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은 4일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준결승에서 개최국 중국에 77-76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랐다. 1966년 방콕 대회 이후 무려 57년 만의 결승 진출이다.
필리핀의 결승 진출 일등공신은 귀화선수 저스틴 브라운리(36, 197cm)다. 그는 풀타임에 가까운 시간(39분51초)을 뛰면서 3점슛 7개 포함, 33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중국을 무너뜨렸다. 중국에 자국에서 개최한 아시안게임 남자농구에서 우승이 좌절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용병의 귀화심사가 뉴스 생중계 됐다고?
중국을 무너뜨린 브라운리는 필리핀 프로농구(PBA) 역사상 최고의 선수다. 2016년 거버너스컵에서 히네브라 소속으로 PBA에 첫 발을 들인 그는 첫 시즌부터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MVP까지 수상했다. 브라운리 시대의 서막이었다. 이후 7시즌 동안 13번의 대회(거버너스컵 7회, 커미셔너컵6회)를 소화하면서 히네브라에 무려 6번의 우승을 안겼으며 5번 MVP에 등극했다. 특히 접전 상황에서 놀라운 클러치 능력을 발휘하면서 '필리핀의 마이클 조던', '필리핀 농구왕'으로 불렸다.
필리핀에서 브라운리에 대한 위상은 엄청나다. 브라운리는 국민적인 성원 속에 2022년 필리핀 국적을 얻었는데 그의 귀화 심사장면이 공영방송 PTV를 통해 생중계 될 정도였다. 한국으로 치면 라건아의 국적 획득 심사를 KBS 뉴스에서 생중계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KBL 선수들도 놀라게한 실력자
브라운리는 필리핀 전지훈련을 경험했던 창원 LG, 전주 KCC 등 KBL 선수들에게도 익숙하다. 히네브라와의 연습경기를 치른 선수들은 하나같이 '저 팀 용병 대체 누구냐?'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25분 내외만 뛰고도 40점씩 넣었기 때문이다. 당시 선수생활을 했던 LG 강병현 스카우트는 "슛이 던지면 다 들어갔다.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PBA에서 보여준 클러치 본능은 이번 중국과의 준결승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필리핀은 중국에 4쿼터 종료 2분 전까지 69-76으로 뒤쳐져 패색이 짙었다. 여기에서 필리핀 농구왕의 '클러치 쇼'가 시작됐다. 경기 종료 1분30초 전 플로터로 득점을 올린 그는 경기 종료 58초전 3점슛을 꽃았고 순식간에 필리핀은 74-76으로 추격했다.
브라운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경기종료 23초전 왼쪽 45도 지점에서 3점슛을 성공시켰다. 77-76으로 필리핀이 역전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중국 수비 2명이 달려들었지만 브라운리는 아랑곳 하지 않고 깨끗하게 3점슛을 꽂았다. 개최국 중국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필리핀의 국민영웅이자 농구왕인 브라운리는 금메달을 위한 마지막 관문 앞에 섰다. 필리핀은 6일 요르단과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1962년 자카르타대회 이후 61년 만의 금메달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