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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3번의 헹가레…“우승 이후에 쓴맛을 제대로 봤습니다” 정관장 이종림 단장

정지욱 기자 / 기사승인 : 2023-11-14 09: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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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정지욱 편집장] 드라마틱한 9개월이었다. 지난 2월 1일 KGC인삼공사 스포츠단 단장으로 부임한 이종림 단장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부임 직후 농구단이 10연승을 질주했으며 동아시아 슈퍼리그(EASL) 우승에 2022-2023시즌 통합우승(정규리그·플레이오프)까지 차지했다. 우승의 기쁨도 잠시 오프시즌이 시작되기 무섭게 FA시장에서 팀의 상징과도 같았던 오세근(SK)을 잃으면서 팬들의 질타를 받아야 했다. 이 가운데에 기업의 브랜드 정책에 발맞춰 스포츠단 전체가 KGC인삼공사에서 ‘정관장’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여기에 농구단은 레드 부스터스라는 팀명까지 더해지며 새 출발에 나섰다. 새로운 선수 구성, 새로운 팀명으로 새 시즌을 맞는 이종림 단장을 만났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11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스포츠단 단장 부임 후 약 9개월이 흘렀습니다. 부임 직후 농구단은 우승까지 했는데 어떤 기분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1월 27일 자로 스포츠단 단장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1월 28일 LG전부터 부터 농구단이 2월 17일 KCC전까지 10연승을 했어요. 주장이었던 (양)희종이가 나더러 ‘승리요정’이라고 하니 기분이 좋더라고요. 2월 19일 SK에게 패해 연승이 끊어졌는데, 슈퍼리그가서 SK에게 이겨서 우승하고, 챔피언결정전에서도 SK를 꺾고 우승을 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우승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시즌 처음부터 끝까지 1위를 지켰다고 하지만 월등하게 이긴 경기는 몇 되지 않습니다. 근소한 승부에서 승리를 거뒀고 선수들이 김상식 감독의 지도 아래 하나가 되어 좋은 결과가 났습니다. 단장 부임하자마자 3번의 헹가레를 받으니 너무 기분 좋았지요. ‘이게 스포츠구나’ 싶었습니다. 그 기분에 취해 있을 때 김성기 국장이 그러더라고요. “단장님, 우승은 하루입니다”라고요. 맞아요. 우승 이후에 쓴맛을 제대로 봤습니다.

▶단장님 말씀대로 농구단은 오프시즌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려운 점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특히 팀의 상징과도 같았던 오세근 이적은 적지 않은 충격이었을 것 같습니다.
단장 부임해서 좋은 것만 보다가 어려움이 닥치니까 힘들었습니다. 양희종 은퇴식을 할 때 최대한 멋있게 마무리를 시켜주고자 했습니다. 김 국장과 고민을 많이했습니다. 물질적인 부분에서는 100% 충족시킬 수 없겠지만 오랜 기간 팀과 함께한 선수와의 비전을 보여준 것이지요. 오세근과 문성곤(KT)도 양희종처럼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문)성곤이는 더 많은 돈을 준 팀으로 간 것입니다. 비즈니스죠. (오)세근이의 경우는 우리가 제시한 것보다 적은 돈으로 SK로 갔기 때문에 비즈니스 측면은 아니었습니다. 서로 생각하는게 달랐던 것 같아요. 선택을 강요할 수는 없고요. 팬들에게 욕을 많이 먹기는 했지만 세근이와의 협상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스포츠단 운영도 결국에는 비즈니스라고 생각합니다. 연봉 협상이 모두 끝나고 표를 봤는데 연봉 1위~6위 중 4명(문성곤, 오세근, 전성현, 이재도)이 우리 팀 출신이었습니다. 4명의 연봉을 합치면 28억 8000만 원입니다. KBL 샐러리캡은 28억 원입니다. 팬들의 바람대로 이들을 전부 데리고 있었다면 나머지 선수들이 터무니없는 연봉을 받아야 합니다. 샐러리캡은 리그 전력 평준화와 구단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해 존재하는 규정입니다. 룰에 맞게 구단 운영을 하고 그 과정에서 비즈니스에 의해 선수들이 떠난 것이지요.


▶새롭게 꾸린 팀의 분위기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젊어습니다. 국내선수 중 최고참이 89년생 김상규, 정준원입다. 양희종, 오세근, 문성곤, 변준형이 빠진 대신 모든 포지션에서 경쟁이 치열합니다. 오세근, 문성곤을 잡지 못했지만 최성원, 정효근, 이종현을 영입했습니다. 팬들이 생각하기에 아쉬울 수 있지만 리빌딩을 통해 다시 우승을 노리는 팀이 되고자 한다는 움직임이라고 봐주시면 됩니다. 최성원은 안양 출신입니다. 안양에서 성공하는 모델이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시민들에게도 사랑받는 선수가 되길 바랍니다, 이종현은 재능이 아까운 선수지요. 이종현을 뽑을 때 유재학 감독이 만세를 부르던 장면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만한 가치가 있던 선수죠. 기회를 주고 싶었고 김상식 감독도 원해서 영입하게 됐습니다. 식스맨급 선수들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김경원과 고찬혁에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둘 다 여름부터 착실하게 운동을 해왔고 정말 성실하게 시즌을 준비해왔습니다. 구성상 어려운 시즌이 되겠지만 젊은 선수들이 한 단계 발전해서 리빌딩을 하는 초석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코칭스태프, 선수들과는 자주 대화를 하는 편인가요?
김상식 감독과는 코트가 아주 잘 맞습니다. 하하. 대화를 정말 많이 합니다. 제가 원하는 부분을 감독이 판단해서 선수단에 반영합니다. 선수들에게는 편하게 생각하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나를 어려워하죠. 트레이너, 매니저, 통역들과 1달에 한 번씩 꼭 식사를 합니다. 그 자리에서 선수들은 어떤지, 아픈 곳도 물어보고 선수단 안에서의 문제점이 있는지 있다면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등을 상의합니다. 정태오 트레이너가 경험이 많아서 선수들을 잘 파악하고 있고 자신의 의견도 가감 없이 잘 얘기합니다. 스태프들과 대화를 많이 나눕니다.

