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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보면 미친 것 같은 KBL TV, 미친 이야기를 쌓는 길민아·김태진 PD

최서진 / 기사승인 : 2023-12-13 13:3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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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최서진 기자] 농구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던 순간을 떠올려 보자. 경기 시작 전 기대감을 높이는 암전, 땀 흘리는 선수들 모습, 작전 지시하는 감독의 상기된 얼굴, 선수 득점과 함께 울려 퍼지는 응원가, 팬과 함께 응원하는 마스코트의 모습. 떠올리면 익숙한 것들이지만 ‘응원가는 누가 틀까? 마스코트 안에는 누가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가진 순간,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다. 궁금증에 대한 답이자 한 경기를 위해 코트 밖에서 땀 흘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12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아니 왜 우리 팀은 촬영 안 와요?

KBL TV는 10.6만의 유튜브 채널로 KBL에 유행하는 밈은 대부분 여기서 만들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BL 팬에게도, 선수에게도 인기가 넘치는 KBL TV는 감독의 마음까지 사로잡아버린다. 그 인기가 어느 정도냐면, 선수가 직접 자신의 구단 촬영을 언제 오는지 물어볼 정도. 그만큼 특유의 유머와 가끔 미친 것 같은 기획을 보면 10분이라는 시간은 금세 사라진다. 그렇다면, 이 미친 콘텐츠는 누가 만드는 것인가. KBL TV는 방송사 SPOTV가 맡아 운영하는데, 이를 담당하는 5명이 모여 신들린 콘텐츠를 뽑아낸다. 그중 길민아, 김태진 PD를 만나봤다. (인터뷰는 11월 6일 진행됐습니다.)

KBL TV 제작자들의 업무를 설명해주세요.
민아 KBL의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운영해요. 경기 하이라이트 숏폼 영상, 경기 결과, 정보 전달 카드 뉴스를 만들고 유튜브 콘텐츠를 기획해서 선수들이 나오는 영상을 찍죠. 현장에 나가서 선수들을 만나 촬영하기도 하지만, 실시간으로 경기를 보면서 하는 일들이 많아요.

현장에서 촬영할 때 보면 꼭 2인 1조로 다니더라고요. 이유가 있나요?
태진 물론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현장에서는 임기응변이 필요해요. 카메라 든 사람은 카메라 렌즈의 앵글밖에 보지 못해요. 옆에 사람이 전반을 보면서 재밌는 상황을 포착하고 더 인터뷰를 매끄럽게 할 수 있도록 돕죠. 그게 영상이 잘 나오는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아요(웃음).

현장 취재는 자주 나가시나요?
태진 자주 나가기가 힘들어요. 경기가 하루에 3~4개씩 열릴 때도 있으니 모니터링을 해야 하거든요. 또 라운드 MVP나 별도로 진행되는 것들도 있고요. 그래도 주 1회 정도 나가려고 하고 있어요. 그 주에 어떤 팀 간의 경기가 있느냐, 혹은 어떤 선수의 이슈가 있느냐를 미리 상의해서 스케줄을 잡는 편이에요.

그러면 KBL 전 경기를 거의 다 보시나요?
민아 어떻게 보면 그렇죠. 근무가 아니더라도 단톡방에 실시간으로 영상을 크로스체크하고 있거든요. (혹시 질리지는 않으신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주 조~금 지겹기는 한데, 재밌는 경기를 보면 그다음 경기가 기대되고, 다음에 만났을 때 이런 질문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니까 챙겨보는 편이에요.


영상 콘텐츠 제작자로서 하루에 유튜브 몇 시간 보세요?
민아 일어남과 동시에 보고, 회사에서도 보고, 잘 때도 봐요. 그래도 회사 분위기가 업무 시간에 유튜브를 보는 게 노는 것처럼 비치지 않아요. 다행이죠. 그래서 영상에 참고할 거는 좋아요 눌러놨다가 회사 와서 보기도 해요.

