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손대범 편집인] NBA는 지난 서머리그 기간 중 공식적으로 인-시즌 토너먼트 개최를 발표했다. 그간 소문만 무성했던 인-시즌 토너먼트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많은 우려가 있었던 대회였다. 82경기도 빠듯한데 플레이-인 토너먼트를 추가하더니 이번에는 시즌 중 토너먼트까지 포함시킨다니 선수들은 물론이고 팬들마저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NBA가 발표한 새 일정은 기대와 걱정의 균형을 맞추고 있었다. 이는 하루아침에 뚝딱 결정된 일은 아니었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9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NBA의 인-시즌 토너먼트가 처음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이전인 2019년 11월이었다. 유럽 축구 챔피언스리그 모델을 차용한 방식을 포함, 여러 아이디어가 언급됐는데, 현장 반응은 굉장히 미지근했다. ‘굳이?’라는 리액션이 대부분이었다. 제임스 하든은 “우리가 지금 대학농구를 하는 건가?”라는 반응을 남기기도 했다. 사무국은 동기부여를 위해 우승팀에 드래프트 지명권을 주는 방식도 생각했으나 선수들에게는 직접적으로 와 닿지 않는 리워드였다.
사실, 아담 실버 총재는 총재 부임 무렵부터 리그의 입장 및 광고, 중계권 수익 증대를 위해 ‘추가 이벤트’를 연구해왔다. 2019년에 처음 안건이 논의된 것이니 아마 사무국 내에서는 훨씬 전부터 검토되었을 것이다. 속된 말로 2019년에 이 내용을 언급한 것은 미디어와 리그 관계자들의 ‘간’을 보기 위한 용도였을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가 전세계 모든 리그를 중단시키면서 한동안 이 내용은 더 언급되지 못했다. ‘신설’보다는 ‘생존’을 위한 연구가 필요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NBA가 외부와의 접촉을 모두 차단시킨 채 남은 일정을 소화하는 ‘버블(bubble)’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고, 플레이오프에서 한 끗 차이로 탈락한 9~10위 팀에게도 기회를 주는 플레이-인 토너먼트를 통해 흥행의 가능성을 보면서 인-시즌 토너먼트 논의는 본격적으로 재점화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6월, 실버 총재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인-시즌 토너먼트의 구체적인 안을 내놓았다. 이는 NBA 파이널을 앞두고 열리는 정기 기자회견이었는데, 총재는 먼저 인-시즌 토너먼트를 언급했다.
그는 토너먼트 도입의 이유 중 하나로 새로운 미디어 환경, 갈수록 높아지는 팬들 기대치를 감안했을 때 다른 모델을 내놓을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만 해도 선수, 파트너와 더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 밝혔던 그는 7월 서머리그 현장에서 ‘도입’을 공식화했다. 이때는 이미 선수노조와 구단, 리그 이사회의 논의를 마친 상태였다. 새로이 공개된 NBA 단체협약 문서에도 인-시즌 토너먼트에 대한 규정이 명문화되어있었다.
인-시즌 토너먼트, 어떤 방식일까
NBA가 발표한 토너먼트 일정은 다음과 같다. 11월에 개막해 12월에 끝난다. 초반에 배치된 건 이유가 있다. 중반을 넘어서면 순위 및 승률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중된다. 플레이오프를 신경 써야 하는 상황에서 토너먼트로 부가적인 스트레스를 줘서는 안 된다. 선수들의 피로누적도 무시할 수 없다. 애매하게 1~2월에 걸칠 경우에는 트레이드로 인한 변동도 예상된다.
따라서 가장 ‘팔팔한’ 시즌 초반이 제일 적합한 시기다. 인-시즌 토너먼트로 임팩트를 주면서 시즌을 더 집중하며 보게 만들 수도 있다. 라스베이거스 서머리그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내게 “시즌 초반부터 탱킹하는 팀은 없잖아?”라고 말하기도 했다. 생각해보니 그 말도 맞다. 11월은 ‘잘 될거야’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시기다. 즉, 경쟁의 품질을 따지면 제일 적절한 일정인 셈이다.
