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배승열 기자] 한국농구의 뿌리가 되는 중·고교 아마농구를 찾아가는 코너다. 이번에 찾은 곳은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단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중학교(이하 단대부중)다. 비교적 짧은 역사의 단대부중 농구부는 대한민국 사교육 중심에 있는 만큼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며 ‘도깨비 팀’으로 성장했다. 공부하는 농구선수 단대부중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지 학교 탐방을 통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5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열정 넘치는 젊은 지도자
단대부중 농구부는 현재 차동일 코치가 지도하고 있다. 차동일 코치는 고교시절 스코어러 포워드로 용산고-중앙대를 졸업했다. 하지만 차 코치는 20대 중반을 갓 넘은 시점에서 아마농구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농구를 워낙 좋아했다. 지금도 농구를 배우고 공부하지만, 어린 시절 농구를 배울 때 지도자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그는 2010년 모교 용산고 A코치로 아마농구에 돌아왔다.
당시 용산고에는 이재도(LG), 이승현, 허웅(이상 KCC) 등 현재 프로에서 팀 에이스로 활약하는 선수들이 재학 중이었다. “정말 열심히 했던 선수들”이라고 말한 차 코치는 “(이)재도, (허)웅, (허)훈, (이)승현이, (정)성우, (정)희원이 등 누구할 것 없이 모두 열심히 한 선수들이다. 야간 운동도 끝까지 할 정도였다. 내가 ‘이제 그만 들어가봐’라고 할 정도였다”고 첫 제자들을 회상했다.
20대 중후반, 운동선수라면 전성기에 오르는 나이지만 일반인에게는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나이다. 젊은 패기와 열정이 가득한 나이. 지도자를 꿈꾸던 젊은 차동일 코치 또한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열정으로 가득했다. 차 코치는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젊은 시절, 선수들과 같이 합숙 생활을 하면서 호흡했다. 많이 경험하고 배운 즐거운 시간이었다”라고 지도자로 맞은 첫 순간을 떠올렸다.
그렇게 배움을 이어간 새내기 지도자에게 기회가 왔다. 2016년 7월 단대부중 정식 코치로 한 단계 올라섰다. 그는 “고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왔지만, 학교와 선수들이 많이 도와줘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적응에 문제없었다. 자연스럽게 선수들하고 스며들었다”며 “단대부중에서 첫 제자는 정배권(KCC), 이강현(LG), 백승엽(동국대) 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을 때 나 혼자만의 생각, 열정이 바르다는 생각으로 선수들을 지도했다. 하지만 지금은 환경에 맞춰 부모님, 선수들과 소통하며 지도하고 있다. 시대 흐름에 맞게 무조건 강한 것이 정답이 아니더라. 고등학교에서는 맞지만, 중학교에서는 아닌 경우가 있다. 사실 고등학교와 달리 중학교는 선수들 진로에 있어서 좀 더 넓고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그런 문제도 선수와 이야기 나누지만, 고민하고 상담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비록 고민, 상담과 달리 단대부중에서 진로를 바꾼 선수들은 없지만, 고등학교로 진학 후 농구를 그만두고 서울대에 입학한 선수들도 있다고 전했다. 모교 용산고에서 보여준 그의 직선적인 열정은 단대부중에서 아직 유효하지만, 시대와 환경의 변화를 수긍하며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있다.
연계 학교가 없는 중학교 농구부, 하지만…
단대부중 지도자로 처음 출전한 대회를 차동일 코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차 코치는 “당시 부임 후 첫 대회가 종별대회였다. 예선에서 2승 1패를 했는데, 골득실에서 밀려 탈락했다. 호계중, 송도중, 전주남중과 한 조였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단대부중은 꾸준히 결선에 이름을 오르내리는 팀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 단대부중은 연계 학교인 단대부고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중학교 농구부만 남았다. 초등학교, 고등학교 연계가 없는 외딴 섬 같은 농구부지만, 선수 수급과 진학에 있어선 문제없다. 차동일 코치의 열정이 선수들의 성장 그리고 고등학교의 관심으로 이어지기 때문.
현재 단대부중에는 17명의 선수가 있다. 그중 한 선수만 초등학교에서 농구부 생활을 했을 뿐, 나머지는 모두 클럽에서 농구를 시작해 단대부중에서 본격적인 농구부 생활을 하고 있다. 차동일 코치는 “열심히 하면 그 차이(엘리트와 클럽)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진학 문제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매해 우수한 선수로 키워낸 차동일 코치의 힘 덕분에 단대부중 선수들은 인근 학교로부터 꾸준히 제안받고 있다. 경희대 안세환(휘문고), 박정웅(홍대부고), 백종원(배재고) 등 아마무대에서 이름을 알린 다수의 선수가 단대부중 출신이다.
