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점이든 3점이든 슛 하나만 성공하면 극적인 역전승을 거둘 수 있다. 감독이라면 당연히 경험많고 확률 높은 공격을 펼칠 수 있는 선수들을 투입하기 마련이다.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강혁 감독은 원주 DB와의 2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벌어진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경기에서 종료 20초 전 이대헌을 빼고 낯선 선수 1명을 투입했다.
등번호 77번의 이도헌. 가스공사 찐팬이 아닌 이상 생소한 이름이다. 지난해 11월 16일 강원도 철원에 있는 15사단에서 일반병으로 18개월 동안 군 복무를 마치고 제대했다. 2020년 프로 데뷔 이후 정규리그 통산 9경기 출전했는데 그중 5경기가 올 시즌이다. 평균 2분23초 출전해 1.8점의 기록을 남긴 것이 전부다,
이날 DB와의 경기에서 막바지까지 단 1초도 뛰지 않은 이 무명의 선수를 강혁 감독은 왜 가장 중요한 순간에 투입했을까?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강혁 감독은 “원래는 차바위를 투입하는게 맞다. 그런데 내가 너무 벤치에 오래 앉혀 놔서 허리가 좋지 않았다. (듀반)맥스웰의 1대1을 주문했는데 상대 수비에 따라 나오는 볼로 슛을 던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도헌은 애초부터 ‘한방’이 필요한 순간에 염두했던 카드다. 팀 내에서 슈팅 연습을 가장 많이 하는 선수로 슛거리도 어마어마하다. 개인 연습 때 3점슛 라인과 하프라인의 중간지점에서도 어렵지 않게 슛을 성공시킬 정도로 장거리 3점슛도 갖췄다. 경기 전 가스공사의 슈팅 연습 때 유독 먼거리에서 홀로 슛을 쏘는 선수가 있는데 바로 이도헌이다.
강혁 감독은 “(이)도헌이가 의외로 강한 심장을 가진 선수다. 나오는 패스를 받아 던지는 데에는 일가견이 있고 본인도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서 투입했다. D리그에서부터 이런 상황에서 공격을 담당했다. 앞으로도 슛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기회를 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혁이 오빠의 작전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사진=문복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