■ 인-시즌 토너먼트 일정
11월 4일 조별 예선 시작
11월 29일 조별 예선 종료
12월 5~6일 8강전
12월 8일 4강전
12월 10일 결승전
*한국시간
모든 조별 예선 경기는 정규시즌 경기에 포함된다. NBA는 동, 서부 5개 팀씩 묶어 6개 조로 나누어 조별 예선을 세팅했다. 이들이 맞붙는 경기들은 모두 정규시즌 일정 내에서 이뤄진다. 단, NBA는 한국시간 기준으로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경기를 ‘토너먼트 나잇(Tournament Night)’으로 묶어서 진행한다. 즉, 이날은 토너먼트 대진대로 진행되기에 같은 정규시즌 경기라도 긴장감이 더해질 수 있다. NBA는 이 기간에 전국 방송을 집중 배치하여 토너먼트를 홍보하고 시청자를 끌어 모으겠다는 계획이다.
흥미롭게도 동부 B조에서는 플레이오프 업셋을 일으킨 마이애미 히트(당시 8번 시드)와 밀워키 벅스(당시 1번 시드)가 같은 조가 됐다. 서부는 플레이오프 맞상대였던 레이커스와 멤피스(서부 A조), 새크라멘토와 골든스테이트(서부 C조)가 눈길을 끈다. 1순위 신인 빅터 웸반야마(샌안토니오)는 지난 시즌 최대어 쳇 홈그렌(오클라호마 시티), 프랑스 국가대표팀의 멘토 루디 고베어(미네소타) 등과 서부 C조 경기를 치른다. 이래저래 스토리가 만들어지기 좋은 편성이다.
■ 인-시즌 토너먼트 조 편성
동부A조 : 필라델피아 클리블랜드 애틀랜타 인디애나 디트로이트
동부B조 : 뉴욕 밀워키 마이애미 워싱턴 샬럿
동부C조 : 보스턴 브루클린 토론토 시카고 올랜도
서부A조 : 멤피스 피닉스 레이커스 유타 포틀랜드
서부B조 : 덴버 클리퍼스 뉴올리언스 댈러스 휴스턴
서부C조 : 새크라멘토 골든스테이트 미네소타 오클라호마시티 샌안토니오
8강은 6개조 선두팀과 와일드카드 2팀이 오른다. 다음으로 성적이 좋은 두 팀이 타이브레이커 룰에 의해 결정된다. 그렇다면 8강전은 어디서 열리는 것일까? 8강전은 그 시점에 NBA 정규시즌 승률이 더 좋은 팀의 홈에서 개최된다. 여기서 승리한 팀들이 4강에 진출하는데 4강부터는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다. 라스베이거스가 훗날 NBA 구단 창단시 차기 연고지로 물망에 오른 만큼, 이번 토너먼트 이벤트 역시 전국에서 많은 관중을 불러 모을 것으로 보인다. NBA는 NCAA 파이널 포(Final Four), 유로리그 파이널 포처럼 ‘4강’이라는 킬러 콘텐츠를 중심으로 다양한 부가 수익을 창출할 이벤트를 발생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이 부분 역시 전 세계의 많은 스포츠리그가 주목할 것이다(이미 선수노조 행사도 계획되어 있다.)
그렇다면 축제에 초대받지 못한 팀들은 토너먼트가 끝날 때까지 놀게 되는 것일까? 아니다. 시즌 일정이 타이트한 만큼, NBA는 12월 7일과 9일, 즉 토너먼트 경기가 없는 날에 그들의 정규시즌 경기를 배정해두었다. 이렇게 되면 하루도 쉬는 날 없이 NBA 이야기가 스포츠 뉴스에 나오게 되는 셈이다. 다만 아직 어느 팀이 탈락하고, 어느 팀이 올라갈지 정해지지 않았기에 공식 스케줄은 추후 발표될 예정이다. NBA는 이 경우에도 이동 거리를 충분히 감안해 일정을 편성할 것이라고 사전 공지했다. 한편, 토너먼트 결승전은 정규시즌 승률에 반영되지 않는다.
토너먼트 경기의 품질은?
구단마다 시즌에 임하는 목표가 다를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선수들의 체력 안배가 중요한 팀들은 토너먼트 여부와 관계없이 똑같이 쉬게 할 수도 있다. 다만 NBA는 토너먼트에 중요성을 더하기 위해, 그리고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토너먼트 날에는 백투백을 최대한 배제시킨 상태다. 게다가 사상 첫 토너먼트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상황에서 스타들을 쉬게 할 ‘간 큰’ 감독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즌 초반이기에 ‘탱킹’이란 명분도 꺼내기 힘들다.
