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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프리뷰] '릴라드 공백 컸다' 포틀랜드, 다시 암흑기 돌입

이규빈 기자 / 기사승인 : 2024-09-16 00: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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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규빈 기자] 포틀랜드가 다시 끝없는 암흑기에 돌입했다.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는 1990년대 서부 컨퍼런스의 강호로 이름을 알렸다. 클라이드 드렉슬러라는 역대급 선수를 중심으로 항상 상위권에 위치했던 팀이었다. 드렉슬러 시대 이후 포틀랜드는 긴 암흑기를 맞이했다. 암흑기의 대가로 브랜든 로이, 라마커스 알드리지 등 올스타급 선수를 드래프트로 지명했고, 2007 NBA 드래프트에서는 전체 1순위 지명권을 획득하며, 그렉 오든을 지명했다.

당시 오든은 자타공인 최고의 기대주였다. 제2의 데이비드 로빈슨, 패트릭 유잉 등 다양한 수식어가 오든을 뒤따랐다. 오든은 당첨된 복권 같은 느낌으로 모든 NBA 팀이 포틀랜드를 부러워했다.

하지만 오든은 역대 최악의 1순위 지명자가 됐다. 오든을 망친 것은 부상이었다. 오든은 커리어 내내 부상이 뒤따랐고, 실력을 보여주기는커녕, 코트에 뛰는 것이 드물 정도의 유리몸이었다. 결국 오든은 포틀랜드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고, 로이-알드리지-오든이라는 빅3를 기대했던 포틀랜드의 희망도 무너졌다.

이런 포틀랜드에 또 다른 구세주가 등장했다. 바로 2012 NBA 드래프트에서 데미안 릴라드를 지명한 것이다. 당시 릴라드는 대학 무대 최고의 포인트가드였으나, 대학교에서 4년을 뛰고 드래프트에 참여했기 때문에 나이가 많았고, 릴라드의 대학인 웨버 주립 대학교가 비교적 무명 대학이었기 때문에 드래프트 순위가 밀렸다.

릴라드는 오든과 달리 신인 시즌부터 맹활약을 펼치며, 곧바로 NBA 무대에 적응했다. 릴라드는 2년차 시즌부터 평균 20점 이상을 기록하며, NBA 최고의 공격형 포인트가드로 성장했다.

당시 포틀랜드는 신예 릴라드와 기둥 알드리지, 여기에 니콜라스 바툼, 웨슬리 매튜스 등 쏠쏠한 롤 플레이들이 버티던 좋은 팀이었다. 포틀랜드는 릴라드의 커리어 최고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2013-2014시즌 플레이오프 1라운드 휴스턴 로켓츠와의 6차전에서 릴라드의 극적인 버저비터 3점슛으로 2001년 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 진출했다.

그 후 승승장구할 것으로 보였으나, 2014-2015시즌이 끝나고 팀의 기둥이었던 알드리지가 샌안토니오 스퍼스로 이적했고, 매튜스도 댈러스 매버릭스로, 바툼도 샬럿 호네츠로 이적하며, 릴라드가 외로운 에이스가 됐다.

CJ 맥컬럼이라는 릴라드의 백코트 파트너가 등장하며, 포틀랜드는 다시 플레이오프의 단골 손님이 됐다.

하지만 릴라드와 포틀랜드의 한계는 거기까지였다. 스몰마켓이자, 비인기 구단인 포틀랜드로 오려는 대형 FA가 없었다. 포틀랜드 수뇌부는 전력 보강을 위해 FA 시장에서 오버페이를 감행했다. 앨런 크랩, 에반 터너 등 롤 플레이어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연봉을 준 것이다.

결국 릴라드라는 확실한 에이스를 보유했으나, 다른 선수들의 수준이 낮았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의 서부 컨퍼런스에서 포틀랜드의 매리트는 없었다. 한계에 부딪힌 포틀랜드 수뇌부는 맥컬럼까지 트레이드했고, 마침내 릴라드의 인내심도 폭발했다.

2023-2024시즌 리뷰
성적: 21승 61패 서부 컨퍼런스 15위


포틀랜드는 2023-2024시즌이 시작도 전에 대형 사고가 났다. 포틀랜드의 프랜차이즈 스타, 릴라드가 공개적으로 트레이드를 요청한 것이다. 포틀랜드 입장에서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릴라드가 원한 행선지는 마이애미 히트였다. 하지만 포틀랜드는 릴라드가 원한 마이애미 대신 밀워키 벅스로 보냈다. 프랜차이즈 스타와 소속팀의 쓸쓸한 이별이었다.