▶정관장 레드부스터스로 새로운 출발을 했습니다. 팀 명칭 변경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일단 로고는 훨씬 세련된 느낌이 듭니다.
팬 여러분들이 팀 명칭에 관해서 얘기를 많이 하는데 원래 우리는 팀 명칭이 없었습니다. KT&G에서 KGC인삼공사로 바뀌는 과정에서 KCC 이지스, SK 나이츠 같은 명칭을 쓰지 않고 지금까지 왔습니다. 때마침 회사에서 정관장이라는 마스터 브랜드를 강조하는 방침과 맞물려 농구단은 부스터스, 배구는 스파크스로 명칭이 정해졌습니다. 회사에서 레드는 꼭 넣어야 한다고 해서 레드를 붙였고요. 인삼공사라고 하면 ‘인삼’에 관한 이미지가 강해서 회사에서 정관장이라는 마스터 브랜드를 내세우게 됐고 스포츠단은 팀 홍보를 돕는 차원이니 자연스럽게 스포츠단(남자농구, 여자배구, 배드민턴, 탁구) 모두 정관장이 됐습니다. 엠블럼은 세련되게 잘 나왔습니다. 제 마음에도 쏙 듭니다.

▶마케팅본부장을 역임하신걸로 알고 있습니다. 마케팅에 남다른 변화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운이 좋게 단장이 되고 EASL과 존스컵을 통해 해외 대회를 현장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특히 EASL이 열린 일본 오키나와는 너무 좋았습니다. 경기장에서 본 걸 토대로 우리 홈경기에도 R석(코트사이드 좌석)을 기존 캠핑의자에서 철제의자로 바꾸는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도입했습니다. 경기진행석과 선수대기석 공간이 아쉬워서 여기에도 좌석을 놓으려고 합니다. 선수 벤치 옆에서 현장감을 더 느낄 수 있을테니 골수팬에게는 좋은 자리가 될 겁니다. 배구단은 이번에 뽑은 아시아쿼터 선수(메가왓티 퍼티위)가 히잡을 쓰고 출전합니다. 그 자체로 화젯거리고 실력도 괜찮아서 반응이 좋습니다. 이처럼 미디어 노출을 활용하는 등 마케팅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일본, 대만을 가보니 거기에도 우리 구단 팬들이 있어서 놀랐습니다. 대만에서 알게 된 박지훈 팬과는 인스타그램으로 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팬들에게 다가가서 친밀도를 높이고 보다 나은 서비스를 할 방법을 모색해보겠습니다. 파트너십에 대한 부분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농구단 스폰서인 코랄리안에 정말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출근하면 반드시 코랄리안에서 제작한 농구단 복을 입습니다. 경기장에서도 정장대신 농구단복을 입을 겁니다. 좀 더 건강하고 활기찬 단장의 모습이지 않을까요? 스폰서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고요.

▶스포츠단 단장은 스포츠를 좋아하는 남자들의 로망이기도 합니다. 매력을 느끼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스포츠 정말 좋아합니다. 어릴 때 꿈도 농구, 야구 선수였으니까요. 스포츠를 좋아해서 ‘ 내 인생의 마지막은 스포단 단장이면 좋겠다’ 정말로 직장생활의 마지막을 스포츠단에서 하게 됐습니다. 회사에서 배려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매력있는 직업이지만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이 받습니다. 우승할 때는 마냥 좋았는데 오프시즌을 겪으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김 국장에게도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제가 회사 마케팅 해올 때와는 다른 무대지만 ‘무조건 원칙을 지킨다’는 것만은 지켜나가려 합니다. 룰에 의해서 움직여야 합니다.

▶정관장은 프로농구 타이틀스폰서로서 새 시즌을 맞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요?
마스터 브랜드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프로농구 스폰서는 홍보에 좋은 기회가 될 겁니다. 언론 매체 통해서 정관장 알릴 수 있는 기회라는 부분을 사장님께도 말씀드리기도 했고요.

▶새 출발하는 정관장 스포츠단은 어떤 모습일까요?
제 방에 걸린 회사 스포츠단 방침이 ‘팬에게 사랑받고 선수에게 신뢰받는 명문구단 도약’입니다. 그 기본방침을 추구해 나갈 것입니다. 정관장은 건강기능 식품회사입니다. 운동과 건강은 뗄 수 없는 관계죠. 정관장과 함께하는 건강한 세상, 팬들에게 사랑받는 구단이 되기 위해 저도 선수단도 노력하겠습니다.

이종림 단장은?
정관장 스포츠단 이종림 단장(56)은 KGC인삼공사에서 국내사업본부장, 마케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1월 27일 정관장 스포츠단 단장으로 발령을 받아 프로농구, 프로배구, 탁구, 배드민턴 등 4개 종목 통합 단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 사진_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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