우승 상금도 적지 않다. 우승팀에게는 선수 개개인에게 50만 달러씩 돌아간다. 준우승팀 선수들도 20만 달러를 받는다. 스테픈 커리, 제임스 하든, 대미언 릴라드 같은 ‘갑부’들에게는 큰 돈이 아닐 수 있지만, 대다수 선수들에게는 마다하기 힘든 금액임이 분명하다. 우승 트로피와 MVP에 대한 영예도 무시할 수 없다. 또, 토너먼트 경기는 전국 중계방송에 편성되었기에 선수들 입장에서는 더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기회다. 현지 관계자들은 이런 요소들로 인해 더 많은 컨텐츠가 생산되고 스토리라인이 형성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다.
실제로 WNBA 커미셔너 컵도 기대 이상의 관심을 받았다. 지난 8월 17일 막을 내린 커미셔너 컵은 뉴욕 리버티가 82-63으로 홈팀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를 꺾고 우승했다. 양 팀 모두 주역들이 30~35분씩 소화했다. 뉴욕은 브리나 스튜어트가 35분 55초, 사브리나 이오네스쿠가 33분 23초를 뛰었다. 그만큼 경기에 진심이었다. 라스베이거스도 에이자 윌슨과 재키 영, 첼시 그레이 등이 모두 35분 이상을 소화했다. 우승팀 선수들이 받은 상금은 각각 3만 달러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NBA가 토너먼트 리워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플레이오프 자동출전권, 드래프트 지명권, 상금만큼의 샐러리캡 증가 등 의견도 다양하다. 아마도 첫 대회를 치른 뒤 보강 작업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계획을 세우는 방법
모두가 만족하는 환경에서 수익 증대를 노린다. 아담 실버 총재는 이 한 가지 목표를 갖고 끈질기게 인-시즌 토너먼트를 추진해왔다. 총재 취임 후 그는 유니폼 광고를 비롯해 리그 규모 확장에 도움이 되는 비즈니스는 적극적으로 성사시켜 그 추진력을 인정받았다(아담 실버 총재가 한번 내놓은 안건을 끝까지 밀고 갔던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2019년 토너먼트 논의 당시에는 플레이오프 시드 배정 변경도 함께 논의했다. 컨퍼런스 토너먼트부터는 동, 서부를 가리지 않고 정규시즌 승률대로 대진을 재배치하겠다는 아이디어였는데, 이동거리가 지나치게 멀어져 경기력이 저하될 것을 우려해 안건을 폐기했다. 플레이-인 토너먼트도 슈퍼스타들이 처음에 반대했지만, 선수노조 투표를 통해 안건이 통과된 뒤에는 이렇다 할 잡음이 없었다). 실버 총재는 인종차별, 코로나19 등 리그를 닥친 위기에 대한 대처도 훌륭했다.
인-시즌 토너먼트는 팬데믹 이후 리그가 취한 가장 큰 변화다. OTT 시대 도래 이후 방송사들의 스포츠 중계 컨텐츠가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NBA의 새로운 컨텐츠가 얼마나 흥행할 지 지켜봐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 이 토너먼트는 오랜 계획을 통해 실행 단계까지 이르렀다. ‘돈을 더 벌자(NBA)→ 좋아!(구단)→ 많이 벌자(NBA)→ 좋아! 그런데 피곤한 건 싫어(선수노조) → 그러면 이렇게 바꿔볼까’의 프로세스는 꽤 긴 시간을 필요로 했다. NBA와 선수노조가 발표한 CBA 내역을 살펴보면 인-시즌 토너먼트를 치를 때도 이동시 타임존을 2번 이상 옮길 수 없다는 규정을 삽입했을 정도로 타이트한 협상을 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단순히 경기만 치르고 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프로모션 행사를 유치해 도시 자체를 ‘농구 도시’로 둔갑시키는 기획력도 지켜봐야 한다. 물론 ‘NBA니까’라고 말하고 넘길 수도 있다. 우리는 그 스케일을 배우기보다는, 하나의 행사를 기획하고 유치하는데 들이는 공을 배워야 한다. 명확한 목표와 프로세스, 그리고 그 사이에 이뤄진 커뮤니케이션의 범위 등이다. 20년 전, 유로리그는 라커룸 인터뷰와 멀티미디어 리소스 사용 등에 있어 NBA의 방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바꿔갔다. 그 결과, 지금 유럽 각 도시를 순회하며 개최되는 유로리그 4강 이벤트는 유럽 지도자들과 농구팬들에게 최고의 행사 중 하나로 자리했다. 과연 NBA 인-시즌 토너먼트가 이번에는 어떤 교보재를 제공할지 기대된다.
# 사진_NBA 미디어센트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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