KBL TV가 재밌다는 칭찬이 자자해요. 영상을 만들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뭔가요?
태진 같은 질문을 하더라도 어떻게 하느냐, 장면을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영상이 많이 달라져요. 그 시선을 만드는 저희 역할이 중요하죠. 유행하는 짤 같은 건 트위터나 커뮤니티에서 많이 보고 회사 사람들과 공유하죠. 물론 논란이 있거나 문제가 될 부분은 서로 한 5번씩 질문하고 확인해요. 또 KBL 홍보팀에서도 한번 더 확인하니 최대한 문제 될 사항은 빼고 가요. 노력하고 있는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해요. 트렌디하고 재밌어야 하니까요.

모자이크 처리한 장면이 많던데요?
민아 삭제할 수 있는데, 모자이크 처리해서 나가는 이유는 재미죠. 선수들도 일부러 더 재밌게, 장난치며 비방용 멘트를 하는 경우도 있어요(웃음). 그런 부분도 그 선수의 캐릭터라고 봐요. KBL TV에 와서 제일 먼저 해야겠다고 생각한 게 여성 팬 증가였어요. 그러려면 선수의 매력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 구축이 필요했어요. 아직도 선수의 캐릭터와 서사를 쌓는 거에 중점을 두고 연구하고 있어요.


촬영하며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태진 KCC 오프시즌 태백 전지훈련이요. 영상이 올라가고 나서 선수들이 ‘진짜 뛴 게 맞냐. 왜 KCC에서만 뛰냐’고 그러더라고요. 사실 엄청 힘들었어요. 선수들은 몸을 풀고 뛰었지만, 저는 그 시간에 인서트 영상을 찍고 있어서 몸이 하나도 안 풀린 상태였거든요. 조금만 찍으려고 했는데, 영상에 나왔다시피 허웅 선수랑 전준범 선수가 ‘끝까지 뛰어야죠’ 하더라고요. 근데 영상은 많이 걷어냈어요. 흔들리기도 했고, 제가 너무 힘들어하는 게 느껴져서 수치스럽더라고요(웃음). 진짜 다리에 쥐 날 뻔 했어요. 얼마나 뛰었는지 기억도 잘 안 나요.
민아 처음 뛴 건 아니고 지난 시즌 전에 삼성 선수들이 횡성에서 트랙 돌 때 뛰었어요. ‘운동선수와 함께 뛰어봤습니다’라는 식의 영상을 만들려고 했죠. 선수들이 장난으로 뛰자고 했는데, 한번 뛰니까 놀라면서 뛰지 말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이번에도 KCC 전창진 감독님이 뛰지 말라고 말리셨어요.

선수뿐 아니라 감독의 모습도 잘 담아내는 것 같아요.
태진 사실 오프시즌에 더 바쁘게 움직여요. 구단 전지훈련도 가고 어떻게 지내는지를 담죠. 가면 정말 감독님, 코치님, 선수분들 다 너무 잘해주세요. 이번에 전창진 감독님도 밥 사주시겠다고 계속 말씀해주셨어요. 시간이 안 맞아서 결국 못 먹었는데, 나중에 왜 안 왔냐고까지 하셨죠(웃음). 그렇게 잘 챙겨주세요. 오히려 감독님들이 더 적극적이고 스윗하시기도 해요.

기획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나요?
태진 팀원들끼리 쉴 새 없이 아이디어를 던져요. 말도 안 되는 걸 얘기하죠(웃음). 파트장님이 엄청 열린 분이에요. 이상한 소리를 해도 더 해보라고 하세요. 저희가 날 것을 가져오면 파트장님이 가공을 해주신 뒤 쓸 수 있는 아이디어가 되죠. 또 어느 분야의 이슈든 상관없이 공유하고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잘 운영될 수 있는 이유 중에 큰 부분이에요.


이상한 이야기가 콘텐츠가 된 사례를 설명해주세요.
태진 수능 때가 다가오면 수능 문제 풀듯이 질문하고 답하는 영상은 저희도 했었고, 대부분의 채널에서 많이 하잖아요. 그래서 고민을 했죠. 선수들의 과거 사진을 가져가서 맞추게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수험표는 이용당한 거죠(웃음). 또 경기 전이니까 가볍게 이야기하기 좋은 콘텐츠라고 생각했고요. 사진 한 장이 말보다는 더 직관적이니까요. 팬들의 반응도 좋았고, 선수들도 재밌게 인터뷰해줬던 기억이 나요.

