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우리은행의 김단비가 개막 2경기에서 남긴 기록이다. 9월 28일 인천 신한은행과의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첫 경기(76-64 승)에서 34점 8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한데에 이어 11월 2일 부산 BNK썸을 상대로 다시 한번 34점(34점 11리바운드 5어시스트)을 퍼부었다.
김단비는 1쿼터에만 16점을 쏟아붓는 등 자신의 모든 능력을 끌어냈다. 3쿼터에는 버저비터 3점슛까지 성공, 잠시나마 팀이 흐름을 가져오는 전환점을 만들기까지 했다. BNK의 박정은 감독은 “우리 팀 전원이 달려드는데 혼자 다 커버하더라. 우리은행을 멱살잡고 끌고갔다”며 혀를 내둘렀다.
적장마저 놀랄만한 퍼포먼스였지만 박혜진, 김소니아, 안혜지, 이소희 등이 포진한 BNK를 상대로 혼자 모든 것을 해내고 승리까지 가져오기는 역부족이었다. 팀이 기록한 54점 중 무려 34점을 책임지는 등 안간힘을 썼지만 동료들의 도움을 받지 못했고 우리은행은 54-70으로 패했다.
과거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시절 혼자 외롭게 팀을 이끌던 르브론 제임스를 떠올리는 퍼포먼스였다. 그나마 르브론은 곁에 두 자리수 득점은 꾸준히 올리던 모 윌리엄스라도 있었다.
김단비에게는 아직까지 부담을 덜만한 동료가 보이지 않는다. 이날 우리은행에서 김단비 이외에 두 자리 수 득점자는 아무도 없었다. 다음으로 많은 득점을 한 선수가 심성영과 박혜미였는데, 단 5점이었다.
당장 우리은행은 김단비의 체력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득점, 리바운드는 기본이고 경기조율도하고, 상대 빅맨 수비도 하고, 도움수비도 하고, 속공도 하고, 후배들을 아우르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양상이 이어진다면 언제 갑자기 퍼져버려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다.
우리은행의 위성우 감독은 “김단비의 체력안배가 문제다. 지금 당장은 해결할만한 카드가 없다. 우리 팀의 한계다. 김단비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우리팀 식스맨이었거나 다른 팀 벤치멤버였던 선수들이다. 경험치를 먹으면서 성장을 해야 하는데 그걸 당장 기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은 선택과 집중을 해야할 것 같다. 우리가 이길 수 있는 경기에서 김단비의 체력을 몰아서 쓰는 방향으로 가야하지 않겠나. 지금으로서는 별다른 수가 없다”고 밝혔다.
외로운 김단비, 동료들의 분발과 성장이 절실하다.
#사진=김소희 인터넷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