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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순간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 “비디오 판독을 시행하겠습니다”

최서진 / 기사승인 : 2024-05-12 11: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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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최서진 기자] 농구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던 순간을 떠올려 보자. 경기 시작 전 기대감을 높이는 암전, 땀 흘리는 선수들 모습, 작전 지시하는 감독의 상기된 얼굴, 선수 득점과 함께 울려 퍼지는 응원가, 팬과 함께 응원하는 마스코트의 모습. 떠올리면 익숙한 것들이지만 ‘응원가는 누가 틀까? 마스코트 안에는 누가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가진 순간,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다. 궁금증에 대한 답이자 한 경기를 위해 코트 밖에서 땀 흘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WKBL 안미숙 비디오 판독관
경기를 중계로 보든 현장에서 보든 중요한 순간이면 익숙한 목소리가 귀에 꽂힌다. 바로 “비디오 판독을 시행하겠습니다”라는 한 마디. 정확한 판정을 내리기 위해 존재하는 비디오 판독관의 목소리다. 카메라에도 자주 잡히는 터라 내적 친밀감이 들기도 한다. 목소리는 익숙하지만, 직업 자체는 다소 생소하기도 하다. 공정한 판정을 위해 비디오를 보고 또 보는 안미숙 비디오 판독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비디오 판독관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경기 중에 심판이나 팀에서 판독을 요청하면 비디오를 보고 판정을 확인해요. 예를 들어 심판이 터치아웃을 선언했는데, 결정적인 순간이에요. 더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기 위해 심판이나 감독이 판독을 요청하죠. 사인을 본부석이 받으면 판독관은 심판과 함께 비디오를 판독하죠.

중요한 순간에 시선이 몰리니 긴장도 될 것 같아요.
사실 많이 긴장돼요. 판독관으로서 첫 시즌을 보낼 때 멘트를 정리해서 집에서 혼자 엄청 연습했어요. 그래도 카메라가 들어오면 말이 막 꼬이더라고요. 순간적으로 식은땀이 흐르기도 했죠(웃음). 그래도 지금은 숙달돼서 그 정도는 아니에요.

방송에 자주 노출되다 보니 내적 친밀감이 들어요. 알아보는 농구 팬들도 있나요?

많은 분이 그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웃음). 경기 전에 일찍 오는 팬을 우연히 만나면 ‘안미숙 판독관님 파이팅’이라 외쳐주시기도 했어요. 인사도 해주시고요. 알아봐 주시는 게 신기하고 감사하죠.

일하면서 아찔한 에피소드도 있었나요?
지난 시즌에 비디오 판독을 시행한다고 멘트를 해야 하는데, 소리가 안 나간 적이 있어요. 이벤트 음향 팀에게 사인을 열심히 보냈는데 경기에 집중하셨는지 못 보시더라고요. 순간 아찔했죠(웃음). 


기억나는 판독 장면이 있나요?
지난 시즌 청주 KB스타즈와 부천 하나원큐 경기에서 정예림이 버저비터를 터트렸어요. 공이 손에서 떠나는 시점에 백보드에 불이 들어오는지 잡아내야 했죠. 정말 천천히 비디오를 돌려보며 떨어지는 순간까지 확인했어요. 결국 버저비터가 맞다 판정됐고, 연장까지 가서 하나원큐가 이겼어요. 이렇게 중요한 순간 정확한 판정을 내리면 희열이 느껴지죠. 제대로 된 판독을 모든 분에게 알려줬을 때 보람을 느껴요.

또 있나요?
지난 시즌 처음 도입된 파울 챌린지가 효과를 봤을 때도 기억에 남아요. 팀에 주축 선수가 5반칙으로 퇴장하는 상황이 많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비디오 판독을 통해 다시 경기를 뛰게 된 경우가 있었죠. 판독의 장점이 더 발휘될 수 있는 순간이었어요.

판정 하나가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기에 부담감이 클 것 같아요.
정확히 판정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잖아요. 잘못된 것이 있다면 바로 잡아주고요. 그래야 하는데, 카메라 각도가 좋지 못할 때가 있어요. 카메라가 없어 애매한 각도에서 영상을 보면 판정을 쉽게 내릴 수 없죠. 다양한 각도에서 비교도 해보고, 최대한 잘 보이는 각도에서 보려고 노력해요. 아쉬운 부분이기도 해요. 그래도 정확하게 판정하는 것이 우리 일이기에 공부도 많이 해요.

공부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경기 후에 영상을 돌려도 보고, 심판들과 모여 같이 교육도 해요. 파울 챌린지가 생겼기에 심판과 같은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거든요. 판독했는데 심판과 기준이 다르다면, 오해가 생길 수 있어요. 10일 정도 충분한 토론도 하고 세심하게 비디오를 보며 시즌을 돌아보고 준비해요. 많이 준비한 만큼 실수도 줄고 정확한 판정을 할 수 있기에 꼭 해야 하는 과정이에요.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됐나요?
제가 처음 심판 볼 때는 판독이 없었고, 중간쯤 심판이 직접 판독하는 시스템이 생겼어요. 당시는 멘트 없이 장내 아나운서가 이야기를 해줬고, 심판들끼리 판독했죠. 점점 전문적으로 비디오 판독을 시행하기 위해 모든 스포츠에 이 직업이 생겼어요. WKBL은 시행한 지 3년이 됐고요. 저는 2000년도부터 2017년까지 심판을 했어요. 은퇴 후에는 분석관을 했고요. 그러던 찰나에 비디오 판독관이 생긴다고 해서 바로 지원했죠. 현장이 그리웠거든요. 절차와 테스트를 거쳐 될 수 있었죠.

비디오 판독관으로 일하는 건 어떤 느낌인가요?
재밌는 일이에요. 중계와 다른 현장에서만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와 함께할 수 있고, 후배 심판들을 도와줄 수도 있죠. 이 일을 하게 돼서 정말 좋고 보람차요.

# 사진_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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