차동일 코치는 “이제 단대부중에서 8년 차다. 올해도 주변에서 우리 학교에 대한 기대가 크다. 올해뿐 아니라 작년, 재작년도 좋은 시기였고 기회였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대회가 취소되고 사라지면서 한 번 해보려고 한 시기였지만 상황이 맞지 않았다. 지금도 팀 구색이 맞춰졌고 열심히 해야겠지만,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록 올해 열린 2개 대회(춘계연맹전, 협회장기)에서 단대부중은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4월 중순에 있던 서울 소년체육대회(서울시 대표 선발전) 8강에서 삼선중, 준결승에서 용산중을 누르고 결승에 올랐다. 결승에서는 휘문중에 패하며 준우승을 거뒀다. 남은 2024년 대회에서 그들의 반등, 활약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차동일 코치는 “또래 친구들보다 일찍 아마농구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올 수 있던 이유는 정말 많은 선배님, 주변 사람들이 도와준 덕분이다. 이런 말을 하기 부끄럽지만 ‘인복’이 좋은 것 같다. 많은 혜택을 받았다고 느끼는 만큼 선수들에게 더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하겠다”고 전했다.
끝으로 “단대부중에서의 시간이 참 빠른 것 같다. 졸업한 선수들이 종종 전화 오고, 자주는 아니지만 찾아오는데 잘 커 준 선수들을 보면 뿌듯하다. 매년 8강, 4강을 목표하는 단대부중 농구부를 만들고 싶은 개인적인 욕심이 있다. 다른 큰 욕심보다 팀이 안정화되고 꾸준히 높은 곳에 있는 팀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대한민국 사교육의 메카, 대치동에 있는 엘리트 농구부
단대부중 농구부는 모교 출신 황민우 체육부장이 받치고 있다. 황민우 부장은 단대부중-고에서 농구선수 생활을 했으며 경희대에 진학해 2008 KBL 드래프트에서 오리온스의 부름을 받았다. 비록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는 교직으로 전환, 제2의 인생을 시작하며 모교에 돌아왔다.
황민우 부장은 “단대부중 농구부 역사는 짧지만, 그동안 있었던 코치 선생님들이 잘 지도해주신 덕분에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일명 ‘도깨비 팀’으로 불린다”고 농구부를 소개했다. 이어 “예전에는 엘리트 농구선수가 운동만, 농구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다. 운동량이 과거보다 많이 줄어들면서 부족한 것은 많지만, 차동일 코치가 여러 곳에서 모인 선수들을 하나로 만들어 잘 지도해주셔서 팀이 만들어졌다”고 덧붙였다.
소위 말하는 ‘사교육 1번지’라고 말하는 대치동에 위치한 학교인 만큼 학업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단대부중 농구부다. 황민우 부장은 “일반 학생들이 공부뿐 아니라 운동도 잘한다. 그래서 농구부도 운동뿐 아니라 공부도 잘할 수 있게 학교에서 도와준다. 운동과 학업을 모두 병행하면서 자신의 진로에 도달할 수 있게 담임선생님의 관리도 받고 있다. 사실 휘문중처럼 단대부중도 내신이 높은 학교다. 최저학력이 생기면서 운동부도 공부를 해야 대회에 나갈 수 있는 상황에서 차 코치님이 최대한 공부할 수 있는 시간도 할애해 준다”고 설명했다.
농구도 학업도 모두 놓칠 수 없는 학교. 농구 외에도 다양한 진로를 생각할 수 있게 학교는 어린 선수들을 관리하고 있다. 황민우 부장은 “나 또한 운동하다가 교직으로 전환했다. 농구가 좋은 선수들이 농구로 성공하면 좋겠지만, 꼭 농구가 전부가 아닌 여러 진로를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면서 자신의 장점을 찾아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학교가 농구부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다. 남부럽지 않게 선수들에게 지원하는 것도 사실이며 유니폼, 물품 등 운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부하는 운동선수. 단대부중이 ‘학생 선수’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MINII NTERVIEW_단대부중 주장 권내원
“지난 두 대회에서 예선 탈락하고 팀원들과 다시 수비부터 하자고 뭉쳤다. 처음 주장하면서 3학년 동기들이 많아 내 말을 잘 안들을 줄 알았는데, 친구들이 잘 따라줘서 고맙다. 중학교 마지막 무대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꼭 우승하고 개인상도 받고 싶다.”
#사진_배승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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