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최창환 기자] 스트레칭은 선수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전희철 서울 SK 감독은 사령탑 취임 직후 부상 방지를 최우선 목표로 삼아 스트레칭의 비중을 높였고, SK는 부상을 최소화하며 2021-2022시즌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그만큼 스트레칭은 선수들이 경기력을 유지하는 데에 큰 영향을 끼친다. 문훈기(53) 대표 역시 일찌감치 스트레칭의 중요성을 깨닫고 전문 브랜드를 런칭, 운동선수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6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스트레칭 시장의 블루오션
문훈기 대표는 선수 출신이다. 어린 시절 태권도 선수로 활동했고, 대학원에서는 스포츠 재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원 졸업 후에는 병원에서 선수들의 재활을 담당하는가 하면, 트레이너 협회 학술이사로 약 20년 동안 강의를 맡기도 했다. 김승현, 방성윤, 전태풍, 김태술, 강병현, 김민수 등 농구선수를 비롯해 김연경(배구), 임찬규(야구) 등 다양한 종목에 이르기까지 수백 명의 선수들과 인연을 맺고 재활을 담당해왔다. 문훈기 대표의 제자 가운데에는 프로팀 트레이너로 근무 중인 이들도 적지 않다.
부상을 당한 선수의 복귀 시점을 앞당기거나 운동능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 재활이라면, 스트레칭은 부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준비운동이다. 운동선수에게만 국한된 건 아니다. 거북목, 좌우비대칭골반, 뻣뻣한 어깨 등 직장인들이 겪는 만성적인 문제를 해소해줄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재활 분야에서 안정적인 길을 걷던 문훈기 대표가 스트레칭 전문 브랜드를 런칭하게 된 배경이다. 센터 이름은 “스트레칭을 통해 몸에 빅뱅이 일어난다”라는 의미를 담아 스트레치뱅이라 지었다.
“병원에서 27년 동안 근무했는데 꼭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만 왔던 건 아니었어요. 전문가에게 스트레칭만 받아도 충분히 부상을 방지할 수 있는 선수들도 많았고요. 병원에서 재활을 받았던 선수에게 부상 재발을 위해 필요한 것도 스트레칭인 만큼, 선수와 병원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는 브랜드가 있으면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약 1억 원을 들여 기술을 보증받으며 사업을 시작했어요.” 문훈기 대표의 말이다.
스트레칭은 크게 어시스티드 스트레칭, 패시브 스트레칭 두 가지로 나뉜다. 문훈기 대표가 런칭한 분야는 패시브 스트레칭이며, P스트레칭이라고도 불린다. P스트레칭은 전문적인 교육을 거쳐 엄선된 마스터코치에게서 1대1로 받는 스트레칭으로 스포츠 재활 선진국인 미국에서 시작됐다. 미국, 일본, 한국 등 세계 각국에서 각광 받고 있는 바디컨디셔닝 프로그램이며, 스트레치뱅의 P스트레칭은 1시간부터 길게는 3시간 짜리 프로그램까지 구성되어 있다.
미국에 5000명, 일본에 2000명의 P스트레칭 마스터코치가 있는 반면, 한국은 39명뿐이다. 이제 막 주목받기 시작한 분야여서 상대적으로 전문가가 적지만, 반대로 말하면 블루오션이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8주 동안 교육을 받은 후 자격증 시험에서 합격하면 스트레치뱅 각 지점에서 마스터코치로 활동할 수 있게 된다.
문훈기 대표는 “미국에서 굉장한 연봉을 받는 프로선수들도 하기 싫어하는 게 스트레칭이에요. 나 혼자서는 원하는 근육을 모두 스트레칭할 수 없고, 강도를 조절할 수도 없습니다. 예를 들어 등 근육은 손이 닿지 않죠. 근력 운동은 반드시 본인의 힘으로 해야 하지만, 스트레칭은 마스터코치를 통해 받는게 가능하죠. 손이 안 닿는 부위까지 스트레칭할 수 있는 게 P스트레칭이고 대부분의 동작이 관절까지 움직여야 해요. 최대한의 움직임을 통해 근육을 자극하고 이완시키는 기법으로 부상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스트레칭입니다”라고 말했다.
5년 사이 6개 지점 오픈, 목표는 전국구
2018년 잠실에서 1호점이 문을 연 스트레치뱅은 이후 빠르게 입소문이 퍼지며 사업을 확장해나갔다. 고객의 80%가 운동선수였고, 운동선수만큼 리커버리가 중요한 아이돌그룹 멤버들도 많이 찾고 있다. 음반 제작자이자 농구 마니아인 박진영, 배우 정유미, 티이라 지연 등도 주요 고객이다. 농구선수들 가운데에는 허웅-허훈 형제가 즐겨 찾고 있다. 키 성장과 집중력이 필요한 청소년들의 성장판을 고르게 자극, 피로 회복과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기도 한다.
덕분에 스트레치뱅은 대치, 교대, 청담, 한남, 반포서래마을에도 지점을 열어 보다 많은 고객들의 리커버리와 부상 방지를 돕고 있다. 2023년 5월까지 스트레치뱅을 찾은 고객은 약 3만 5000명이다. 최근에는 마스터코치가 직접 찾아가는 파견 서비스도 개시했다.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 나상호(이상 FC서울)가 파견 서비스를 통해 스트레칭을 받는 주요 선수들이다.
문훈기 대표는 “파견 서비스는 일찌감치 계획하긴 했는데 한동안 코로나19 여파 때문에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파견 서비스도 선보일 수 있게 됐죠. 개인 일정상 시간이 빠듯했던 선수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습니다”라고 말했다.
문훈기 대표는 또한 “스트레칭이 선수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걸 다시 강조하고 싶습니다. 선수들은 운동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고, 일반인은 피로 회복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죠. 허리, 목 디스크 등을 겪고 있는 분들의 경우는 병원에 가기 전 스트레칭을 받으면 통증이 완화될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꾸준히 사업을 확장해온 스트레치뱅은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까지 영역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올가을부터 본격적으로 가맹 사업을 시작해 최대 300개 가맹점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훈기 대표는 “오랫동안 컴퓨터로 업무를 보는 금융권, 게임 회사 측으로부터 전국구로 가맹점을 열어 파견 서비스를 해줬으면 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서울은 너무 멀다며 아쉬워한 지방 회원들도 있었고요. 저희가 지향하는 바는 메디컬 스포츠 코퍼레이션입니다. 일명 메스코라고도 하는데 쉽게 설명해 메디컬의 매니지먼트화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가맹점 오픈을 시작으로 파견 서비스를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갈 계획입니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사진_문복주 기자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