릴라드 트레이드는 2022-2023시즌 성적도 좋지 못했던 포틀랜드의 공식적인 리빌딩 선언이나 다름이 없었다. 포틀랜드는 2023 NBA 드래프트 전체 3순위로 스쿳 헨더슨이라는 대형 가드 유망주를 지명하는 데 성공했다. 앤퍼니 사이먼스, 쉐이든 샤프 등 기대되는 유망주도 있었다. 또 릴라드 트레이드로 디안드레 에이튼이라는 젊은 주전급 센터를 확보했다. 거기에 제레미 그랜트라는 장기 계약을 준 포워드도 있다.

포틀랜드는 나름 뼈대는 갖춘 상태였다. 하지만 경기력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시즌 초반부터 엉망인 경기력으로 서부 최하위권에 위치했다.

그렇다고 목표인 유망주들의 성장이 잘 되는 것도 아니었다. 기대했던 에이튼은 최악의 활약을 펼쳤고, 유망주 듀오인 샤프와 사이먼스는 부상으로 시즌의 절반도 소화하지 못했다. 가장 많은 기대를 받았던 2023 NBA 드래프트 전체 3순위 헨더슨은 드래프트 당시 기대치를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헨더슨은 시즌 초반, 최악의 야투 효율과 턴오버로 팀의 공격에 방해가 될 정도였다.

천시 빌럽스 감독의 지도력도 비판 대상이었다. 빌럽스 감독은 코치 시절, 수비를 중시하는 인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릴라드와 함께 NBA 최악의 수비력을 보이던, 포틀랜드의 수비를 개선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빌럽스 감독의 지도하에 포틀랜드의 수비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포틀랜드 수뇌부의 행보도 오리무중이었다. 릴라드를 트레이드 하기로 했으면, 그랜트와 같은 가치가 있는 베테랑도 트레이드 시장에 내놔야 한다. 그랜트는 젊은 유망주들의 출전 시간이나, 공격 기회를 대신 차지했다. 그랜트를 향한 트레이드 시장의 관심도 뜨거웠다. 하지만 포틀랜드 수뇌부의 생각은 달랐다.

그래도 달라노 밴톤, 두옵 리스, 자바리 워커, 투마니 카마라 등 기대하지 않았던 유망주들의 쏠쏠한 활약은 포틀랜드 팬들의 작은 위안이 됐다.

기대했던 유망주는 부상과 부진, 영입생도 부진, 포틀랜드의 2023-2024시즌은 최악으로 끝났다.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확실한 기둥이자, 팀의 리더였던 릴라드의 공백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오프시즌 IN/OUT

IN: 데니 아브디야(트레이드), 디본테 그래험(1년 200만 달러), 도노반 클링언(드래프트)

OUT: 말콤 브로그던(트레이드)



포틀랜드 수뇌부가 또 의아한 트레이드를 했다. 바로 워싱턴 위저즈의 핵심 포워드인 아브디야를 트레이드로 영입한 것이다. 대가로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2장, 2라운드 지명권 2장과 브로그던이 넘어갔다.

아브디야는 3&D 유형의 선수로 아주 뛰어난 선수다. 아브디야는 NBA에서 가장 저평가받는 수비수 중 하나로 훌륭한 수비력을 자랑한다. 여기에 2023-2024시즌 공격까지 발전을 이뤄냈다. 뛰어난 신체 조건을 활용해 골밑을 돌파하며, 자유투를 얻거나 득점을 올린다. 또 리바운드 능력도 훌륭하고 유럽 선수 특유의 좋은 BQ와 패스 센스도 갖추었다. 심지어 2027-2028시즌까지 연간 1300만 달러 규모의 장기 계약까지 됐다.

아브디야는 NBA 어느 팀에나 환영을 받을 선수다. 문제는 아브디야를 영입한 팀이 포틀랜드라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포틀랜드는 유망주를 육성하며, 리빌딩에 접어들었다. 포틀랜드는 현재 확실한 올스타급 유망주가 없다. 아직 유망주 옥석 가리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아브디야에 드래프트 지명권을 주고 영입했다는 것은 윈나우를 의미한다. 포틀랜드의 현재 행보와 정반대의 움직임이다.

한때 샬럿 호네츠의 주전 가드로 훌륭한 득점력을 뽐냈으나, 이제 벤치 신세가 된 그래험도 1년 계약으로 영입했다. 포틀랜드는 그래험에게 큰 기대 없이 젊은 선수들의 멘토 역할을 바랄 것이다.

드래프트에는 확실한 희소식이 있다. 미국 NCAA 대학 무대 최고의 빅맨으로 평가받은 클링언을 지명한 것이다. 클링언은 수비와 스크린, 패스 등 팀플레이에 능한 빅맨이다. 3점슛이 없다는 것을 제외하고, 현대 농구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갖춘 빅맨이다. 에이튼과는 정반대 유형의 빅맨이라고 할 수 있다. 클링언을 지명한 것만으로도 포틀랜드의 오프시즌은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키 플레이어: 스쿳 헨더슨
2023-2024시즌 기록: 62경기 평균 14점 5.4어시스트

헨더슨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전국구 유망주로 명성이 높았던 선수다. 190cm로 신장은 작지만, 뛰어난 운동 능력과 화려한 드리블 기술 등 차기 NBA 올스타 가드로 기대를 받았다. 헨더슨이 참가할 2023 NBA 드래프트는 '헨더슨 드래프트'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였다.

