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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와 감독 사이를 잇는 ‘사교적 외교관’ 삼성 천재민 매니저

최서진 / 기사승인 : 2024-10-17 16: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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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최서진 기자] 농구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던 순간을 떠올려 보자. 경기 시작 전 기대감을 높이는 암전, 땀 흘리는 선수들 모습, 작전 지시하는 감독의 상기된 얼굴, 선수 득점과 함께 울려 퍼지는 응원가, 팬과 함께 응원하는 마스코트의 모습. 떠올리면 익숙한 것들이지만 ‘응원가는 누가 틀까? 마스코트 안에는 누가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가진 순간,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다. 궁금증에 대한 답이자 한 경기를 위해 코트 밖에서 땀 흘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엄마이자 아빠이자 형 같은 사람
서울 삼성의 천재민(26) 매니저는 2018 KBL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3순위로 울산 현대모비스의 지명을 받았지만, 2020년 은퇴했다. 은퇴는 아픔과도 같았지만, 쓰러지지 않고 다시 일어나 연세대 코치를 맡고 군 전역 후 바로 삼성에 합류해 매니저로서 코트를 뛰어다닌다. 엄마처럼 선수단을 살뜰히 보살피는 것은 물론, 때로는 아빠처럼 강한 조언을 하기도 하고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든든한 형이 되기도 한다. 성실과 미소가 패시브 스킬인 천재민 매니저를 만났다.

매니저는 어떤 일을 하나요?
시즌과 오프시즌 업무가 조금 다르지만, 선수단의 일정을 관리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선수들이 먹는 음식, 이동하는 경로와 방법, 숙박하는 곳을 모두 책임지죠. 세세하게는 경기 기록지를 쓰거나 후원사에서 나오는 물품 관리 등의 업무를 해요. 훈련을 도와주기도 하죠. 선수 출신이다 보니 강하게는 아니더라도 수비하는 상대가 되어주거나, 패스를 해주는 동료의 역할을 해요. 농구를 해봤기에 도와줄 수 있죠.

업무 난이도는 어떤가요?
제가 입사한 지 1년 정도 됐어요. 지난해 9월 28일에 전역하고 9월 29일에 바로 시작했죠. 솔직히 처음에는 매니저가 어떤 업무를 하는지도 몰랐어요. 모든 게 처음이었죠. 제 사수이자 지금 전력분석원인 최수현 형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배웠어요. 처음 하는 일이라 서툰 점은 많아도 적응이 빠른 성격이라 많이 어렵지 않았어요. 수현이 형이 많이 도와주고 칭찬도 많이 해준 덕분도 크죠.

처음이라 했던 실수가 있을까요?
지난 시즌 컵대회를 통영에서 했잖아요. 회사에 입사하고 일주일도 안 돼서 합류했기에 아무것도 몰랐어요. 처음으로 선수단이 갈 식당을 예약했는데 좀 더 찾아보니 더 괜찮은 식당이 있었고, 선수들이 더 좋아하겠다 싶어서 전화로 예약을 취소하고 두 번째 식당을 예약했죠. 다음날 첫 번째 식당에서 전화가 오더라고요. 사장님께서 “단체 예약을 해놓고 노쇼하면 어떡하냐. 단체라 직원도 더 뽑았다”며 화를 내시더라고요. 저는 취소에 대한 문제성을 생각하지 못했어요. 단체 식사 예약을 처음하다보니 사장님의 마음까지 이해하지 못했던 거죠. 이후 수현이 형이랑 같이 식당에 찾아가 직접 사과드렸어요. 잘 마무리돼서 다행이었죠.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됐나요?
매니저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는 스승님인 은희석 감독님이 계시죠. 현대모비스에서 선수 생활을 마쳤을 때 연세대 코치로 불러주셨어요. 이후 입대했는데 감독님이 삼성 감독직을 맡은 뒤 바로 전화를 주셨어요. “같이 한번 해보자”는 이야기였죠. 지도자라는 꿈이 있었기에 바닥부터 다시 배운다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전역하고 다음날 바로 합류해서 쉴 시간도 없었겠어요.
돌이켜보면 어렸을 때부터 일을 쉬어본 적이 하루도 없어요. 선수로서 대학을 마치고 프로에 갔고, 은퇴 후 연세대 코치를 맡았고, 이후 군대에 갔어요. 전역 후 바로 삼성으로 왔죠. 이력서를 써보면 쉰 달이 없어요(웃음). 이런 삶이 익숙해진 것 같아요.

첫 해외 전지훈련은 어땠나요?
해외 전지훈련이 처음이다 보니 챙길 것도 많고 긴장도 됐어요. 출발 하루 전부터 다 챙겼나 불안하더라고요. 새벽 비행기라 잠도 거의 못 잤지만, 잘 챙겨서 부랴부랴 공항에 갔어요. 그래도 빠진 것 없이 잘 준비했구나 싶었죠. 근데 뭔가 찜찜한 거예요. 생각해보니 단체 짐은 다 쌌는데 정작 제가 쓸 엔화를 안 챙겼더라고요(웃음). 어떡하지 하다가 공항에서 환전해서 가져갔죠. 놓고 간 엔화는 집에 잘 있어요. 내년에 전지훈련 가면 써야죠(웃음). 한 가지 위안이 되는 부분은 900원대에 환전했다는 거예요.

선수 출신 매니저가 많은 이유가 뭘까요?
선수와 계속 함께 있는 일이고,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해야 하죠. 선수 경험이 있다 보니 선수의 마음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고, 농구를 했던 경험으로 코칭스태프의 생각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선수 출신이 많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매니저 업무에서 중요한 능력은 뭔가요?
일단은 꼼꼼해야 돼요. 제 MBTI가 원래 ESFP였는데, ESFJ로 바꼈어요. 단체로 움직이니 작은 일정도 중요하고 계획 세우기가 필수죠. 어느새 계획적인 사람이 됐어요. 꼼꼼하고 세심해야 되는 것 같아요.

업무에서 힘든 부분이 있다면요?
원정 경기에 갈 때면 밖에서 식사를 해야 해요. 선수들이 각자 좋아하는 메뉴가 다르니 고민이 시작되죠. 모두의 입맛을 맞추기 어려우니 고참 선수들이 먹고 싶은 걸로 하기는 하는데, 못 먹는 선수들도 있잖아요. 예를 들어 (이)원석이는 추어탕 같은 걸 못 먹는 초딩 입맛이고(웃음), 치즈나 우유 같은 걸 먹으면 배탈 나는 선수도 있거든요. 메뉴 선정이 가장 어려운 일이에요.

선수들과 붙어있으니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은데요?
(이)정현이 형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어요. 제가 선수 생활할 때, 친분은 없었지만 잘해서 좋아했어요. 오프시즌이 다 지나가고 매니저로 합류한 건데도 잘 대해주셨죠. “네가 와서 좋다”는 식으로 말을 해줬는데, 엄청 감동 받았었어요. 제 적응에 공도 크고, 지금도 많이 도와줘요. 약간 츤데레 스타일이에요. 뭐 해달라고 부탁하면 싫다고 하면서도 이미 저한테 걸어오고 있어요. 원석이는 아기 같아서 챙겨주고 싶고, 도와주고 싶은 걸리적거리는 선수고요(웃음).

#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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