최준용(KCC)은 경기 전 인터뷰 안 하기로 유명한데, 어떻게 담아내려고 노력하시나요?
민아 팬들이 아는 그 이미지를 없애고 싶지 않아요. 중간 지점을 잘 맞춰서 내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처음에는 무서운 사람인 줄 알았는데, 여러 번 겪으니 따듯한 사람이에요. 카메라가 없으면 엄청 잘해줘요. 근데 카메라만 들면 눈빛이 바뀌면서 내리라고 하는 거죠(웃음). 카메라를 진짜 내리면 밥 먹고 가라면서 갑자기 따듯해져요. 공항 취재 갔을 때 우리가 먹은 밥을 결제하고 가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우리도 ‘카메라만 들면 자꾸 왜 그러시냐’라고 해요(웃음). 그래도 경기 전에 인터뷰 거절하면 끝나고는 꼭 하겠다고 말씀하시는 편이에요. 고맙죠.

이대성(씨호스즈 미카와)이 적극적으로 KBL 흥행을 위해 노력했던 게 기억이 나요.
태진 이대성 선수가 최준용 선수 인터뷰할 때 도움을 많이 줬어요. 최준용 선수가 안 한다고 하면 이대성 선수가 ‘저분들 나와서 힘들게 일하시는데 네가 그러면 어떡하냐’며 이끌어준 적도 있고요. 이대성 선수 덕분에 선수들이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도 이대성 선수의 ‘한국 농구에 진심’ 캐릭터를 확실히 살리려고 했던 것 같아요. 진짜 세상에 나쁜 농구선수는 없어요(웃음). 이것도 유낳괴(유튜브가 낳은 괴물) 같은데, 선수들의 모든 면이 콘텐츠예요.


한창 선수들이 장난으로 ‘KBL TV’ 출연 안 한다 했었을 때가 있었잖아요.
태진 그때 팬들이 걱정을 좀 하시더라고요. ‘왜 안 한다고 하냐. 뻘쭘할 것 같다’는 식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는데, 우리는 장난인 거 알고 있어서 괜찮았어요. 선수들도 정말 하기 싫었으면 정중하게 거절했을 거예요. 근데 그렇게 말한다는 건 조금이나마 분량을 뽑아주려는, 웃기려는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그것마저 콘텐츠라 오히려 좋아요. ‘안 해요’ 챌린지는 지난 시즌에 끝났어요. 유행 끝났다고 말하면 또 금방 안 하거든요(웃음).

선수들 인스타그램도 다 팔로우 하고 있나요?
민아 개인 계정으로 팔로우하고 지켜보고 있어요(웃음). 모이면 그 선수가 어떤 게시글 올렸다더라 이야기하죠. 팔로우 보면 친구 반, 선수 반이에요.

기억 남는 댓글이 있으신가요?
민아 ‘한국에서 농구선수 하기 힘들다’요. 지난 시즌 올스타게임 때 특집으로 스트리트 파이터를 진행했어요. 춤을 추고 그래야 하는데, 선수들이 망가지면서도 열심히 해줬거든요. 그 댓글이 ‘한국 농구선수들이 이렇게까지 노력한다’는 좋은 느낌으로 받아들여졌어요.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걸 이제 제대로 보여줬구나 싶었어요(웃음). 그래서 짤로도 많이 써요.
태진 ‘가끔 보면 KBL TV 미친 것 같아요’라는 댓글이요. 박찬희(DB) 선수가 영상에서 한번 한 말이라, 팬분들이 재밌는 콘텐츠에 똑같이 달아주시거든요. 우리를 잘 나타내는 말 같아요. 미친 것 같다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기분이 좋아요. 선수에게도, 팬분들에게도 들으니 너무 좋죠(웃음). KBL이 꽉 막힌 이미지가 있는데, 우리는 하고 싶은 거 다 하거든요. 그런 열린 마인드라는 것도 KBL TV를 통해 드러났으면 해요.

# 사진_점프볼 DB(최서진 기자)/KBL 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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