헨더슨은 미국 NCAA 대학교 진학 대신 G리그 이그나이트행을 선택했다. 최근 NBA 유망주들 사이에서 익숙해진 진출이다. 조나단 쿠밍가, 제일런 그린 등이 G리그 이그나이트 소속이다.

문제는 G리그에서 헨더슨의 활약이 기대 이하였다는 것이다. 헨더슨을 향한 높은 기대치는 프랑스산 괴수 빅터 웸반야마에게 옮겨졌다. 그래도 헨더슨은 드래프트 직전까지 전체 2순위 지명이 유력하다고 예상됐다.

하지만 드래프트 당일에 반전이 일어났다. 전체 2순위 지명권을 보유했던 샬럿이 헨더슨이 아닌 브랜든 밀러를 지명한 것이다. 이는 샬럿의 전 구단주 마이클 조던의 의중이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3순위 지명권을 보유했던 포틀랜드는 당연히 헨더슨을 지명하고, 헨더슨은 포틀랜드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포틀랜드는 헨더슨을 제대로 밀어줬다. 릴라드가 트레이드를 요청하며, 자연스럽게 주전 포인트가드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유망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출전 시간이다. 헨더슨은 신인 시즌부터 운이 좋게 출전 시간을 확보했다.

허나 헨더슨의 활약이 기대 이하였다. 시즌 초반에는 NBA 최악의 슛 성공률을 기록했고, 턴오버도 많았다. 즉, 모든 부분에서 낙제점이었다. 심지어 수비도 좋지 못했다. 헨더슨을 향한 기대치가 점점 내려가고 있었다.

이런 헨더슨은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살아났다. 물론 그 전에 비해 나아진 경기력이었고, 여전히 NBA 주전급 가드로 보기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포틀랜드는 이것도 감지덕지였다.

어쨌든 헨더슨은 기대했던 MVP급 선수의 재목은 아니어도, 주전급 가능성을 보여줬다. 헨더슨은 입단과 동시에 '릴라드 후계자'라는 칭호를 얻었다. 과연 헨더슨이 포틀랜드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예상 라인업: 앤퍼니 사이먼스-쉐이든 샤프-대니 아브디야-제레미 그랜트-디안드레 에이튼

포틀랜드의 주전 라인업은 예상하기 어렵다. 2023-2024시즌 주전 백코트는 사이먼스와 샤프였다. 두 선수는 시즌 절반도 출전하지 못하며, 그 자리를 신인 헨더슨이 차지했다. 그래도 포틀랜드의 주전 포인트가드는 사이먼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이먼스는 2023-2024시즌 출전한 46경기를 모두 주전으로 출전했기 때문이다.

주전 슈팅가드도 샤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샤프도 사이먼스와 마찬가지로 시즌 절반도 소화하지 못하고, 부상으로 이탈했으나, 출전하면 빌럽스 감독이 주전으로 출전시켰다. 하지만 샤프는 충분히 자리를 위협받을 수 있다. 헨더슨과 사이먼스를 백코트 주전으로 활용할 수 있고, 샤프가 부상으로 이탈한 사이, 밴톤이라는 쏠쏠한 자원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포워드 두 자리의 주전은 확고하다. 워싱턴에서 대가를 지불하고 데려온 아브디야와 포틀랜드의 터줏대감 그랜트다. 두 선수는 모두 장기 계약이 됐고, 기량도 훌륭하다. 두 선수 모두 공격과 수비에 능한 공수겸장이다. 특히 영입생 아브디야를 향한 기대가 클 것이다. 아브디야는 똑똑한 플레이로 포틀랜드의 정돈되지 않은 공격을 정돈할 수 있는 선수다.

그랜트는 최근 LA 레이커스 트레이드설에 휩싸였다. 잔류한다면, 당연히 포틀랜드의 주전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주전 센터도 에이튼이 유력하다. 비록 에이튼은 2023-2024시즌 실망스러운 활약을 펼쳤으나, 거액 연봉을 받는 선수다. 대체자로 뽑은 클링언도 곧바로 NBA 무대에 주전으로 투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2023-2024시즌과 달리 클링언이라는 확실한 대체자가 생겼기 때문에 에이튼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포틀랜드는 이번 오프시즌에 트레이드와 드래프트로 나름대로 구색을 갖췄다. 그런데도 냉정히 현재 전력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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