렐 윌리엄스의 첫 2024 S/S 남성복 컬렉션을 공개하는 자리였다. NBA스타 르브론 제임스(레이커스)가 캠페인에 참여하여 국내외 농구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명품 브랜드 행사에 농구선수가 초청받은 건 굉장히 이례적이다. 박무빈과 더불어 배우 장기용, 위하준, 가수 빈지노, 자이언티, 코드쿤스트이 함께해 자리를 빛냈다. 박무빈은 블랙 팬츠와 진주 단추가 포인트인 데님 자켓을 매치한 캐주얼룩으로 코트에서 볼 수 없었던 멋스러운 모습을 선보였다.
▼박무빈 프로필
생년월일_2001년 2월 22일
신장/체중_184.4cm/77kg
포지션_가드
출신학교_단관초-홍대부중-홍대부고-고려대
드래프트_2023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
경력_2023~현재 울산 현대모비스
# 사진_유용우 기자, 현대모비스 제공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